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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진보정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입력 2012.10.23 11:49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진보정당을 포함한 2012년 대통령 선거 대진표가 거의 확정됐다. 출마를 선언한 야권의 거의 모든 후보들이 야권연대와 정권교체를 말하고 있어 이와는 구분되는 흐름으로 노동자·민중 후보를 출마시키자는 여론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정도가 남은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진보신당에서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는데 순조롭지는 않다. 후보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엊그제 비공식 내부회의를 열고 대통령 선거에서 던질 메시지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를 했지만 참 막막했다.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진보정당은 서민들의 바람을 충족할 수 있을까.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진보정당은 서민들의 바람을 충족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정치세력들과의 분별을 위해 급진적 정책을 제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리 급진적인 정책을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자는 의견은 사람들이 우리 같은 군소정당에 바라는 것이 과연 ‘현실적 대안’이겠느냐는 반론에 또 부딪혔다. ‘진정한 진보’를 표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주장은 무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최소한 ‘사표론’에 밀려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에 부딪혔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이런 논의를 보고 있자니 사람들이 과연 우리에게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뭘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됐다. 우리를 지지할 만한 입장에 있는 보통사람들은 사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정권을 교체해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아보자는 소박한 희망을 갖고 있다. 기성 정치권에서 대안을 찾는 사람들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기성 정치권 외부에서 대안을 찾는 사람들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려고 생각할 것이다.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는 것은 역시 너무나 힘들고 바빠 정치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선거 때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대학 동기가 ‘우리나라에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말고 무슨 정당이 있는지 알려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에 진보의 대의를 얘기하는 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의 그 복잡한 구원(舊怨)을 설명하는 게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한국에 있어서는 안 될 무의미한 정치세력이 되었단 말인가? 아니다. 그것을 인정할 수는 없다. 분명 사람들이 우리에게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당사자 후보론’ 같은 것 말이다. 예를 들면 정말로 평범한 어느 노동자가 선거에 출마해 대중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뉴스를 보다 하도 답답해서 내가 그냥 직접 출마했습니다. 선거 때마다 명문대 출신, 변호사 출신 만날 찍었지만 그래도 사는 게 너무 힘이 듭니다. 요즘 인기 있는 안철수 후보도 서울대 출신, 의사 출신, 사장님 출신 아닙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 마음을 알까요? 서민을 대변한다는 진보라는 사람들은 한 술 더 뜹디다. 못 사는 사람은 그냥 못 사는 사람 찍읍시다.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도 초등학교만 나온 가난뱅이인데 제일 잘한 대통령으로 남았습니다. 못 사는 사람도 대통령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따지고 보면 이게 진보정당의 정도(正道)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1987년 6월항쟁의 마지막 후일담이 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진지하게 진보를 얘기하는 정당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대중들에게 이런 카타르시스라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예 청년실업 등의 해결을 위해 청년이 직접 출마해 “어른들이 망친 세상!”을 외치게 해보고도 싶지만 법에 규정된 나이 문제가 있어 그건 불가능하다는 게 아쉽다.

김민하<진보신당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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