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도입된 지 30년이 되었다. 인터넷은 음악, 출판, 여행업계에 파괴적 혁신을 가속화시키면서 기존 산업계를 완전히 재편하였으며, 고객과의 접점을 찾지 못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에 직거래 장터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창출하였다. BCG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의하면, 인터넷 경제가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EU 27개국의 평균 3.8%나 개발도상국의 3.6%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제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산업계 전반이 인터넷에 의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한편, 금융업계는 지금까지 인터넷 혁명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모습이었다. 금융업계는 누구보다도 빨리 IT 기술의 진화를 받아들였지만, 신규 사업자에 의한 혁신적 변화보다는 금융업 자체에서 IT를 활용한 점진적 변화가 일반적이었다. 이는 ‘돈’과 관련된 산업의 속성상 고객 행동 변화를 유발하기가 쉽지 않았고, 금융 IT 인프라 속성상 보안 등 안정성이 매우 중요해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영업 중인 ING Direct Cafe, 저렴한 커피와 스낵,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련된 커피전문점의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 HMC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혁명은 금융업에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지만 강력한 컴퓨팅 능력을 가진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언제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특권을 선물하였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무궁무진한 정보들은 공급자 중심의 정보 비대칭성을 극복하게 해주어 소비자의 권리를 크게 강화시켜주었다. 이전까지는 복잡한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금융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었지만, 스마트 금융환경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금융기관 비교사이트에 접속하여 수수료, 이자율 및 수익률 등을 간단히 확인함으로써 더 나은 거래조건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다이렉트 방식의 금융상품들은 기존 오프라인 상품과 대비해 더 큰 혜택을 주거나 개인화된 니즈를 반영함으로써, 고객들로 하여금 큰 전환비용(Switching Cost)를 치르지 않고서도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신규 금융회사의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후발사업자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새로운 방식의 금융서비스를 손쉽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 혁신은 은행의 창구 모습도 변화시키고 있다. 커피와 스마트 디바이스로 둘러싸인 커피전문점과 같은 생활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 공간에서 고객들은 스마트 기기들을 통해 금융상품에 대한 교육자료를 제공받고, 화상 상담을 통해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개인에게 맞춤화된 가치를 향유할 수 있다. 플래그 십, 스마트 브랜치로 불리는 이러한 고객과의 접점채널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카페 및 회의실과 같이 다양하게 변화한다.
스마트 혁명은 전통적인 비즈니스모델에서 탈피한 새로운 프로세스의 등장을 촉발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 편익의 증대를 가능케 하였다. 이러한 혁신은 IT 역량을 갖춘 비금융영역의 신규 진입자들에게 금융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영역을 제공할 것이다. 전자제품 제조사로 유명한 일본 소니 그룹의 자회사 ‘소니 은행’은 기존 금융기관의 지점 영업망 없이 모든 거래를 인터넷과 ATM으로 처리하는 인터넷 전업은행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향후에는 금융업을 잘 아는 것만큼 스마트 혁명의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사업자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돈’을 찾아 고객들이 은행으로 갔지만, 이제는 ‘고객’이 있는 곳이 곧 은행이 되기 때문이다.
<류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