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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침몰하다

입력 2014.04.28 18:06

세월호라는 불행한 사고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공범으로서 부끄러움과 통감의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세월호가 바다에 잠기는 것을 바라보는 심경은 참혹했다. 배 안에 사랑하는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에야 비할 수는 없겠지만, 6000톤이나 되는 거대한 여객선이 서서히 물에 잠기는 걸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의 충격과 비탄도 그에 못지않다.

세월호의 조난이 처음 보도되었을 때만 해도 설마 저대로 물에 잠기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섬들이 바로 지척에 보이는 연안인 데다가 헬기가 날고, 구조선들이 둘러쌌으니 무언가 대책이 있으리라 안심했었다. 설마 그 안에 있는 어린 학생들이 배와 함께 바다에 잠기리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아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듣고 객실에서 기다리던 어린 학생들도 그런 심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는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맥없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이 나라가 국민을 지킬 수 있을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틈만 나면 국격을 이야기하고, 세계 10위의 공적들을 자랑하던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국민들이 더욱 경악한 것은 정부가 드러낸 무력함과 혼란이었다.

4월 21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근방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 홍도은 기자

4월 21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근방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 홍도은 기자

비탄과 경악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탑승객 인원부터 실종자의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몇 차례나 스스로의 발표를 번복하고, 때를 놓쳐 수백명의 사람이 탄 여객선이 눈앞에서 뒤집어져 속절없이 가라앉는 동안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채 허둥대는 모습은 ‘국가’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 좌충우돌, 갈팡질팡의 정부를 보다 못해 이번에도 민간 잠수부와 쌍끌이 어선과 오징어 배와 자원봉사자들이 나섰다. 정부가 한 일은 구급차를 가로막고 행차를 하거나, 한구석에서 라면을 먹거나,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유족들을 가두고 감시하는 일이었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과연 이 나라가 세금을 바치고,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르던 대한민국이 맞는가.

세월호는 대한민국이었다.

위기가 닥쳐오자 승객의 안전을 지켜야 할 선장이 가장 먼저 배를 버리고 달아나고, 제 자리를 지켜야 할 승무원들도 제 살길을 찾기 바빴으며, 정확한 상황을 알리고 조속한 대책을 알려주어야 할 안내방송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며 승객들을 사지로 몰았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를 바라보며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생각했다. 모로 쓰러진 세월호를 대한민국에, 달아나는 선장을 국가 지도자에, 승무원들을 공무원들에, 방송을 언론에 이입하는 것은 전혀 무리한 상상이 아니다.

위험에 빠진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하며, 실제로 침몰해 가는 배의 주변에서 ‘가만히 있던’ 이 나라에 대해 국민들은 이 나라가 국민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국가는 거대한 힘을 지닌 괴물이다. 국민이 위탁한 권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막강하다. 자칫 그 힘을 잘못 쓰면 걷잡을 수 없는 참극이 벌어진다. 그래서 국가는 힘이 강한 만큼 책임도 크다. 괴물이 될 수도 있는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들은 언론이라는 감시인을 두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과연 그 소임을 다하였는가.

절규하는 유족들에게 보험회사의 보상금을 친절히 계산하기 바빴고, 이번 사고를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의 호기로 이어나가는 발빠름도 보였다. 현장의 실태보다는 정부가 불러주는 통계를 앵무새처럼 읊조리다가 함께 갈팡질팡하였으며, 비탄과 혼란에 빠진 유족과 국민에게 그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나팔만 불어댔다.

대통령 자신부터 엄단하고 사과해야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고 한다. 당연히 엄단하고 철저히 사고 원인을 규명할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에 앞서 할 일이 있었다. 대통령은 자신부터 엄단하고 사과해야 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7조 1항의 공무 수행자의 책무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34조 6항의 국가 통수권자로서의 책무에 대해 대통령은 먼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을 엄단해야 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엄단하는 존재, 야단치는 존재로 착각한다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국민들은 야단치는 대통령을 뽑은 게 아니라, 책임지는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세월호를 바라보면서, 앞서 일어난 천안함의 비극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장병들이 수장된 천안함의 비극은 북한만 탓하기에는 여러 모로 허술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수심 위로 올라온 함정을 지켜보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초기 대응이며, 그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안보상의 허점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규명되지 않은 채 덮어졌다. 국민의 우려와 분노를 북한이라는 표적으로 돌리기에 급급했을 뿐이었다. 세월호는 그런 점에서 천안함의 연장에 놓여 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가슴에 훈장만 걸어준 천안함이 오늘의 세월호를 만들었다.

책임 있는 국가라면 국민의 분노를 피해선 안 된다.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민심이 이반하자, 일제는 저들을 향한 분노의 표적을 재빨리 재일조선인에게 돌려 위기를 모면했다. 1992년 미국의 LA 폭동 때 흑인들이 폭동의 칼끝을 애꿎은 한인에게 돌린 기억도 생생하다. 이러한 표적 돌리기를 제 국민에게 하는 나라라면 그것은 이미 국가가 아니다.

세월호라는 불행한 사고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공범으로서 부끄러움과 통감의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범죄자를 엄단하는 일로 자신의 범죄를 덮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국가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는 국민에게 대통령은 제 자녀를 배 안에 둔 부모의 심정으로 대답해야 할 것이다. 손톱이 모두 빠지도록 배의 철문을 긁다가 생명을 잃은 어린 영혼들의 절규에 통회의 심경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

<이시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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