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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왜 파시즘 정당이 없을까

입력 2012.07.31 17:47

먹물들의 글을 보면 종종 한국에 파시즘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우려에 동의한다. 여러 평자들이 분석하는 것처럼, 그 ‘전조’를 보여주는 사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쯤 되면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이렇게 고쳐보아도 될 것이다. “어째서 그 모든 ‘전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엔 정치세력으로서의 파시즘 정당이 없는 것일까?” 물론 이런 질문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아니 이 사람아, 새누리당이 바로 파시즘 정당이 아닌가!”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세계사의 대표적 파시스트인 아돌프 히틀러. | 경향신문 자료

세계사의 대표적 파시스트인 아돌프 히틀러. | 경향신문 자료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새누리당은 극우적이긴 하지만 엘리트주의자들의 정당이다. 자기 나라 유권자들의 시위에 대해 ‘천민 민주주의’라는 있지도 않은 조어를 만들어내어 훈계할 만큼 정치는 일부 똑똑한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인에 박혀 있는 정당이다. 파시즘에 대한 우려는 이보다는 선동에 대한 대중동원과 이에 대한 열광이 낳을 여러 가지 폐해들에 대한 우려에 가깝지 않은가? 복잡한 학술적인 규정들은 생략하더라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이자스민을 공천하는 새누리당보다는 “한·미 FTA와 다문화주의는 똑같이 외세를 끌어들이는 을사조약”이라 생각하는 일부 개혁세력 지지자들이 차라리 파시스트에 가까워 보인다.

왜 그들이 성공할 수 없는지를 밝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실제로 해보는 것이다. 물론 사유실험이다. 먼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여러 의견들을 토대로 한국 사회에서 먹힐 것 같은 파시즘 정당의 강령을 추출해보기로 하자. 하나, 불법체류자에 대한 엄격한 통제. 대한민국 범죄는 이들이 모두 저지르고 있다. 하나, 비백인 영어강사 금지. 외국인 영어강사가 한국 여성과 섹스하는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유색인종이 영어할 줄 안다고 강사하면 열 받아 뒤질 것 같다. 이런 친구들이 제 나라로 한국 여성들을 데려가도 보도 하나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썩어빠진 언론들이다.

너무 소소한 정책만 있다고 투덜댄다면 좀 더 큰 영역으로 나가겠다. 하나, 다문화주의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하나, 간도 영유권 주장. 이 정도는 해야 극우가 되지 않겠나? 하나, 독도에 해군 주둔. 이 정도는 해야 나라가 간지가 나지 않을까? 이런 강대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정책들이 또 있다. 하나, 여성 의무복무제. 당연히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하고 전방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다른 어딘가에서 2년 정도는 남성과 평등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할 필요가 있다. 하나, 사회지도층 자녀의 군역에 대한 상시적인 특별감시기구 설치와 그들의 의무 전방복무. 이 정도는 해야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되지 않겠나?

이런 종류의 정책(?)들을 주장하거나 지지하는 정서는 인터넷에 넘실거린다. 그렇다면 이것들을 마키아벨리즘적으로 활용한다면 나는 금배지를 달 수 있을까, 없을까? 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돈을 처들이면 진보신당(1.1%)이나 기독당(1.2%) 정도의 득표율은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그 이상은 무리일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진입 문턱이 높은 한국의 선거제도가 좌파정당이나 특정 종교정당뿐 아니라 파시즘 정당도 공평하게 가로막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일반대중들도 엘리트주의를 폭넓게 공유한 사회에선 오히려 정치세력으로서의 파시즘도 어렵다고 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30세상읽기]한국엔 왜 파시즘 정당이 없을까

또 하나 말할 수 있는 부분은 한국의 극우정치세력인 새누리당은 엄연한 수권정당이란 것이다. 위에 적은 강령들은 실제로 통치를 하는 입장에서 적용하기엔 매우 부담스럽거나, 제 발목을 베는 것들이다. 한국의 극우파들은 이런 종류의 대중선동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권력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제 정당에 포섭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윤형<미디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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