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식품 검사결과 신속 공개해야
우리나라 식품 총괄 관리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역할 필요
<주간경향>·국회 입법조사처 공동기획
지난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초래된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유출로 국민들의 걱정이 높다. 먹을거리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도 예외는 아니다. 후쿠시마현 주변 이바라키현 등의 채소, 우유 원유에서 방사성 물질이 법정기준치 이상 검출됐고, 후쿠시마현 사고원전 주변 바다의 방사성 요오드 수치가 법정기준치의 3355배를 초과했다는 최근의 뉴스는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오는 일은 없을 거라던 예측을 깨고 방사성 요오드가 서울, 강원, 강릉에서 미량 검출되었다는 소식은 우리 농수산물에 대한 안전까지 의심하게 하고 있다.
한 측정요원이 3월 28일 강릉지방 방사능측정소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식에 있는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축적되는 등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이 아주 크다”며 일본 정부에 더욱 단호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당수 국민은 일본산 식품의 구매를 꺼리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바닷물의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국내 수산물의 소비 위축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반영해 식품유통업계도 일본산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거나 지진 직후부터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황이다.
이번 일본의 방사성 물질 유출사태로 인한 식품안전문제는 방사능 오염 특성상 우리나라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적으로 일본에 가까워 방사능에 대한 위험에 민감하고, 국민정서상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크며, 식품안전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식품 중 방사능 오염관리에 대한 과학적이고 신뢰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잠정 중단
식품과 관련된 핵종 중 스트론튬(90Sr)은 반감기가 28년으로 백혈병·조혈기능장애 및 골수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반감기가 30년인 세슘(137Cs)은 근육, 특히 연조직에 침착하여 장애를 일으키고, 오염가능성이 큰 요오드(131I)는 반감기가 8.1일로 갑상선 장애를 일으킨다.
식품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 피해는 오염수준, 섭취기간 등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진다. 이는 식품별로 방사성 물질이 농축되는 정도, 사람이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500Bq(베크렐)의 세슘(137Cs)이 검출된 음식 1kg을 먹을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0.0065mSv(밀리시버트)로 적다. 평상시 음식으로 노출되는 방사선도 0.24mSv 수준이며, 성인은 50년, 어린이는 70년 동안 총누적 방사선량이 150mSv 이하인 경우에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는 ‘식품공전’에 식품 중 세슘과 요오드의 방사능 기준을 마련해 관리하고 있다. 세슘은 모든 식품에서 370Bq/kg, 요오드는 우유 및 유가공품 150Bq/kg(L), 기타식품 300Bq/kg이다. 일반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축산물(수의과학검역원) 및 수산물(수산물품질검사원)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방사선 안전검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원자력연구원에서 원자력시설 주변 방사능 감시차원에서 농산물에 대한 방사능 분석을 별도로 매년 수행하고 있다.
일본은 우라늄, 플루토늄 등에 대한 음식물 섭취 제한 지표를 발표하고 후생노동성에서 방사능 오염 기준치를 초과하는 음료수나 신선식품 출하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은 자국 내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을 강화하여 신속하게 일본산 식품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주로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해 방사선 검사 조치를 강화하거나 일본산 유제품과 야채, 과일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들이다.
오염수준 평가체계 마련 시급
방사성 물질 오염이 가장 염려되는 농수산물의 경우 2010년 일본에서 수입한 건수는 0.1%로 낮은 편이라고 한다. 주로 신선 농·임산물은 멜론·호박 등이, 축산물은 치즈 등 유가공품 등이며, 수산물은 명태·돔·게·우렁쉥이·갈치·고등어·대게 등이 수입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 14일부터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오염 관리대책으로 제조·생산국이 일본이거나 일본을 경유하여 수입하는 식품을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하고, 비오염증명서 등을 제출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수입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들 일본산 식품과 국내 농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지 않게 정부는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식품의 방사성 물질 오염관리에 대한 신뢰성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별 대책을 평가하고 기관간 업무를 총괄·조정할 수 있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일본산 식품 방사능 검사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이 식품의 방사능 오염에 대해 불안해 하는 정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식품의 방사능 오염원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기술투자, 총식이조사(TDS) 등을 실시하여 식품 방사능 오염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식사섭취 패턴 변화를 반영해 방사성 물질, 잔류농약, 산업오염물질 등에 중점을 두고 총식이조사(TDS: Total Diet Study)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주변국의 핵실험, 황사, 원전사고 등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 이동과 원자력발전소 주변 방사능 수준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여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방사능이 유출된 지역은 대기, 하천, 토양, 바다 등의 방사능 오염이 필연적이다. 일본의 사고지역 주변 방사능 오염수치의 증가에 한시라도 국가적인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되며, 상황전개에 따라 적절한 식품안전대책을 마련하고 국내 식품 방사능 오염 관리체계를 보완·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장영주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