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변한 ‘조작사회’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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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로 변한 ‘조작사회’의 비극

입력 2014.05.12 17:04

조작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거짓으로 그럴 듯하게 꾸며냄’이다. 사실이나 진실, 진정성 등은 무시되거나 밀려날 수밖에 없고 거짓말, 왜곡, 과장, 축소 등이 주를 이루게 된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8시 52분, 그 큰 배가 균형을 잃고 기울어지자, 위험을 느낀 어느 학생이 119에 신고를 한다. 40여분이 지난 9시 30분쯤 해경이 도착하고, 38분에 선장 일행이 맨 먼저 구조된다. 그 사이 선실에는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는 방송이 계속되고 있었다. 뒤에 주검과 함께 인양된 스마트폰의 카톡방과 동영상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4반 단체 카톡방
9시 13분, 담임 - 얘들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잇어~ 조끼 입을 수 잇음

학생 - 네

9시 16분, 담임 - 얘들아 살아서 보자

9시 22분, 학생 - 전부 사랑합니다

9시 31분, 담임 - 여러분 사랑합니다

9시 36분, 학생 - 살아서 만나자 ㅋㅋ

9시 56분, 이따 만나자 부디

어느 여고생 딸과 엄마의 대화
10시 5분, 엄마
- 정말 괜찮은 거지?

- 응응 괜찮아. 난 안에 있어서 괜찮은데 밖에 있는 애들이 ㅠㅠㅠ

그 시간에 단원고 남윤철 교사와 최혜정 교사는 ‘가만히 있어라’는 방송을 무시하고, “빨리 빠져나가라”를 외치고 있었다. 그 지시에 따라 선실을 나온 학생들이 뒤돌아보니 선생님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도 빨리 나오라고 소리치자 “걱정하지 마, 너희들 나가고 나갈게”라며 다른 학생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오지 않았다.

어버이날인 5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인 전북 시민들이 전남 진도군 서망해변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어버이날인 5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인 전북 시민들이 전남 진도군 서망해변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어느 학생이 다급하게 119에 신고한 뒤부터 살아서 나온 학생이나, 죽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증언 외는 누구의 말도 믿을 수가 없다. 세월호라는 큰 고물배가 어떻게 인천에서 제주까지 왕래하게 되었는지, 그날 어떻게 출항해서 어떻게 사고가 나게 되었는지, 사고에 대한 대처는 어떠했는지, 왜 한 명도 구조할 수 없었는지, 정부 여러 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왜 대통령마저 우왕좌왕 횡설수설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인터넷 SNS를 포함해서 온갖 신문·방송들이 초 단위로 정보를 쏟아냈지만 모두가 다르고 믿을 수가 없다. 도대체 이건 뭐란 말인가?

미필적 고의의 조작으로 탄생한 세월호
검색을 해보면 알겠지만, 이번 언론들의 보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낱말 중의 하나가 ‘조작’이라는 낱말이다. 나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가 거대한 ‘조작사회’라는 괴물로 변해 있음을 목격하게 되었다. 조작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거짓으로 그럴 듯하게 꾸며냄’이다. 사실이나 진실, 진정성 등은 무시되거나 밀려날 수밖에 없고 거짓말, 왜곡, 과장, 축소 등이 주를 이루게 된다.

사회공공성을 도외시하고 사리사욕과 국익으로 포장된 집단이기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속성이다. 경쟁과 효율만이 미덕인 돈 중심 사회는 필연적으로 조작을 강요당하고 있다.

정치와 통치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키아벨리 이후 조작은 정치나 통치의 기술로 용인될 뿐 아니라, 유·무능을 판별하는 기준으로까지 발전했다. 군사독재 시절 정권유지 차원에서 수없이 조작됐던, 간첩사건을 비롯한 이른바 공안사건들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조작의 단면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물배를 헐값에 사와 불법개조하여, 탑승 인원과 화물 적재량을 늘리는 과정에 개입한, 국가기관을 포함한 모든 관계인들의 미필적 고의의 조작으로 탄생한 괴물이 세월호이다. 결박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과적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기름 값을 줄이기 위해 1000톤 이상의 평형수를 빼버린 조작은 배의 균형을 흩트림과 함께 복원력을 상실케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게 한 것이다. 배가 기울어져 가고 있는데 선장은 승객의 구난조치보다는, 사고 때의 책임과 그것이 미칠 선박회사나 선주의 이익을 위해 여러 번 통화하며 의논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선장이나 선주 측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사고를 조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조작사회에서 사고에 대처하는 그들의 매뉴얼이었고, 그 매뉴얼에 따라 가장 먼저 탈출했다.

권력화된 언론이 조작사회 일등공신
정치와 통치의 상징이며 무한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어떠했나? 진정성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조작만 돋보이는 행동이었다. 오바마가 “아버지의 마음으로 애도의 뜻을 전하며 빨리 구조되기를 바란다”며 울먹일 때도, 박근혜 대통령은 피눈물을 흘리며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을 멀거니 바라볼 뿐이었다. 온 국민이 TV 앞에서 눈물을 철철 흘리고 있는데, 가족이 오히려 대통령 앞에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부르짖고 있는데, 그냥 덥석 안고 같이 울면 될 것을, 기껏 전화번호 받아와 따로 전화한 것이 그리도 대단한 일이라고 선전해 대며 슬픔을 조작하고 있었다. 

전국 곳곳에 분향소가 마련되고 국민들은 스스로 상주가 되어 추모행렬이 장사진을 이루는데, 극우 일본 총리도 도쿄 어디에 마련된 분향소에 말없이 가서 예절을 표하는데, 그냥 달려가면 될 것을 이리저리 계산하고 미적거리다가 가짜 유족 할머니 논란까지 일으켰다. 다른 고위 관료들의 행태는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어느 도지사는 자기가 타야 한다며 구조 헬기의 출발을 늦추는가 하면, 어느 장관은 구조를 위해 물속으로 뛰어드는 잠수부들을 자기가 격려하고 난 뒤에 들어가라고 잡아놓기도 하고, 어느 장관은 구조 소식을 기다리며 눈에 핏발이 선 가족들 사이에서 라면을 먹는다고 난리고, 청와대 대변인은 계란도 안 넣었는데 뭐 그리 대수냐고 느물거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어느 국장은 기념촬영하자고 보채고, 야당 정치인들은 혹시 불똥이라도 튈까봐 잔머리에 눈알만 돌리고 있고…. 조작에 동원된 정치인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뭔지도 모른 채 그냥 조작사회의 매뉴얼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구조와 인양 과정의 난맥상도 조작사회의 산물이었다. 생명이 죽어가는 일촉즉발의 순간에도 주도권을 다투고, 성과를 챙기고, 자기이익을 따지는 구조화된 조작사회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돈만이 횡행하고 가짜가 판을 치는 인간이 없는 세상에, 인간 아닌 조작된 인간이 좀비처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인간이 없는데 책임감이나 도덕성을 따질 수 있겠는가? 이런 조작사회의 일등공신은 권력화된 언론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언론은 지금 이 시간에도 온갖 조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참사의 원인도, 진상도, 처리도, 향후 대책도 돈과 이와 결탁한 정치, 언론 등에 의해 조작돼 가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이런 조작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비인간화된 돈 중심 사회를 그대로 두고 아무리 꼼지락거려 보았자, 또 다른 세월호 참사는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수호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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