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 희망의 해맞이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2013년 새 희망의 해맞이

입력 2013.01.08 14:02

새해 첫 날 떠오르는 붉은 해는 희망과 소망을 기원하는 하나의 의식이다.

새벽 첫 해의 일출을 좇아 사람들은 밤을 달린다. 동해안 해안선 아랫녘 호미곶부터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안선을 따라 해맞이 인파가 긴 띠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 중 한 곳인 속초 해맞이광장과 동명항 등의 일출명소에도 수많이 사람들이 새해 첫 해오름을 기다리고 있다.

해맞이광장 여기저기에서 알록달록한 풍등에 소원의 글귀를 적어 불을 밝히는 사람들.

해맞이광장 여기저기에서 알록달록한 풍등에 소원의 글귀를 적어 불을 밝히는 사람들.

속초 해맞이공원의 해맞이 인파들
새해 첫 날 떠오르는 붉은 해는 희망과 소망을 기원하는 하나의 의식이다. 세밑 한파에도 불구하고 해맞이 인파가 해를 좇아 밤길을 달려 새벽을 맞는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하고 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출발선을 찾아가는 셈이다. 찬란한 첫 태양을 맞이하며 새로운 소망을 세우고 희망찬 한 해를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다.

속초 해맞이광장과 일출로 유명한 동명항 인근에도 새벽을 달려온 자동차의 불빛과 인파가 몰려 있다. 여름철 성수기를 제외하고 비교적 한산했던 해변에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해를 기다리는 것이다. 인근의 속초 중앙시장에는 미리 도착한 해맞이 인파가 밤을 꼬박 지새며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환하게 밝혀둔 상가의 백열전구 불빛과 북적거리는 인파들, 오랜만에 찾아온 사람들 덕분에 시장통에는 활력이 넘친다. 햇귀(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가 밝으려면 아직 서너 시간 남짓이 남아있으니, 새벽까지의 한기를 견디며 요기를 할 작정인 셈이다. 짙은 겨울밤의 추위와 어둠은 대수가 아니다.

속초 중앙시장 들머리의 수미네 건어물 가게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30년째 오징어 등 건어물을 팔고 있는 최은주씨가 일손을 거들러 나온 남편 염덕주씨, 그리고 아들 내외와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며 새해의 소원을 귀띔한다. “우리 가족 모두 화목하고 건강하면 그만이지요. 아들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며느리가 얼마 전 임신 소식이 있었어요. 그저 탈 없이 예쁜 손주를 얻는 것이 제일 큰 소원입니다. 그저 대한민국 사람 모두 부자 되고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지요.” 새해를 맞은 대목 장터에는 사람이 가득하고, 삶의 터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오전 6시 30분. 햇귀가 차오르려면 아직 한 시간 남짓 시간이 남아 있다. 아직 어둠이 짙은 새벽바다를 바라보며 해맞이광장 주위를 시작으로 인파가 해안선을 따라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다. 사람들은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해를 기다린다. 밤과 새벽 사이를 사람들의 온기가 채우는 셈이다. 불을 밝힌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어두운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며 사람들에게 해오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린다. 푸르스름한 등대 아래 불빛바라기를 하던 사람들도 해안선을 따라 한 발짝씩 걸음을 내디딘다. 모두가 새해를 기다리는 기쁨과 설렘으로 다소 들뜬 모습이다.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표정에 새로운 희망이 물들기 시작한다. 속초의 대포항과 해맞이공원은 우리나라 해돋이의 명소로 이름이 자자한 곳으로 사시사철 어느 때든지 기막힌 일출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곳이다. 특히 새해 첫 날 등 연초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속초해변을 찾는다. 속초 주민들은 해맞이 관광객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로 추위와 어둠을 녹이고 있다.

계사년 첫 일출은 바다와 천지를 붉게 만든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도 홍조로 붉게 물든다.

계사년 첫 일출은 바다와 천지를 붉게 만든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도 홍조로 붉게 물든다.

삼삼오오 줄지어 선 희망의 출발선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가족들은 해가 오르기 전까지 광장에 마련된 해맞이 프로그램을 즐기며 추위를 잊어버린다. 따스한 차를 나누어 마시기도 하고 뱀을 형상화한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한다. 광장 여기저기에서 알록달록한 풍등에 소원의 글귀를 적어 불을 밝힌다. 새해 첫 하늘 위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풍등’을 날려보내는 의식이다. 가족과 함께 해맞이 여행을 왔다는 50년 지기 죽마고우들 역시 한데 어우러져 소원을 담은 풍등 날리기에 한창이다. 그 중 부산에서 출발했다는 나광수씨는 “서울 아현동이 고향입니다. 어릴 적 친구들인데, 이제는 전국에 흩어져 삽니다. 올해는 더욱 열심히 살고 또 모두의 건강과 평안을 담은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우리 네 친구 가족 모두가 하나 되는 마음도 담았지요.” 함께 한 친구 박현석씨는 이번 여행에는 노모도 함께 모셨다. “진작에 좀 모시고 나올 것을,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한 번도 모시고 오지 못해 면구할 따름입니다. 올해는 어머님께서 함께 가자고 당부를 하셨는데, 참으로 잘한 일인 듯합니다. 새해의 출발이 참 기쁩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풍등을 바라보는 노모가 두 손을 모은다. 소망이 담긴 풍등을 바라보며 늙은 어머니가 비로소 편안하다. “둥글둥글 크고 잘 생긴 해가 뜨면 좋겠구만. 그러면 내내 자손들이 편안할 것 같어.” 아직 짙은 새벽바다를 바라보는 노모의 눈빛이 따스하다.

소원을 담은 풍등아, 높이곰 날아라
짙은 동해의 밤바다. 사람들은 서로 꼭 부둥켜안거나 두 손을 모으고 해오름을 기다린다. 지난 한 해의 상념과 애증은 지난 바다에 모두 토해내고, 다시 붉은 해의 따스한 미소를 기다리는 표정이다. 해안선을 따라 삼삼오오 줄지어 선 사람들은 어둑어둑한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꽁꽁 얼어 있던 어둠이 기지개를 켜며 멀리 해안선에 햇귀가 차오른다. 드디어 해오름이다. 일렬로 띠줄을 만든 사람들의 실루엣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늘과 바다는 이내 남색 쪽빛으로, 쪽빛은 다시 점점 잘 여문 포도빛으로, 잘 익은 귤색 감빛으로 바다를 물들이기 시작한다. 스크럼을 짜듯 해안선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비로소 몸을 움직이며 웅성거린다. 서서히 햇귀가 차오르자 사람들은 두 팔을 높이 들어 환성을 내지른다. 밤새 먼 길을 달려 새벽을 지새운 사람들의 빈 가슴에 뜨거운 희망이 다시 채워지는 순간이다. 일홍해홍천지홍(日紅海紅天地紅), 해가 붉어지고 바다도 천지도 붉어진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도 홍조로 붉게 물든다. 붉은 희망의 덩어리가 사람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모두의 가슴을 붉고 따스하게 물들이는 것이다.

30년째 오징어 등 건어물을 팔고 있는 수미네 건어물 가게. 최은주씨가 일손을 거들러 나온 남편 염덕주씨와 아들 내외와 함께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30년째 오징어 등 건어물을 팔고 있는 수미네 건어물 가게. 최은주씨가 일손을 거들러 나온 남편 염덕주씨와 아들 내외와 함께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의 새해 첫 해를 마주한 사람들의 얼굴에 밝은 희망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이 땅을 빙 둘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소원하며 두 손을 모아 희망찬 한 해를 다짐한다.

이 땅에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는 새로운 출발의 마음으로 다시 한 해를 살아갈 것이다. 우리 모두는 새로움, 기대, 희망을 다시 꿈꾸며 출발선에 서 있다. 새해 첫 해오름의 기운으로 모두 다시 희망을 꿈꾼다.

글·사진|이강 <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