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눈]국민의 분노를 공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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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의 눈]국민의 분노를 공감하는가

입력 2014.05.02 16:32

[유승찬의 눈]국민의 분노를 공감하는가

잔인한 4월이 갔다. 함민복 시인의 표현대로 ‘숨쉬기도 미안한 4월’이 갔다. 302명의 실종자 가운데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온 국민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꽃다운 아이들이 오직 어른들을, 사회를, 국가를 믿은 죄로 차갑고 깜깜한 바다 속에서 희생됐다.

마지막 순간까지 구조를 기다리며 그저 엄마, 아빠를 애타게 찾았을 그 간절하고 여린 손을 잡아주는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16일, 17일, 18일…. 기적을 바랐던 첫 3일 동안 정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괴물 같아 보였다.

국가는 또 하나의 세월호였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적을 바라던 국민들의 마음은 절망과 죄의식 가득한 분노로 바뀌었다. 4월 16일부터 28일까지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330만건의 글 가운데 심리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분노’였다. 이 성난 분노는 일차적으로 대통령, 청와대, 정부를 향해 있다. 최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량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비교해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대부분 정부 구조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상황의 엄중함을 느껴야 한다. 국가안전처 신설 같은 공약성 정도로 돌파될 상황이 아니다. 지금은 선거 캠페인 기간이 아니라 국가적 재앙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고, 수백명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최고책임자가 바로 대통령 자신임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희생자 가족과 국민이 느끼는 슬픔의 크기를 가늠이라도 할 수 있다. 나아가 그 분노까지도 이해할 수 있어야 진짜 사과를 할 수 있다. 국민의 가슴을 어루만질 수 있는 진정한 사과는 세월호 참사 후유증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오직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사과가 전제돼야 근본 대책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희생자 가족들이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해 달라고 애타게 몸부림치는 동안 정치권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이 와중에도 막말을 쏟아내며 희생자 가족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겁하게 숨어 있던 시간들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을 해야 한다. 130명의 의원을 가진 제1 야당이 정치적 판단을 이유로 침묵하는 동안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그 안타까운 시간들이 가뭇없이 지나가버렸다.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늑장대응에 분노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그들을 대변할 야당의원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과문을 읽은 것이나, 야당의 두 당대표가 기자회견문을 읽은 것이나 슬픔을 공감하는 태도 측면에서 크게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정혜신 박사는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배가 침몰한 것이 1차 트라우마라면,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은 2차 트라우마라고 했다. 결정적으로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2차 트라우마라는 게 정신의학의 정설이라고 했다.

물론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무기력과 슬픔과 분노와 죄의식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정부나 정치 영역뿐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이번 참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대통령과 정부와 국회가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비로소 더 나은 공동체와 윤리의식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미래의 공약보다 지금 이 순간의 공감이다.

<유승찬 소셜미디어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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