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가서 주문을 할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서빙을 하는 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된다. “여기요”, “사장님”, “이모”, “고모”, “아줌마”, “아가씨”, “언니” 등등.
여러 가지 호칭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모두 마땅치 않다. 남성도 있고, 비혼 여성도 있는데, ‘아줌마’라는 호칭을 쓰기는 이상하다.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분을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아줌마 아니에요”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들도 많다. 당연히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친척관계도 아닌데 ‘이모’라고 부르기도 어색하다.
그래서 2011년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식당여성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호칭을 공모했다. 그 결과 ‘차림사’라는 이름이 뽑혔다.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차림사’라는 호칭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막상 그렇게 부르려고 하니 어색하다는 의견들도 많다. 너무 딱딱한 느낌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차림사’라는 호칭을 쓰자고 제안한 배경을 들여다봐야 한다. 새로운 호칭을 제안한 것은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식당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자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호칭은 노동에 대한 일정한 평가를 담고 있다. 식당이 아닌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처음 보는 사람이 대뜸 ‘아줌마’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물론 ‘아줌마’나 ‘이모’라는 호칭이 친근하다는 반론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식당에서 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을 하는 사람을 꼭 노동자라고 보아야 하느냐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식당노동자도 엄연히 노동자인 것은 분명하다. 생계를 위해 고용되어 하는 노동이다. 그것도 상당히 열악한 조건에서 하는 노동이다.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 가운데 8명 중 1명이 음식점에서 일한다고 할 정도로 식당노동자의 수는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이 남성에 비해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나 임금은 아주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1.63시간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는 셈이다.
임금 수준도 낮다.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시간당 급여로 계산하면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시간당 급여가 4000원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다. 휴식시간이나 식사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당여성노동자의 64.6%가 일하는 중간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일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24.2%는 일주일에 한 번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쉬는 날이 늘어난다면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비율도 65%에 달했다.
이런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우리는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는지도 모른다. 식사 준비가 조금 늦어진다고 불평이나 짜증을 내기도 했다.
식당여성노동자가 정말 친근해서 ‘이모’라고 부르고 ‘아줌마’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 친근한 사람들이 어떤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차림사’라는 새로운 호칭도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자는 의미로 제안된 것이다. 식당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하승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