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말했다. 청춘이라 불리는 세대론의 당위를 팔아먹는 이들이 나올 것이라고. 4·11 총선에서 각 당은 소위 2030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젊은층의 표심과 정책적 명분을 얻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청년층의 지지를 얻어낸 청년 정치인이나 정당은 없었다.
단언컨대 청년이 이렇게 중요했던 선거는 이전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청년’은 지난 선거에서 두 가지 역할을 했다. 각 당은 실업률, 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20대 문제에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낮은 투표율로 ‘알려진’ 20대의 표를 얻고자 했다. 두 번째 역할은 정치 참여 주체로서의 청년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각각 ‘락파티’와 ‘위대한 진출’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비례대표를 ‘선발’했다. 선거판이 청년이라는 상품 덕분에 장사가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적 구색을 갖추는 데는 요긴했다.
5월 30일 국회 앞에서 반값 등록금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 연합뉴스
<100분 토론>에 빨간 점퍼를 입고 나온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 역시 20대 벤처기업인으로 일반적인 20대를 대표하지 못하며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독특한 이력과 행보로 새누리당에 부재했던 대중적 코드를 가져오는 전략을 펼쳤다. 실제로 그는 3월 20일 출연한 100분 토론에서 같은 당 지역구 후보인 손수조를 예로 들며 “20대의 정치 참여가 가장 쇼크를 준 것은 새누리당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손수조는 20대의 대표성을 빌려 ‘사상의 딸’로 윗세대의 지지를 얻으며 새누리당의 프레임을 지역구에서 구현하는 역할을 맡았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김광진 순천 YMCA 재정이사와 장하나 민주통합당 제주도당 대변인이,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3번으로 청년명부를 받은 김재연 후보가 국회에 진출했다. 티켓몬스터와 희망제작소,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친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안상현 후보의 경우 득표율은 2위였으나 당선권 번호를 배치받지 못했다. 청년정치인의 흥행은 부진했으며 정치적 스펙을 갖춘 청년정치인들은 또래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그나마 화제가 되는 경우는 설득력 있는 (취업과 다를 바 없는) ‘스펙’을 지녔을 때였다.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에서 시의원을 하는 젊은 정치인들의 발언이 솔직하고 힘이 있었다. 들러리이거나 대표성에 대한 한계 때문에 오히려 시끄러웠던 새누리당의 20대 후보들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하며 주체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각 당은 청년정치인을 키워내는 일에 그만큼 소홀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두고 김재연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정치적 커리어를 가진 김재연 후보의 경우 청년정치인이기보다는 특정 정파를 대표하는 역할임이 확실해졌다. 이정희 전 대표의 진정성만큼이나 김재연 후보의 커리어는 좋은 대중적 포장이 되어 주었다. 경선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사퇴를 하겠다는 말을 했던 김재연 후보가 공식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5월 24일 김용민의 뉴욕타임스에 출연한 그녀는 “어떻게 될까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왜 청년대표가 사퇴해야 하는지 왜 당이 부정선거를 했다고 낙인 찍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과연 청년대표가 맞는가. 학생운동권 출신인 김재연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이미 학우들이 외면했다고 여겨지는 운동권 학생들이 결국 ‘좌빨’에 휘둘린 것이 아니냐는 말에 답할 수가 없어진다. 결국 청년의 정치 참여가 정당의 구색 맞추기 아니면 들러리라는 방증은 새누리당 20대 정치인들도 아닌 김재연이 보여주고 있다. 그녀에게 묻는다. 아니 그 뒤에 있는 분들에게 묻는다. 손수조와 뭐가 다른가.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