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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자

입력 2012.02.21 16:43

구태의연하게 글을 시작하자면 요즘 20대를 삼포세대라고 부른다고들 한다. 주변에서 정작 이 말을 쓰는 또래를 본 적이 없는데 ‘공식 대표 용어’인 ‘88만원 세대’처럼 정작 당사자들은 쓰지 않으나 호칭하기를 좋아하는 자들이 붙인 이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연애·결혼·출산 3개를 포기했다고 여겨지는 태도들은 존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잘만 하고 있다. 하고 싶은데 안 되니 사회 탓으로 두는 것, 꽤 그럴 듯하다. 내가 연애를 못하고 결혼이나 출산이 두려운데(안 두려울 수 있을쏘냐) 아무리 주변을 살펴봐도 답이 없다. “문제는 취업이기도 하고, 취업이 아니기도” 하다. 취업이 안 되어 ‘삼포적’ 태도를 취하기도 하지만, 취업만 되면 연애·결혼·출산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해 1월 한 대학생이 서울의 한 대학 인근 골목길 담장에 붙은 하숙집 벽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김세구 기자

지난해 1월 한 대학생이 서울의 한 대학 인근 골목길 담장에 붙은 하숙집 벽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김세구 기자

문제는 취업이라는 1차 인생 관문을 통과해도 이후 난관들을 뚫기 위해서는 더 만만치 않을 열악한 사회자본을 실감해야 한다는 거다. 일반적인 삶을 따라 사는 괴로움을 감당할 바에야 자조적이지만 포기하는 태도를 취하는 건 본능적인 생존의 몸부림이다. 설령 하게 되더라도 포기한 상태에서는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더 빨리 체념할 수 있다. 까놓고 말해 선배들을 보면 애를 낳는 건 한국 사회에서는 최악의 선택이다. 다른 삶을 모색하거나, 부부 둘이 벌어 인위적으로 중산층 수준으로 살고 싶거나, 일에 열정을 불태우고 싶거나 어느 쪽으로든 말이다.

최근 개봉한 <두개의 선> 이란 영화가 있다. 비혼을 추구하던 동거 커플에게 떡하니 애가 생긴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을 카메라에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당혹스러움과 별개로 일상은 살아야 하는 것이고, 영화는 그렇게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 꽤 즐겁고 진지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인데 사실 내 이야기로 생각하며 감정이입하다보면 정말 무섭다. 조산원 분만을 알아보다가 결국 병원을 택하고, 여전히 일반적인 직장인과는 다른 일을 하면서, 역시 비일반적인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혼인신고를 고민하고, 이따금 부딪치고, 울고…. 두 사람은 어느 눈 오는 날 놀이터에서 카메라를 앞에 두고 나란히 둘만의 결혼식 워킹을 선보인다. 속도위반을 하면 서둘러 부모들이 짐짝 치우듯 결혼시켜버리는 모습을 보다보니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공익요원도 결혼하고 미국 대학 입학 예정인 후배도 결혼을 해서 떠났었지, 아마.

사실 한 세대가 이전 세대에 중요한 사회적 통과의례였던 생애 발달단계를 경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당사자들에게는 ‘맨붕’(멘탈 붕괴)하고도 남을 일이다. ‘삼포’를 제대로 하려고 해도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필수다. 부모와 독립하려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즉 무한 반복이다. 소심한 대안을 제시해본다. 대학생들이 기숙사 떨어지면 둘이 하숙방을 나눠 내거나 원룸을 공유하듯, 도시에서 일인가구로 살아남는 법을 익히면 다양한 스킬을 구사할 수 있다. 방이 여러 개인 집(서울에서 이것들의 전세는 사실상 풀옵션의 원룸 전세가격과 동일하기도 하다)을 구해 월세를 나눠 낸다. 거실을 공유하는 공동생활의 룰만 합의가 되면 꼭 동성끼리가 아니어도 괜찮다. 일단 집이 커지니 삶의 질이 높아진다. 밥이 남는다거나 반찬이나 식재료가 상할 거라는 걱정을 덜 해도 된다. 모든 가전제품이나 살림살이가 한 개씩이면 충분하다. 내가 선택한 나의 가족들은 나를 꽤 잘 알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생이 되는 동안 부모와 관계가 원만했을 리 없는 이 청춘들은 부모와 같은 도시에 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할 때가 있다. 그러니 대학생을 위한 공동주거, 아파트든 정부의 주거 지원이든 다양하게 우리는 살아나갈 것이다. 좀 다르게 살아도 그 일상이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도시의 방들을 전전하는 것 강추한다. 해봐서 하는 말이다. 

김류미<‘은근 리얼버라이어티 강남 소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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