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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사회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달라진다

입력 2014.05.02 16:55

관료들의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관료들을 “일반적으로 성심껏 일하게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렵다.

무능하고 부패하고 먹통인 대한민국. 이것이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보여준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당장 고쳐나가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턱하니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하나 더 장관급보다 높은 곳에 만들면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아니다. 이번에 무능하고 먹통임이 여실히 드러난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실패담을 보면 그 대답은 자명하다. 해답은 훨씬 더 어렵고 근본적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은 멸공봉사(滅公奉私)와 복지부동(伏地不動)에 젖은 관료를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우선 쉬운 것부터 생각해 보자. 부패한 시스템을 막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그래도 비교적 간단하다. 여기서의 핵심적인 정책 도구는 ‘공직자 윤리법’이다. 현재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이 법을 손질해서 구멍을 메우고 찢어진 곳을 꿰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법의 핵심적 강제는 퇴직 관료에 대해 ‘원칙적 취업 금지, 예외적 취업 허용’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칙이 실종되고 예외가 판을 치고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그렇다고 전면적 취업 금지를 채택하는 것은 속은 후련할지 모르지만 퇴직 관료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아마도 위헌에 해당할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다른 방법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하나는 취업현황 공개이고, 다른 하나는 적색경보 자동발동장치이다.‘햇빛만큼 좋은 방부제는 없다’는 말이 있다. 후에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지명에 의해 연방 대법관으로 봉사했던 ‘민중의 변호사’ 브랜다이스 판사의 말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 그 자체가 현상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효험이 있다는 말이리라. 취업현황 공개란 퇴직 후 일정 기간(예를 들어 5년) 이내의 고위 관료들은 모두 자신이 현재 근무하는 직장을 신고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하는 것이다. 그래야 전체적인 현황이 파악되고 사회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통제장치를 개발할 수 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16일째인 5월 1일 오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 총리는 가족들과 구조·수색 상황,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김기남 기자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16일째인 5월 1일 오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 총리는 가족들과 구조·수색 상황,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김기남 기자

퇴직 관료의 재취업 현황 공개하자
두 번째는 적색경보 자동발동장치이다. 우리가 퇴직 관료의 민간기업 취업을 제한하면서도 완전히 금지하지 않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부패를 염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관료로서의 경험을 잘 발휘하여 민간기업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허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퇴직 관료가 특정 기업의 특정 직위에 연이어 취업하는 경우, 이를 민간기업의 일반적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기보다는 해당 기업과 관료 간에 지속적인 결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부정이 발생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으나, 일단 사회 전체가 그런 상황을 눈여겨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적색경보를 발동하자는 것이다. 적색경보가 발동되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 관료가 이런 기업에 취업하려고 할 경우 그것이 부당한 결탁과 연계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더욱 세밀하게 심사하도록 한다.

이제까지는 부패를 막는 최소한의 장치를 살펴봤다. 그러나 이런 장치는 그 취지가 기본적으로 어떤 행위(이 경우에는 재취업)를 금지하는 것이어서, 어떻게든 이를 회피하려는 적극적인 유인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별도의 규율장치가 필요하다.

필자는 ‘국가배상법’을 개정하여 관료의 잘못에 의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게 인정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의 국가배상법은 국가의 배상 범위를 지극히 좁게 설정하여 국가배상법이라는 명칭 자체가 무색한 수준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 정도 되면 모를까 동양증권 사태 정도 가지고는 국가의 배상책임을 추궁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급하게 국가배상법을 개정하여 국가의 책임을 지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위정자와 관료들이 대형 사고를 방지할 보다 적극적 유인을 가지게 된다.

앞에서는 공공의 이익보다 자신의 사익을 앞세우는 소위 멸공봉사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는 복지부동의 해소, 즉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유인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 어려운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거론한 체제가 정말 잘 작동한다면 관료들의 복지부동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배상 책임 범위 훨씬 넓혀야
관료들의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 관료들을 ‘일반적으로 성심껏 일하게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렵다. 실에 물체가 매달려 있을 때 실을 잡아당겨서 물체를 끌어오기는 쉬워도, 실을 밀어서 그 물체를 밀어내기는 불가능한 것과 유사한 이치다. 여기서의 핵심 키워드는 재량권의 부여와 공정한 인사체계의 정립이다. 관료의 부패를 통제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관료들에게 응분의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높으신 분들이 결정할 수 없고, 높으신 분들이 해당 문제의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무 책임자에게 재량권을 주고 소신껏 일을 처리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충분조건은 아니어도 적어도 필요조건 정도는 된다.

마지막 과제는 공정한 인사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빈 말이 아니다. 복지부동하는 관료는 퇴출되고, 자신의 직무를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소신껏 일하는 관료가 승진할 때 비로소 복지부동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래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관료제도를 가지고 우리 사회를 선진국으로 진입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관료는 한때 우리 사회에서 가장 깨끗하고 효율적인 조직이었지만 지금은 무능하고 부패하고 정작 중요한 일은 안 하는 조직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들이 아직도 잘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윗사람 입맛을 맞추는 일이다. 또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일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돌아가게 만들려면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는 수밖에 없다. 즉 윗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윗사람이 먼저 관료제도의 개혁을 원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인사를 통해 관료를 통제해야 한다. 이 역시 윗사람의 몫이다.

결국 공은 돌고 돌아서 박 대통령에게로 다시 왔다. 과연 박 대통령은 할 수 있을 것인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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