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 출신이 하사관 지원 이유 ‘니들이 알아?’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대위 출신이 하사관 지원 이유 ‘니들이 알아?’

입력 2014.04.21 16:11

  •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국방부는 직업 군인의 정년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직업 군인의 정년이 연장되면 장교와 같은 군인의 길을 가려는 자원은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장교로 전역한 후 부사관으로 다시 입대한 군인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시절이 있었다. 육군 대위로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계급을 낮춰 하사 계급장을 다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언론도 “국가와 군을 너무 사랑해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는 당사자의 인터뷰를 크게 실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군번이 2개인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더니, 급기야 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이 돼버렸다. 어떤 경우에는 병사로 제대한 후 장교, 이어 부사관으로 다시 임관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2월 31일 경기 광주 특전교육단에서 교육 중인 부사관 훈련생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012년 12월 31일 경기 광주 특전교육단에서 교육 중인 부사관 훈련생들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군인연금 받는 ‘20년 이상 복무’ 충족
국방부도 예비역 대위 출신들의 부사관 지망률이 갈수록 증가하자 이들의 전문성을 감안한다는 명목으로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07년 2월부터 초임 계급으로 중사를 달아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장교가 전역 후 부사관으로 다시 군복을 입는 실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군인 연금’에 있다. 대위로 전역하면 군인 연금을 받지 못하지만, 부사관으로 다시 임관한 후 추가로 군복무를 하면 군인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군인에게 복무기간 20년은 매우 중요하다. 군생활 20년을 넘기면 군인 연금 수혜자가 된다. 또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이 주어진다. 한마디로 죽을 때까지 연금을 매달 받을 수 있고, 사후에는 국립묘지에서 지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963년 도입된 군인 연금은 군인의 퇴직, 사망, 요양 시 본인이나 그 가족의 생활 안정과 복리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제도다. 군인 연금은 군 복무기간 중 납부한 기여금을 토대로 지급된다. 공무 중 질병 또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에게 지급한다.

소위로 임관해 군생활 21년째면 통상 중령 12호봉으로 매달 36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각종 수당까지 더하면 중령 12호봉의 연봉은 6500만∼7000만원쯤 된다. 전역을 하게 되면 매달 202만원 정도의 연금을 받게 된다. 공무원 연금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국방부는 임무수행의 특수성은 물론 격오지 근무에 따른 열악한 조건 등을 고려하면 군인 연금의 수준이 공무원 연금보다 높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군인의 경우 계급정년의 제한을 받게 되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이른 정년을 맞이하고 재취업의 어려움이 크다는 점 등도 든다.

국방부는 “군인 연금 대상자의 48%가 전방지역 등에서 근무하고 상당수가 45∼56세에 정년을 맞는다”고 밝히고 있다.

국방부는 직업군인들의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면서 직업군인의 정년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장교의 계급정년을 대위의 경우 43세에서 45세, 소령 45세에서 48세, 중령 53세에서 55세, 대령 56세에서 57세로 각각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부사관인 원사와 준사관인 준위도 55세에서 57세로 계급정년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직업군인들은 사실상 누구나 20년 이상 복무를 보장받게 된다. 대위로 전역했다가 다시 중사로 임관하는 사례도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는 1963년 군인 연금을 설립했지만 그 기금은 이미 1973년에 고갈됐다. 이후 운용 재원의 부족분은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군인 연금 국가보전금을 살펴보면 2009년 9409억원, 2010년 1조566억원, 2011년 1조2266억원이다. 2012년에는 군인 연금법이 일부 개정돼 국가보조금이 1조1503억원으로 줄었지만 2013년에는 1조3131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2014년 한 해 적자 보전금만 1조344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연히 군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일반 국민의 군인 연금에 대한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방부도 지난해 7월 군인 연금법을 개정해 군인들의 기여금 납부비율을 기준 월소득액의 5.5%에서 7%로 인상했다.

대학 취업률 높이고, 군은 예비역 재취업
군인의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년이 보장될 경우 소위 ‘소포대’(소령 진급을 포기한 대위) ‘중포소’(중령 진급을 포기한 소령) ‘대포중’(대령 진급을 포기한 중령) 군인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차기 진급을 포기하는 경우 아무래도 임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나저나 직업군인의 정년이 연장되면 장교와 같은 군인의 길을 가려는 자원은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장교가 될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에 입교하는 외에도 일반 대학의 학군장교(ROTC)로 임관하거나, 군사학과에 진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군사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면 군장학생 신분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4년간 대학생활을 할 수 있다. 졸업 후에는 소위로 임관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군사학과는 6~7년 이상 근무할 장교를 양성할 목적으로 대학들과 육군본부가 협약을 맺어 2011년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교수진들은 군 당국의 추천을 받은 예비역 장교들로 채워진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군사학과 붐이 일고 있다. 군사학과의 경우 재학생들이 졸업 후 임관을 하면서 소속 대학의 취업률을 높인다는 점이 한몫을 했다. 또 직업군인과 같은 안정된 직업을 원하는 지원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군사학과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으로는 건양대, 대전대, 청주대, 용인대, 영남대, 경남대, 원광대, 조선대 등이 대표적이다.

군사학과 설치 붐은 군과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군에서는 예비역 고급 장교들을 군사학과 교수진으로 재취업시킬 수 있고, 대학에서는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인기학과를 개설할 수 있어서다.

군사학과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여학생들의 지원도 많다. 여학생들도 여군 장교로 합격할 경우 장교로 임관할 수 있다. 만약 장기복무를 원치 않으면 군무원이나 국방공무원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물론 군사학과 출신이라는 혜택은 없지만 면접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해병대 장교를 양성화하기 위한 해병군사학과까지 단국대학에서 창설됐다. 일부 대학에서는 특전 부사관을 양성하는 학과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병영국가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대학들이 안보 강화 기조에 편승하거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군사 실무인력 양성에 나서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게다가 장교의 자질을 갖춘 자원은 한정됐는데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정원을 늘리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군사학과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졸업생들이 소위 임관 평가에서 탈락할 경우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