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터넷 생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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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터넷 생애사

입력 2012.06.26 17:30

한국에 인터넷이 들어온 지 30년 만에 하이텔로 시작한 KT의 포털 ‘파란’이 서비스를 접는다.

카이스트 명예교수인 전길남 박사가 인터넷 연결에 성공했던 것이 1982년. 86년 시작된 천리안은 90년대에 하이텔과 피씨통신 시대를 연다. 지금 웹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흑역사와리즈 시절이 이때였음을 고백한다. 어디의 무슨 동호회였다거나 무슨 게시판에서 서로 알고 지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파란의 초기화면에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공고가 게시돼 있다 .

인터넷 포털 사이트 파란의 초기화면에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공고가 게시돼 있다 .

‘훈민정음’과 네스케이프가 깔려 있던 삼성 컴퓨터는 나의 첫 PC였다. 모뎀 소리를 들으며 유니텔에 접속하면 전화는 통화중이었고 핸드폰은 없던 때였으니 결국 인터넷은 밤에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게임이 아니어도 ‘접속’해 사람을 만난다는 게 이렇게 재밌는 일이구나 했던 것 같다.

중학생 때는 ‘하늘사랑’과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얼굴 인증을 하기 위해 웹캠을 장만하거나 피시방 가면 꼭 하두리 캠사진을 찍어 올리던 그런 때였다. ‘스타’는 원래 에피소드 모드가 있었으나 동네마다 피시방이 생겨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채팅사이트 세이클럽은 음악방송이 들을 만했고 딴지일보는 재밌었다. 어른들이 아이러브스쿨을 했다면, 학생들은 프리챌에 반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프리챌은 다음의 동호회 중심 문화 일변도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대박이 난 서비스인데, 유료화를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은 싸이월드로 옮긴다. 미니홈피는 쉬웠고 사람들은 집단만큼이나 개인을 드러내고 싶어했으며, 마치 대학생활의 전시장과 같았다. 입학과 동시에 올라가는 개나리를 배경으로 한 새내기 사진들, 학교 이름이 들어간 사진첩, 학교 행사들, 교양수업 조모임마다 싸이월드에 클럽을 개설했다.

친구들이 싸이월드를 관두는 시점은 대체로 사회에 나갔을 때였다. 네이트온에는 거래처들이, 더 이상 자신의 일상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시간적 여유도 보여주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파일을 주고 받고 전화보다 덜 귀찮다는 점에서 메신저에 상대를 추가하는 것은 명함을 주고 받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카카오톡 역시 차마 메신저에 ‘친추’할 정도는 아닌 사이들이 서로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아는 사이’라는 약한 연결을 만들어준다. 카카오톡의 그룹채팅은 마치 채팅방과 메신저와 미니홈피가 결합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가끔 트위터에서 이슈가 터지면 “역시 그런 건 하면 안 돼”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술환원론만큼이나 쉬운 건 무용론이다. 내 경우 20대 중반 어떤 욕망으로 시작한 블로그 이후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다. 농담 삼아 제2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웹의 고수들, 글쟁이 등 많은 친구들은 이제 나의 숨은 조력자가 되었고, 웹마케팅을 할 수 있는 감을 배웠고, 새로운 서비스를 일부러 사용해보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생겼다.

심지어 웹에서는 고작 어린 여자인 나를 팔아 뻔뻔하게도 ‘꼰대’는 무시하고 ‘급수’만 따졌다. 익명이 무서울 때는 업계 사람들의 친구 신청으로 우글거리는 페이스북으로 도망간다. 운영하는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많은 ‘다른 회사 사장님들’을 소환하며 말을 걸고 모임을 주최하고 일을 벌이며 놀기도 한다. 요즘은 정말 트위터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쉴새없이 떠들고 싶은 글쟁이들에게 트위터는 상시 접속 가능한 타인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원고지와 같다. SNS는 그 자체로 퍼블리싱이 되는, 그만큼 ‘자뻑’에 빠지기에도 딱 좋은 툴이다. 인터넷이야말로 20대를 지나 30대에 들어섰다. 내가 죽어도 인터넷은 계속되겠지. 그 변화가 궁금하다.

김류미<‘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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