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가 일하는 업계의 노동자 연대를 위한 모임을 고민하는 자리가 있었다. 출판계는 영세한 업체가 많아서 노동자 조직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업계다. 연대가 추구해야 할 대의나 방법론, 당면한 과제들, 구체적인 사업들을 논의하다보니 시간은 훌쩍 지났다. 후속 일정을 정하기 위해 물었다. “온라인 공간을 어디에 만들까요?”
SNS에서도 개인의 일상을 존중하는 매너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온라인에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합의했으나, 그 어디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이었다. 먼저 포털 사이트가 언급되었다. 대부분 아이디가 있음에도 카페의 폐쇄성 때문에 접근성이 나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SNS를 사용한 이후 ‘등업’(카페 회원 등급 상향 조정)을 신청해야만 활동할 수 있는 카페 활동이 확실히 줄어들기는 했다. 비슷한 모임을 운영하는 참석자는 자신들의 온라인 카페에는 사실상 운영자의 기사 스크랩만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관심이 모인 곳은 페이스북. 폭발적인 성장세로 가장 눈에 띄는 SNS지만 개인의 신상정보가 털린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있었다. 특히나 구직자의 면접 전에 그 사람의 평판을 수소문해보는 우리 같은 업계에서는 이 그룹에 가입된 것만으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설령 동호회 같은 커뮤니티의 외양을 하고 있더라도 사장들은 자신의 직원들이 그런 곳에 가입되어 활동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길 것이라는 것이다.
SNS에 대한 사장들의 입장은 주로 양극단으로 나뉘는 것 같다. 먼저 “내가 하니 직원들도 즐겁게 하라”고 강요(?)하는 지나치게 적극적인 유형이 있다. 이들은 직원들이 얼리어답터가 되길 바란다. 직원들은 업무적인지 업무 외적인 것인지 알 수 없는 압박을 받는다. 다른 한편에는 어차피 회사 업무시간에 할 바에는 회사를 위해 사용하라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SNS 계정을 제출하게 만들거나 회사 이름을 프로필에 넣을 것을 강요한다. 사적으로 SNS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직원들이 업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대놓고 싫어하는 사장들과 비슷하다. 어느 쪽이든 강요다. “다른 곳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한다는데”라는 말도 직원에게는 부담이며, 반대로 회사에서 감시하는 개인 SNS는 회사 세컨드 계정에 불과하다.
회사는 신입직원이 영상에 능하고 SNS에 능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SNS에서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취업을 위해 급하게 SNS 계정을 개설하는 이들이 있다. 입사지원서에 SNS 계정을 기재하는 항목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취업을 하면 계정의 용도는 묘연하다. 마케팅팀 막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브랜드 가치도 아닌 고작해야 착한 척하는 SNS 채널 담당자일 뿐이다. 그래서 대기업은 ‘영혼이 없는 대행사’에 그것을 시키지 않는가.
개인의 사적인 영역들마저 노동으로 포섭되는 사회이다. 소셜 서비스는 넘쳐나는데 공공성은 어디에도 없다. 한쪽에서는 이런 것도 경쟁력이라고 말하는데 이게 발목을 잡기도 한다. 결국 그날 나온 의견 중에는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과 카카오톡 메신저 방이 있었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사실 일상을 위한 새로운 매너가 필요하다. 후배를 존중하는 선배라면, 훌륭한 상사라면 혹여나 SNS에서 ‘혹시 알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후배 직원을 추천해도 친구로 추가하거나 팔로를 하지 말길 바란다. 거래처한테 다짜고짜 카톡으로 말도 걸지 말자. 아직까지는 SNS에서마저 일하고 싶지 않다.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