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통합관리
보호시설 입소자 신상정보 사회복지통합관리망 통해 유출 가능성
<주간경향>·국회 입법조사처 공동기획
시민사회단체가 가정 및 성 폭력 피해 여성의 신상정보를 통합·관리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로 구성된 전자정부화 대응모임’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하 사통망)과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이하 사복시스템)에 대해 여성가족부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으며, 지난 3월 2일에는 여성가족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서울시민들이 가정폭력에 반대하는 글귀를 깡통에 써넣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이 단체는 폭력 피해자의 구체적 개인정보가 정부의 정보시스템에 기록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통망은 복지급여 수급에 필요한 각종 자료와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 기록하기 위한 정보 시스템이다. 사통망은 소득 파악 등 자산조사를 위한 업무부담 경감, 복지급여 및 서비스 전달 과정에서의 업무 수행체계 개선, 부정급여 및 중복수급 확인·조정 등을 통해 행정을 간소화하고 복지업무를 효율화하며 복지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돼 지난해 1월부터 운용되고 있다.
사통망은 33개 유관기관이 관리하는 218종의 소득·재산·인적 정보 및 급여·서비스 이력 정보를 연계한다. 이 정보는 5년 동안 행정전산망에 남아있게 된다. 올해 3월 현재 복지서비스별 개인정보 관리 대상자는 1299만명에 이르고 있다.
“정부서버에 정보 남으면 입소의향 없다”
사통망이 운영되면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여성을 보호하는 시설 85곳(성폭력 보호시설 19곳, 가정폭력 보호시설 66곳)과 성매매여성 지원시설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보호시설 입소자는 ‘입소신청서’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고 ‘금융정보 등(금융·신용·보험정보) 제공 동의서’를 작성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시설이 사복시스템에 입력한 정보를 전달받아 사통망에 입력해 자산조사를 하고 있다. 조회한 정보는 사통망 서버에 집적되며, 5년 동안 보관된다.
현재 보건복지부 및 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수립, 운영하고 있다. 사통망 구축 이후 개인정보 유출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만약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들이 제2의 피해를 받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안의 특성상 제 2의 피해는 당사자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처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따라서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시급하다. 사통망, 사복시스템 사용 시 여성폭력 피해여성의 안전 위협과 인권침해의 가능성은 늘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일부터 9일 동안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시설로 구성된 전자정부화대응모임’이 입소자에게 ‘여성폭력피해자 쉼터 입소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44.8%가 입소 정보가 정부 서버에 남으면 입소할 의향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그 이유를 “시스템을 통해 혹시라도 내가 어디 있는지 가해자가 찾아낼까봐 두려워서”(33.1%), “내 개인정보가 정부 서버에 남는 것을 원치 않아서”(34.3%), “내 정보가 노출되어 내가 쉼터에 있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게 될까봐”(30.9%)의 순으로 꼽았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배우자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보호시설에 입소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입소자의 정보는 전산관리번호로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다른 지자체 공무원 또는 관내 다른 공무원이 볼 위험이 있다. 검색한 사람의 기록이 남으면 사건 발생 후 책임자를 추적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예방책이 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정보보유기간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의 경우, 대부분의 입소자가 보호시설에 3개월 이하의 기간을 생활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5년의 정보보유기간은 상당히 길다고 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 자료(2011년)에 의하면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입소자의 80% 정도가 3개월 이하의 기간을 머물고 있다.
보호시설 비밀 보장 존중해야
2010년 사통망이 개통된 이후부터 폭력피해자 지원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축소되고 있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표준화된 소득·재산조사방식을 갖춘 사통망이 개통되면서 보호시설에 입소한 사람의 자산조사가 가능해졌는데, 조사 결과 소득인정액 이상인 입소자에 대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일부 보호시설에서는 일정 수준의 자산이 있는 여성의 입소가 거부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폭력 피해자 지원과 관련해 사통망의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첫째, 가정폭력과 성폭력, 성매매라는 범죄의 피해자들이 생활하는 보호시설은 인권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미국은 정부(주정부, 연방정부 등)에서 안전이슈와 같은 비밀보장은 기본적으로 존중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통일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그 데이터베이스에 개인의 신상정보를 무조건 축적시키지도 않고 있다. 따라서 현행 각종 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개인정보가 5년 동안 보관되는 현행 방식은 재검토돼 피해자의 최소한의 정보인권과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둘째, 폭력 피해자들은 폭력을 피해 거의 준비 없이 보호시설에 입소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보호시설 입소자에 대해서는 보호시설 입소 기간 중 별도의 자산조사 없이 한시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이 필요하다.
보건복지여성팀 조주은 입법조사관<여성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