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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간접체벌 허용

입력 2011.04.14 10:02

간접체벌 기본사항 법률로 규정해야

허용범위 준수하지 않는 부적격 교원은 퇴출 방안 마련을

<주간경향>·국회 입법조사처 공동기획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학생 체벌을 허용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에는 학생 체벌을 허용하는 조항이 없다. 그렇다면 학생 체벌은 금지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학생 체벌이 금지되지는 않았다는 게 지금까지의 헌법재판소 판례다. 법적 허용 여부 및 범위를 포함한 학생 체벌 논쟁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됐다.

‘참교육 학부모회’ 회원들이 2004년 9월 21일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학생체벌 금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하기에 앞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민규 기자

‘참교육 학부모회’ 회원들이 2004년 9월 21일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학생체벌 금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하기에 앞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민규 기자

2010년에 이른바 ‘오장풍교사’ 사건으로 인해 학생 체벌에 관한 논란이 재연됐다. 당시 체벌 금지 규정을 포함한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2010년 10월 5일 공포됐다. 국민들은 정부가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해줄 것을 요구했다.

교육법 시행령과 학생인권조례의 충돌
정부는 그동안 학생 체벌 허용의 근거로 활용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7항을 지난 3월 18일에 개정했다. 이로써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직접적인 고통을 가하는 ‘직접체벌’은 법적으로 금지됐다. 적어도 직접체벌의 허용 여부에 관한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4일 간접체벌이 허용된 데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공식 표명했다. 시행령 개정 직후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육감의 학칙인가권을 통해 학칙에 간접체벌 허용 규정이 포함되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7항은 직접체벌을 제외한 ‘훈육·훈계 등의 지도방법 및 범위’를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만들어진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6조 제2항은 ‘학교에서의 체벌은 금지된다’고 규정해 시행령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이 이 문제를 두고 협의를 하고 있으나 진척은 없다. 교원 및 학생·학부모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간접체벌 허용 여부의 주요한 문제점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법률 적합성 및 명확성의 원리가 구현되었는가이다. 개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간접체벌을 허용하고 있어, 체벌을 전면 금지한 경기도학생인권조례과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 시행령에 저촉되는 조례를 제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통설이므로, 해당 조례를 근거로 하여 학교에서 간접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초·중등교육법 제18조 제1항이 시행령에 간접체벌에 관한 사항을 위임했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시행령 제31조 제7항에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지도를 하는 때에는…’이라는 단서 규정이 있을 뿐이다. 헌법 제75조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서는 간접체벌에 관한 명시적 위임규정을 찾기 어렵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법률 적합성 및 법률의 명확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슈와 논점]학생 간접체벌 허용

둘째,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학칙 제정은 가능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제8조(학교규칙)에 의해 학교의 장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도·감독기관의 인가를 받아 학교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이 조항에서 법령에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뿐만 아니라 조례나 규칙도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해당 학칙은 시행령의 범위 안에 들어가지만 조례에는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시행령이 조례에 우선한다고 해석되므로 해당 학칙의 제·개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공·사립학교의 학교규칙 인가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이 해당 학칙을 인가하지 않을 경우에 학교장과 교육감, 교과부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문제학생 보호자 소환제도 도입 필요
교과부는 이와 관련, ‘교육감 학칙 인가권 폐지’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법률을 개정하여 학칙 제·개정을 둘러싼 학교장과 교육감의 분쟁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인데, 이는 간접체벌 허용 여부를 둘러싼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적절하지 않다. 간접체벌을 자율화하는 경우에도 법률 개정을 통해 시·도 조례로 위임하는 방안과 단위학교에 위임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현재 경기도의 조례가 제정되었고 타 시·도에서도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인 상황이므로, 시·도교육청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상태에서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학칙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질 경우에 학교현장의 혼란을 수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셋째, 간접체벌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그 효과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간접체벌의 사례로 ‘교실 뒤에 서 있기’ ‘운동장 걷기’ ‘팔굽혀 펴기’ 등의 ‘교육적 훈육’을 제시했으며, 3월 31일에 ‘법령 해설서 및 학칙 제·개정 절차’를 일선학교에 배포했다. 그러나 간접체벌은 범위 및 경계가 모호하고, 체벌 대체방안과도 일부 중첩되며, 학생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어 사용 등의 행위는 직접체벌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리고 간접체벌 허용이 학교 내 수업방해 및 교원의 교육 및 지도 불응 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간접체벌의 허용 여부 및 범위는 학생 및 교원의 기본권 침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취지에 따라 간접체벌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과 위임대상 등을 법률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생 및 교원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사항을 균형있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학교교육의 과정에서 교원과 학생들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향후 직접체벌 금지 조치 및 간접체벌 허용 범위를 준수하지 않는 교원에 대한 후속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교과부는 이와관련, 심사를 통해 부적격 교원으로 판명되면 교단에서 퇴출까지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학교 내에서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가 미흡하다. 문제행동이 심각한 학생의 보호자에 대해서는 상담 요청의 수준이 아닌 소환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제행동의 상담 및 치료를 위해 전문상담 및 심리치료 인력을 확대 배치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학팀 이덕난 입법조사관<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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