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난항에 빠졌다. 통진당이 지역구 중 수도권 10석과 영남지역을 제외한 기타지역 10석 등 ‘10+10’을 요구한 반면, 민통당은 그 반 정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 민통당은 진보신당까지 포함시켜 완전한 야권연대를 이루자고 제안하는데, 통진당은 진보신당은 배제하고 계산하자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통진당 지지율은 3∼4% 정도에서 답보상태다. 당분간 지지율이 더 오를 것 같지도 않다. 현재 민통당 지지율 역시 경선 이후 고착되어 있는데, 오르는 것은 통진당 지지율이 아닌 새누리당의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이제 민통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박빙에 근접했다. 민통당에 대한 실망이 통진당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황인데, 이는 통진당이 참여정부 기간의 민주노동당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2월 17일 민주통합당 박선숙 의원과 통합진보당 장원섭 사무총장이 야권연대 1차 협상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선의적으로 계산해, 통진당 지지율을 후하게 5% 정도로 잡고 진보정당의 숙원인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적용한다 해도 현행 300석 의석(얼마 전 협의에서 한 석이 더 늘었다.)에서 15석 정도만을 얻을 수 있다. 지지율과 상관없이 그 정당에 민통당 여느 국회의원보다 경쟁력을 갖춘 정치인이 20명 정도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선의적으로 추려봐도 그 정도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은 6~7명 정도다. 비례대표를 따로 계산하면, 그들이 요구하는 20석은 전체 지역구 의석의 11분의 1 정도에 해당한다. 어떤 계산을 동원해도 그들의 제안은 무리다. 그런데도 시민사회나 SNS 세상에선 그들의 탐욕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적고, 야권연대에 소극적(?)인 민통당만을 비판한다.
민통당 위기는 별도의 문제이니 여기서 따로 얘기하지 않겠다. 그러나 사람들이 통진당 요구에 이상하리만큼 관대한 건 분명히 문제다. 통진당은 민통당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박빙 지역구에서 60석은 낙선시킬 수 있다 경고한다. 이 요구가 연상케 하는 것은 과거 유시민이 주도했던 개혁당의 사례다. 개혁당은 “우리가 당선될 수는 없어도 (민주당) 낙선시킬 수는 있다”고 말하다 민주당과 연합공천을 하여 유시민만을 의원으로 배출했다(그 당엔 김원웅 의원도 있었지만 그는 당시 한나라당에서 넘어온 사람이다). 통진당은 ‘개혁당 1년 역사’(유시민이 당 해산을 획책하고 당원들 대다수를 열린우리당으로 끌고간 후 선관위가 해산은 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사수파들이 당을 잠깐 더 꾸렸으나 실질적 역사는 1년으로 봄이 합당하다)를 10배 20배는 큰 규모로 실현하려 한다. 그런데 그 유시민이 2002년 대선 직전엔 권영길 지지율이 여론조사 반밖에 안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는가 하면, 그 후 열린우리당으로 넘어간 다음엔 민노당을 지지하는 것은 ‘죽은 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진당의 역량이 2002년 대선에서 3.9%를 획득하고 2004년 총선에서 정당명부 투표 13%를 획득한 민노당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희극적이다.
유시민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건 나는 통진당의 노동정책 공약 등이 진보정당의 그것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그 당의 구성원들을 존중한다. 또한 나도 그 당의 몇몇 정치인들이 여의도에 입성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이루어지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에 들어서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덩치가 클 땐 사표론, 덩치가 작을 땐 낙선 협박을 일삼는 전략이 기본인 정치집단이 신뢰가 기본인 야권연대의 한 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진당은 의석 욕심을 줄이되 선거제도 변혁이나 교섭단체 요건 약화를 옵션으로 내거는 게 훨씬 현명한 일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진보신당도 야권연대 협상틀에 함께 데려가기를.
한윤형<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