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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행복들 하십니까?

입력 2014.05.20 16:24

국민행복지수 결과가 2003년을 100으로 보았을 때, 노무현 정권 평균은 104.94, MB 정권 평균은 107.68, 그리고 올해 박근혜 정부 1분기는 113.03으로 3개 정권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지난해 말 대학가에 붙은 한 대자보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었다.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하는 이 대자보는 고려대 주현우씨가 2013년 12월 10일 교내에 붙인 것이다. 철도노조 파업, 밀양 송전탑 문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등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대학생들에게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온라인과 SNS를 타고 이 대자보가 주목받았다. 전국 각지의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와 해외교민들까지도 “나도 안녕하지 못하다”는 비슷한 성격의 대자보 쓰기 열풍이 일어났었다.

이 작은 대자보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유에 대해 “현재의 척박한 현실에 반성적인 물음으로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먼저 박근혜 정부의 강경 일변도 정책과 경제민주화 정책, 복지정책의 후퇴, 그런 기조 위에서 젊은 세대가 직면하는 척박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과 함께 그러한 현실에 대해 순응과 침묵, 체념으로 응대했던 젊은 세대의 태도에 대한 자성적 비판이 사회적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고려대 학생 주현우 학생이 고대 정경대 후문 길에 붙인  대자보는 한국 사회에 안녕을 되묻는 열풍을 일으켰다. | 정지윤 기자

지난해 12월, 고려대 학생 주현우 학생이 고대 정경대 후문 길에 붙인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한국 사회에 안녕을 되묻는 열풍을 일으켰다. | 정지윤 기자

35명 전문가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젊은이들의 이런 비판적인 물음에 대해 정부는 “여러분은 행복합니다”로 대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미래연구원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민행복지수’라는 것을 산출한 뒤, 2003년 1분기를 기준 100으로 놓고, 참여정부와 MB 정부의 평균, 그리고 박근혜 정부 1분기의 행복지수라는 걸 발표했다.

이 결과는 국가미래연구원이 ‘경제 성과 및 지속 가능성’ ‘삶의 질’ ‘경제 사회안정 및 안전’ 등 3개 대항목과 20개 중항목 및 34개 소항목을 35명의 전문가에게 설문을 실시, 국민행복지수라는 걸 산출한 것이다. 그 결과는 이렇다. 2003년을 100으로 보았을 때, 노무현 정권 평균은 104.94, MB 정권 평균은 107.68, 그리고 올해 박근혜 정부 1분기는 113.03으로 3개 정권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통계청에서는 올해 6월까지 이러한 국민행복지수를 뽑기 위해 필요한 83개의 지표 값을 온라인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4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소비자물가지수처럼 개별지표를 조합한 종합지수인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후퇴한 것이기는 하나, 국가미래연구원이 발표한 ‘국민행복지수’ 발표 결과를 뒷받침하고 향후 이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행복지수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코언이 만든 것으로, 이들은 18년 동안 1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80가지 상황 속에서 자신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5가지 상황을 고르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행복은 인생관·적응력·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을 나타내는 P(personal), 건강·돈·인간관계 등 생존조건을 가리키는 E(existence), 야망·자존심·기대·유머 등 고차원 상태를 의미하는 H(higher order) 등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3요소 중에서도 생존조건인 E가 개인적 특성인 P보다 5배 더 중요하고, 고차원 상태인 H는 P보다 3배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여 행복지수를 P+(5×E)+(3×H)로 공식화했다.

OECD 평가 ‘삶의 만족도’ 평균 이하
국민의 행복감 정도를 조사하는 전문기관들이 발표하는 국가별 행복지수는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비롯해,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국가별 행복도 설문조사’, UNDP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등 많은 통계와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조사하고 그 통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오직 부탄뿐이다. 부탄은 1972년 국왕 왕추크 4세에 의해 유럽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수(Happy Plane Index) 개념을 바탕으로 국민행복지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즉, 경제적 발전만을 평가하여 국민의 행복 정도를 평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GDP에 대한 대체방안으로 국민행복지수를 고안하고, 이를 국가정책의 기본 틀로 채택하여 운영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로 부탄은 세계 유일의 금연국가가 되었고, 녹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예산의 27%를 무상교육과 무상복지를 위해 쓰고, 특히 무상의료를 ‘헌법적 권리’로 법전에 명시하고 있다. 그 결과로 부탄은 2006년 비즈니스위크지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아시아에서 1위, 세계에서는 8위를 차지했다.

과연 현 정부가 부탄만큼 국민의 행복을 국정지표로 삼아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운영하기 위해 ‘국민행복지수’를 뽑아냈는지 의문이다. 단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행복합니다”라는 최면을 걸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는 오히려 불신을 더욱 키울 뿐이다. 최근 정부가 국민 1인당 소득이 2만5000 달러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보통 4인 가족 세대는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가구당 평균 소득이 4994만원이라는 발표와는 괴리가 너무 크다.

현재 국민들이 과연 과거보다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OECD가 이달 8일 공개한 ‘2014 더 나은 삶 지수’에서 한국은 11개 세부 평가부문 중 ‘삶의 만족도’ 지수가 6.0점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과 러시아·브라질 등 36개 조사대상국 중 25위에 그쳤다. 평균은 6.6점이다. 특히 ‘일과 생활의 균형’ 부문에서는 조사대상국 36개국 중 34위로 꼴찌에 가까웠다. 연평균 근무시간은 2090시간으로 평균 1765시간에 비해 높았으며, 소득 최상위 20%와 최하위 20% 간의 격차는 거의 6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참여 부문에 포함된 정부 신뢰도 평가에서도 한국인의 23%만이 정부를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국 평균은 39%다.

세월호 사고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는 안전에 대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고, 참사 이후 사태 수습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무능력과 무책임한 태도, 몇몇 고위 공직자들의 사이코패스 수준의 언행을 볼 때면 더욱 더 나의 행복을 국가가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시 대학가에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정부는 더 이상 헛된 숫자로 국민을 현혹하려 하지 말고, 국민들이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공감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실행으로 신뢰를 회복해가야 한다. “안녕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로 답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로 화답할 수 있는 정부여야 한다.

<윤원철 KINX 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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