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를 향한 세련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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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를 향한 세련된 응원

입력 2013.06.24 17:36

무비꼴라쥬

무비꼴라쥬

제목 힘내세요, 병헌씨

영제 Cheer up Mr. Lee

제작연도 2012년

감독 이병헌

출연 조향기(내래이션), 홍완표, 양현민

등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4분

개봉예정일 2013년 6월 27일

막연하게 결기어린 응원들은 대개 시끄럽거나 낭만적이고 나른하다. 응원의 대상과도 별 관계가 없기 일쑤다. 그런 종류의 응원이란 종종 발화자 스스로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추임새나 패션에 불과하다. 근사한 수사들을 걷어내고 나면 그저 공허할 뿐이다. 정작 현실세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그 대상에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담은 응원들은 이를테면 홍대신의 어느 나른한 음악마냥 낭만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매도당한다. <힘내세요, 병헌씨>는 영화를 만들고자 분투하는 어느 젊은 감독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대변하는 젊은 세대를 향해 응원을 외친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언급한 종류와는 달리, 당사자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흥겹고 세련된 응원이다.

어느 방송국에서 신인 감독의 영화 준비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고자 취재에 나선다. 그 대상은 병헌씨다. 병헌씨는 얼마 전 촬영현장에서 싸움이 붙어 일을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혀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다큐 제작진은 병헌씨가 고난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해 감독 입봉에 성공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병헌씨는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일어나 이런 저런 잡다한 일로 하루를 보내다가 밤이 되면 매일 똑같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퍼마시고 취하면 전처의 집을 찾아가 내 딸 보고 싶어 왔으니 열어달라며 문을 두들겨대는, 그냥 진상이었다. 시나리오를 쓴답시고 겨우 컴퓨터 앞에 앉으면 제목 폰트를 바꾸는 데 한 시간씩을 허비하는 인간인 것이다. 결국 제작진은 기획을 엎으려 한다. 그때 놀랍게도 병헌씨가 시나리오를 탈고했다는 연락이 온다. 심지어 시나리오가 나쁘지 않다! 제작사까지 결정된 병헌씨는 투자를 기다리며 본격적으로 영화 메이킹에 나선다. 매일 어울리는 술친구들-데뷔 못한 PD 범수와 데뷔 못한 촬영기사 승보, 대표작이 없는 배우 영현-도 병헌씨와 함께한다.

<힘내세요, 병헌씨>는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큼 발군의 감각을 가진 영화다. 언뜻 간단한 것 같아도 풍부한 컨텍스트를 끄집어 올릴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매우 훌륭한 개그 센스가 산재해 있으며, 어디서 컷을 멈추고 멈추지 않아야 관객의 감정을 차단하거나 거꾸로 상승시킬 수 있을지, 더불어 그러한 판단이 영화 전반의 감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다. 덕분에 <힘내세요, 병헌씨>는 불필요하게 과잉되거나 불편하게 진지해지는 일 없이 시종일관 자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장 좋은 전략과 시간 안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주인공과 친구들 사이의 화학작용은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병헌을 연기한 홍완표 이외에 양현민, 김영현, 허준석의 조합이 영화 전반에 근사한 상승작용을 가져온다. 그 가운데서도 PD 범수를 연기한 양현민은 <힘내세요, 병헌씨>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과 함께 가장 눈여겨볼 만한 배우다. 주목해 보시라.

청년세대를 향한 온갖 종류의 응원이 난무하는 시대다. 애초 “짱돌을 들어라”로 시작했던 응원은 결국에 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자기계발 논리로 환원되어 귀결되었다. 그것은 정직하지 않은 형태의 응원과 연대라는 것이 결국 그 대상을 ‘우리와 다른 무엇’으로 고립시키고 나아가 게토화하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계기였다. <힘내세요, 병헌씨>는 청년세대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법론에 있어 과잉된 자기 연민이나 낭만으로의 도피, 과장된 결기, 피해의식이나 자기애를 선택하는 쉬운 길 대신, 그 모든 지뢰를 피해나가 ‘어찌됐든 그럼에도 끝까지 살아나간다’는 지점에 안착한 영화다. 근사하다.

허지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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