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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간 오지마을 기차여행

입력 2012.08.21 15:21

도쿠시마는 전체 면적의 80%가 산지로 현의 3면이 1000m 이상의 높은 산과 산맥으로 둘러싸인 요새와 같은 곳이다.

도시를 벗어나 작은 기차를 몇 번 갈아타며 떠나는 일본 여행이다. 꼬불꼬불 산길을 달리고 깊은 협곡을 지나 일본의 산골마을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돌아본다. 수십년도 더 된 작은 간이역에서 내려 늙은 역장에게 말을 걸어보고, 산허리쯤에 작은 집을 짓고 사는 산골마을의 골목도 돌아본다. 우리네와 사뭇 다르지 않은 자연과 일상적인 그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본다.

일본 3대 비경의 하나로 꼽히는 이야 마을 일대의 경관은 오보케에서 고보케 방면으로 내려가는 오보케 협곡 유람선을 타고 즐기면 스릴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일본 3대 비경의 하나로 꼽히는 이야 마을 일대의 경관은 오보케에서 고보케 방면으로 내려가는 오보케 협곡 유람선을 타고 즐기면 스릴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기차를 타고 떠나온 짧은 여정
도쿠시마에 발을 내디디면서 이곳에 오면 무엇을 하겠다든지, 무엇이 하고 싶다든지 하는 큰 희망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이곳이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그래서 비교적 관광지라는 느낌이 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도쿠시마는 일본열도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 섬에 속해 있다. 사실 시코쿠 자체가 일본열도 가운데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은 섬이다. 그래 그저 한갓진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빙 둘러 그 땅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도 굳이 여행을 떠나온 이유는 이즈음 누리꾼들 사이에 시코쿠를 빙 둘러 볼 수 있는 한 장짜리 기차 티켓이 쏠쏠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신칸센 고속열차에서부터 아주 작은 시골의 간이역까지 여러 번 기차를 갈아타는 여정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 될 듯하지만, 잠시 바쁜 마음을 놓으면 오히려 속내가 편해질 것만 같다. 작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도쿠시마행 기차에 가뿐히 올라탄다.

시코쿠현에 속하는 도쿠시마는 아직은 때가 덜 탄 곳으로 순수비경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에히메, 카가와, 고치현과 더불어 시코쿠 지방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서남부에 자리한 도쿠시마현은 세토나이카이 국립공원의 일부인 나루토, 아난해안, 이야 등 아름다운 천혜의 관광명소가 가득한 자연의 요람이다. 일본 여행에 익숙한 이들이라 해도 그 이름이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을 만큼 도쿠시마는 우리에게 알져진 것이 많지 않다.

도쿠시마는 전체 면적의 80%가 산지로 현의 3면이 1000m 이상의 높은 산과 산맥으로 둘러싸인 요새와 같은 곳이다. 개발이 쉽지 않은 탓에 비교적 자연 그대로의 관광자원이 남아있다. 때문에 일본 도시 여행의 인공적이고 현대적인 모습과는 또 다른 보다 인간적이고 전통적인 풍경으로 아주 특별한 매력을 주는 곳이다.

오보케역을 지키는 역장은 늘 웃고 있다
도쿠시마에서 간이역을 돌아 깊은 협곡을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싣고 산과 강, 그 작은 마을 구석구석을 에돌아 갈 셈이다. 먼저 오보케역으로 가는 작은 열차에 몸을 싣는다. 오보케역은 도쿠시마현 미요시(三好)시에 있는 시코쿠의 옛 철도를 휘휘 돌아가야 만날 수 있는 작은 간이역이다. 산간 계곡의 오지마을인 오보케·고보케와 이야 계곡의 협곡을 찾아간다. 달리는 차창으로 깊은 협곡이 비켜지나가고 산등성이에 드문드문 앉은 작은 주택들이 일본의 전형적인 산골 풍경을 보여준다. 오보케로 가는 길은 험한 협곡으로 일본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비경으로 알려져 있다. 깊은 협곡을 지나 기차가 아슬아슬하게 산허리를 감싸고 휙 돌아서자 탁 트인 산마을의 전경이 펼쳐진다.

기차가 자주 왕래하지 않는 작은 간이역 오보케역은 나무로 조각된 고나키 지지 역장이 지키고 있다.

기차가 자주 왕래하지 않는 작은 간이역 오보케역은 나무로 조각된 고나키 지지 역장이 지키고 있다.

작은 간이역 오보케역. 역이라고 적힌 팻말, 그리고 선로가 없었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오보케역은 산촌 풍경의 작은 간이역으로는 꽤 알려져 있는 곳이다. 전형적인 일본인의 얼굴에 비교적 아담한 체구인 고나키 지지 역장은 기차가 자주 왕래하지 않는 작은 간이역을 홀로 지키고 있다. 사실 오보케역은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무인역. 길게 이어진 선로와 기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이 있고, 간간이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있지만 사람의 손길 대신 나무로 조각된 인형으로 역장을 세워놓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고나키 지지 역장을 나무인형이 아닌 오지랖이 넓은 늙은이나 친절함과 예의가 몸에 밴 넉살 좋은 역장으로 칭찬을 한다. 그래서 간혹 오보케역에 내리는 관광객들은 그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가 혹시 외롭지 않을까 하여 고오타로라는 이름의 조수견을 채용해주기도 했다. 작고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관광자원으로 내세운 일본인 특유의 솜씨가 각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3대 비경으로 손꼽히는 이야 계곡
천천히 오보케역 주변을 살피다 동네 마트를 기웃거리자, 반색을 하며 주인장이 객을 반긴다. 역 앞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야마구치 유키코가 “조용한 시골이어도 사람이 많이 찾는다”며 마을의 자랑인 맑은 물로 빚은 시원한 녹차 한 잔을 건넨다. 요깃거리로 내민 두부 한 모에 그의 솜씨가 그대로 담겨 있다.

오보케역 앞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야마구치 유키코가 객을 맞이하는 모습은 우리네 시골 아낙의 후덕한 인심과 다르지 않다.

오보케역 앞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야마구치 유키코가 객을 맞이하는 모습은 우리네 시골 아낙의 후덕한 인심과 다르지 않다.

도쿠시마 현 서부에 위치한 오보케·고보케는 시코쿠 지방의 산지를 횡단하는 요시노강의 침식에 의해 2억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계곡을 일컫는다. ‘보케’라는 것은 암석이 깊은 V자로 솟아 있는 지형으로, 좁은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가 매우 위험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이 중 오보케는 이야 덩굴다리(가즈라바시)가 유명하다. 이야 지역은 일본 3대 비경의 하나로 꼽히는 마을. 계곡의 가운데가 가장 험하다는 바위 위에는 담력 시험을 하기 위해 용변을 보았다는 이야기에서 전래된 귀여운 오줌싸개의 상이 서 있는데 꼭 찾아보아야 할 명소다. 

또 시코쿠 산지의 바위가 깎여 만들어진 협곡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이야 덩굴다리는 절벽 사이를 담쟁이 넝쿨로 연결했다. 출렁거리는 다리 위를 걷는 긴장감으로 매년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길이 45m, 폭 2m, 수면으로부터 높이 15m에 걸쳐져 있는데, 3년마다 한 번씩 다리를 고쳐 걸고 있다. 일본의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상류의 오쿠이야 계곡에 자리하고 있는 온나교, 오토코교의 2중 덩굴다리와 함께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도쿠시마 현 서부에 위치한 오보케는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계곡을 일컫는다. 사진은 오보케 마을 전경.

도쿠시마 현 서부에 위치한 오보케는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계곡을 일컫는다. 사진은 오보케 마을 전경.

특히 이야 일대의 경관은 오보케에서 고보케 방면으로 내려가는 오보케 협곡 유람선을 타고 즐기면 스릴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 하늘과 하얀 바위, 청록빛의 물빛, 그리고 흐르는 비경에 눈길을 뗄 수가 없다.

마치 오래된 흑백 풍경 속의 주인공이 된 듯 덜커덩거리는 기차를 타고 떠나는 낭만과 추억의 기차여행. 일본의 기차여행은 고속철 위주로 노선이 편성된 우리의 기차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일본의 기차는 초고속 신칸센부터 각 도시를 잇는 특급열차와 한 명의 기관사가 운전과 티켓 검사를 겸하는 소도시의 원맨 열차, 각 지방의 특색을 살린 요괴열차와 몇백년을 이어온 증기기관차, 좁은 골목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노면전차와 산악지역을 운행하는 등산열차까지 그 종류와 수만 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아직도 녹슨 철길로 겨우 두세 량의 객차를 연결한 작은 기차들이 산을 돌아 강을 지나고 협곡을 휘휘 돌아간다. 가끔씩 정차하는 간이역에는 시골역 그대로의 녹슨 풍경들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일본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다름 아닌 기차이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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