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사각지대’ 모피아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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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사각지대’ 모피아와 삼성

입력 2014.04.08 20:52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사회의 그늘에서 조용하게 그리고 불법적·비정상적으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집단이 많이 있다.

개혁이란 기득권을 재배분하는 과정이다. 어떤 한 집단이 누리고 있는 권한의 일부 또는 전부를 뺏어서 다른 집단들에 돌리는 과정이다. 물론 이런 과정이 ‘개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현재 어떤 집단이 기득권을 누리는 것이 정당하지 않기 때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기득권 집단을 상대로 개혁을 시도했다. 일부는 성공했으나 대부분은 실패했다. 하나회를 해체하고 군부가 누리던 정치권력을 정치권으로 되돌린 개혁은 성공했다. 문민정부가 하나회를 해체한 이후 적어도 현재까지 군부가 다시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기 때문이다.

퇴직 모피아 관료 명단은 빙산의 일각
실패한 개혁은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노무현 정부 때 시도했던 사학개혁이 그 좋은 예다. 난공불락의 철옹성인 사학법인을 개혁하고자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대학평의회를 설립하고, 개방이사를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학평의회를 설립하지 않고, 개방이사를 뽑아야 할 차례가 오면 아예 이사 자체를 뽑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가 이사 수가 부족하게 되자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개방이사 부분만 제외하고 다른 이사는 과거 방식으로 뽑아도 된다고 명시적으로 사립학교법 부칙을 깔아뭉갰다.

삼성은 금융회사의 고객 돈을 이용해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전략을 확립했다. 삼성생명은 금산분리 문제만 나오면 언제나 규제와 충돌했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보험회사 자산 운용의 건전성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 상식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 김창길 기자

삼성은 금융회사의 고객 돈을 이용해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전략을 확립했다. 삼성생명은 금산분리 문제만 나오면 언제나 규제와 충돌했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보험회사 자산 운용의 건전성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 상식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 김창길 기자

개혁은 왜 성공하고 실패하는가. 성공의 가능성은 희박하고 그 조건은 실낱같이 연약하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보면, 국민적 공감대가 있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개혁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개혁의 당사자는 모르게 전광석화처럼 움직이고, 기득권의 핵심을 정확하게 건드릴 때 비로소 개혁이 성공했다. 하나회 해체는 이 조건을 만족했다. 사학개혁은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속성상 수많은 사학법인 장학생들인 국회의원의 암묵적·명시적 반대를 뚫고 나갈 수 없었다. 2011년 가을을 뜨겁게 달구었던 경제민주화 논의 역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으나 대통령의 의지가 없어서 결국은 실패했다.

혹자는 창조경제의 시대에 뜬금없이 웬 ‘개혁’ 타령인가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사회의 그늘에서 조용하게, 그리고 불법적·비정상적으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집단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기득권의 문제가 어쩔 수 없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다시 개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모피아 개혁이다. 얼마 전 새정치민주연합(구 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실은 모피아가 우리나라 금융기관으로부터 얼마나 단물을 빨아먹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표를 하나 공개했다. 금융지주회사, 은행, 보험 등 중요 금융기관에 마블링처럼 박혀 있는 퇴직 모피아 관료의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물론 이 표는 빙산의 일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계에 모피아를 중심으로 한 먹이사슬이 얼마나 촘촘하게 짜여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충분하다.

모피아 개혁이 필요한 또 다른 사례는 지난 2월 말에 공개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자료였다. 이 자료에 의하면 모피아(즉 금융위원회 관료들)는 이미 2008년에 론스타로부터 일본의 골프장·호텔 등의 관련 통계를 다 제출받았다. 그런데 이를 덮어버렸던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나중에 론스타가 탈출하려 할 때는 일본 골프장·호텔 자료는 쏘옥 빼놓은 자료에만 근거해서 “탈출해도 좋다”고 면죄부를 주었던 것이다.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로부터는 철저하게 단물을 빨아먹는 모피아의 정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법과 논리를 꺾고 기득권 유지한 삼성
두 번째로 개혁이 필요한 집단은 삼성이다. 그동안 삼성은 수없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위법을 저질렀고, 그 때마다 법과 논리를 비틀고 꺾으면서 기득권을 유지해 왔다.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삼성생명의 금산법 위반, 삼성생명의 위법한 상장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삼성은 명백하게 위법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관련법을 비틀고, 필요하면 꺾고, 때로는 자신만을 위한 면죄부 조항을 만들어 가면서 버텨 왔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당시 후보의 대선 공약을 비틀어서 좌절시키고 아직도 꿩 구워먹은 상태로 만든 것이 가장 최근의 승리 사례다.

그런데 최근 뜻하지 않은 곳에서 조금씩 물이 새고 있다. 역린(逆鱗)은 언제나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가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금융회사는 고객의 재산을 운용해서 수익을 만들어낸다. 다만 특정한 자산에 고객의 돈을 ‘몰빵’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에 총자산 또는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상을 한 곳에 몰아넣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자산의 가치 평가는 당연히 시가로 하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유독 보험회사만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시가가 아니라 취득원가로 계산하고 있다. 이러니 분모인 자산의 가치는 계속 증가해도 분자는 고정되어 있고, 따라서 자산운용규제는 무의미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는 아마도 눈치챘을 것이다. 누가 이런 비상식적인 짓을 하고 있는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정확히 삼성전자에 대해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런 비상식적인 조항은 오직 삼성만을 위한 편법인 것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에게 부를 상속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고객 돈을 이용해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전략을 확립했다. 그러나 이것은 금산분리라는 우리나라 금융규제의 근간과 배치되는 위법한 전략이었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금산분리 문제만 나오면 언제나 규제와 충돌했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보험회사 자산 운용의 건전성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서 상식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4월 임시국회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지난 2월에 못다한 숙제인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핵심은 모피아 개혁이다. 그리고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문제도 조금씩 언론을 타고 있으니 다시금 삼성생명의 개혁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많다. 또다시 개혁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적 공감대는 있다. 대통령의 마음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기득권자 모르게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면 할 수 있다. 금융위 설치법 개정하고 보험업법 개정하면 된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은 할 수 있을 것인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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