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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병동’ 우즈, 골프 황제 자리도 흔들

입력 2014.04.08 19:20

우즈는 지난해 3월 세계랭킹 1위로 복귀해 1년 넘게 ‘골프 황제’로 군림했지만, 부상으로 인한 공백 기간 동안 1위 자리를 지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4월 11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 불참한다. 우즈는 지난주 등 수술을 받고 당분간 대회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그의 부상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즈 없는 마스터스는 상상하기 힘들지.”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개막을 10일 앞둔 지난 1일(한국시간), 마스터스를 수년째 현장에서 취재해온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스터스에 대한 우즈의 애착은 특별하다. 경기 중 기권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출전은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이거 우즈가 3월 9일 열린 WGC 캐딜락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경기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3월 9일 열린 WGC 캐딜락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경기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그 예상은 바로 그 다음날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즈는 지난 2일 자신의 웹사이트(www.tigerwoods.com)를 통해 등 수술 사실과 마스터스 불참을 공식 발표했다. 우즈는 “마스터스에 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더 멀리 보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당장은 당황스럽지만 더 나은 골프를 하기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마스터스는 우즈가 가장 좋아하는 메이저 대회다. 우즈는 1995년 아마추어로 처음 출전한 뒤 4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지난 19년 동안 개근했다. 4승(1997, 2001, 2002, 2005년)을 포함해 톱 10에 13차례나 드는 등 4대 메이저 중에서 성적도 가장 좋았다. 2009년 말 불륜 스캔들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가 복귀무대로 삼았을 만큼 출전에 애착을 보였기에 이번에도 도중 기권을 하더라도 출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골프 팬 대부분의 바람과 달리 우즈는 극비리에 수술대에 올랐고 당분간 대회에 나설 수 없게 됐다.

19년 동안 개근한 마스터스대회 불참
더 큰 문제는 그의 부상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즈는 지난 2002년 처음으로 왼쪽 무릎에 찬 물을 빼내는 수술을 받은 뒤 그동안 네 차례나 무릎이 고장이 나 수술대에 올랐다. 2010년부터는 목 디스크 증세로 힘들어했고, 2011년부터는 왼쪽 다리의 아킬레스건이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목과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8월 열린 플레이오프 더 바클레이스 최종 라운드에서는 경기 중 무릎을 꿇고 쓰러지기까지 했다.

올 시즌엔 허리까지 탈이 났다. 지난 3월 열린 혼다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혼다클래식 기권은 통산 일곱 번째이자 2010년 이후에만 네 번째 기권으로 기록됐다.

1975년생인 우즈는 내년이면 마흔이 된다. 골프는 40대에도 20대에게 밀리지 않는 나이와 상관없는 스포츠라고도 하지만 유연성 저하 등 신체상태는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즈는 누구보다 몸에 부담이 많이 가는 스윙으로 온몸에 성한 곳이 별로 없을 만큼 만신창이가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클래스 A 멤버인 이병옥 프로는 “스윙은 몸에 부담이 가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우즈는 몸을 많이 사용하는 부자연스러운 스윙을 한다. 우즈의 부상은 이미 15년, 20년 전부터 예견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즈의 스윙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20년 전과 비교해 몸에 부담이 많이 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평가한다. 주니어 시절 왜소했던 우즈는 그때부터 비거리를 많이 내기 위해 온힘을 다해 때리는 스윙을 했다고 한다. 부치 하먼을 만나면서 비거리를 내기 위해 임팩트 때 왼쪽 무릎을 ‘딱’ 소리가 나도록 펴주는 스윙으로 교정했고, 그때부터 무릎 부상에 시달렸다. 현재 코치인 숀 폴리를 만난 뒤에는 체중을 왼쪽에 잡아두고 다운스윙하는 스텍 앤 턴(Stack and Trun) 스윙으로 허리 부상을 키웠다는 것이다.

몸에 무리가는 스윙, 이미 예고된 부상
우즈가 자주 스윙을 교정한 이유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과신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즈와 6년간 함께했던 전 스윙 코치 행크 헤이니는 지난 2012년 발간한 자서전 <빅 미스>에서 “우즈는 샷 메이킹에 관한 지나친 과신에 빠져 스윙을 자주 바꾸고 누가 뭐래도 듣지 않았다”며 “또 장타를 치는 것을 자랑스러워해 근육을 키우는 데 집착했다. 지나친 근육이 오히려 스윙에 방해가 돼 근육과 체중을 줄일 것을 권유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고 전했다. 헤이니는 우즈에게는 마초 기질이 있으며 부상을 당한 것을 선수의 훈장쯤으로 자랑스러워하는 면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지연의 골프파일]‘부상 병동’ 우즈, 골프 황제 자리도 흔들

우즈는 2009년 말 불륜 스캔들로 추락하면서 잠시 주위의 권유를 듣기도 했다. 2012년 3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2년 6개월 만에 우승했을 때는 장기인 페이드 샷만으로 조심스럽게 샷을 날렸다. 그러나 우승을 하자마자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이병옥 프로는 “우즈는 만족을 잘 못하는 캐릭터다. 이 스윙으로도 우승하고 싶고 저 스윙으로도 우승하고 싶어해 시도 때도 없이 스윙 교정을 한다”며 “최근에는 분석형 코치인 숀 폴리와 함께하면서 기계적인 스윙을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 스윙으로는 부상 악령을 떨쳐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즈의 자신감은 여전한 것 같다. 지난 1일 수술을 받은 우즈는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며 낙관적이다. 회복시간이 필요하겠지만 2개의 기록 달성도 언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가 말하는 2개의 기록이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다승(82승·샘 스니드)과 메이저 최다승(18승·잭 니클라우스)이다. 1996년 PGA 투어에 데뷔한 우즈는 메이저 대회 14승을 비롯해 통산 79승을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도 가물가물
그러나 그의 말처럼 미래는 장밋빛만은 아니며, 특히 가장 큰 목표인 메이저 대회 최다승 기록 경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즈의 메이저 우승시계는 2008년 US오픈 이후 6년째 멈춰서 있다. 우즈는 지난해 5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4개 메이저 대회에서는 톱10 두 번에 그쳤다.

평소 60대 타수를 쉽게 치지만 지난 2년간 메이저 대회 주말 라운드에서는 60대 타수를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을 만큼 후반 뒷심이 달렸다. PGA 투어 16년 경력의 미국 골프채널 해설가 브랜들 챔블리는 우즈의 부진에 대해 “다른 대회와 달리 메이저 대회 3·4라운드가 되면 퍼팅 스트로크가 부자연스러워진다. 퍼터 헤드를 안쪽으로 빼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중암감을 가지고 퍼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우즈는 지난해 3월 세계랭킹 1위로 복귀해 1년 넘게 ‘골프 황제’로 군림했지만 공백 기간 중 1위 자리를 지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병옥 프로는 “우즈도 사람이다. 부상에서 회복한다 하더라도 스윙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부담을 줄이지 않는다면 황제 자리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즈는 1996년 프로 전향 후 올해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PGA 투어 최다승과 메이저 최다승 달성을 바라보고 있는 우즈가 기로에 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위기 때마다 스윙 교정과 코치 교체 등으로 효과를 봐왔던 우즈가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사뭇 궁금하다.

<이지연 중앙일보 체육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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