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간 협상·민간협정·장기대여·기증 등 다양한 방식 활용해야
<주간경향>·국회 입법조사처 공동기획
문화재가 돌아온다. 지난해 체결된 한국과 프랑스 정상간 합의에 따라 지난 2월 8일 양국 외교당사자들이 외규장각 도서의 한국이관 합의문에 서명하고, 3월 16일에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외규장각 도서 환수를 위한 약정에 서명함으로써 오는 5월 이내에 297권의 외규장각 도서가 국내에 반환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소중한 문화재를 환수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반 네티즌 학생들이 2010년 1월 26일 주한 프랑스대사관 앞에서 외규장각 반환소송 항소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그러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외소재 문화재는 11만6896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환수된 문화재는 8244점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외교적 협상의 어려움과 문화재 환수에 대한 국제법적 근거 미비 등의 장애요인으로 인해 국외 유출 문화재가 국내로 소유권이 이전되는 방식인 ‘환수’가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5월에 반환될 예정인 외규장각 도서도 ‘영구반환’의 형태가 아닌 ‘5년마다의 임대 갱신’의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최근의 성과에 안주하기보다는 우리나라와 해외 각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국외문화재 환수작업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 11만점 넘어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과정을 살펴보면 법적인 접근방식은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정부 또는 관계기관 간의 협의 등의 대안적인 방식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1월에 문화연대가 프랑스 법원에 제기했던 외규장각 도서의 국내반환소송이 국가 소유의 문화재를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프랑스 국내법에 근거해 기각됐다. 그러나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의 협상을 통해 2010년 11월에 ‘5년 단위 갱신 대여’ 방식으로 반환 합의가 이루어졌다.
외국의 사례 역시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이 보유한 문화재를 해당 박물관에 ‘장기대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2010년 1월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미국 각지의 박물관으로부터 총 96점의 문화재를 반환받았다. 이는 이탈리아 정부가 문화부 내의 관련 전담조직인 문화재반환문제위원회를 주축으로 미국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국 문화재를 반환받기 위하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상을 실시한 결과다.
반면, 파르테논 대리석(Parthenon Marbles)의 경우에는 그리스가 터키로부터 1832년에 독립한 후 당시 그리스를 지배했던 터키 당국이 발굴을 허가한 것은 위법이라며 영국에 영구반환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재 독일 베를린의 노이에스박물관(Neues Museum)이 보유하고 있는 네페르티티 흉상(Queen Nefertiti) 역시 1926년부터 이집트 정부가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 발굴팀이 이를 반출한 당시의 이집트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 반출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것이 어려워 현재까지 이집트로 반환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정부·민간 간 협상과 같은 대안적인 방식이 국외문화재 환수에 있어서 보다 효과적인 것은 도난되었거나 불법반출된 문화재 환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국제조약인 1970년 유네스코협약과 1995년 UNIDROIT(사법통일국제연구소)협약은 협약이 채택(발효)된 시점 이전에 반출된 문화재에는 소급적용되지 않는 국제법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같이 식민지배나 외국군 점령 당시 문화재가 유출된 국가의 경우에는 이러한 협약을 근거로 자국의 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이나 이탈리아와 미국 간의 문화재 반환 협정 체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 또는 관계기관 간의 협정과 같은 대안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에는 반환방식, 반환조건 등을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어 양쪽 당사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합의 사항이 도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불법반출 문화재 협약 소급적용 한계
향후 국외문화재 환수 정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크게 네 가지의 과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외문화재의 수량, 소재지 등에 대한 현황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조사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미 파악된 국외문화재에 대해서는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를 평가해 문화재 환수 활동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 문화재 환수 활동과 관련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문화재 반출경로, 현 소재지, 외교관계 등의 특성을 고려해 ▲정부 간 협상 ▲민간 협정 ▲장기대여 ▲기증 ▲구매 등의 다양한 방식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주·유럽지역과 같이 해외반출 문화재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유사 선례에 대한 부담으로 영구반환에 대해서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임대 등의 대안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해당 문화재가 해당 국가의 국유재산인 경우에는 정부 차원에서의 협상을 실시하고, 민간이 보유한 문화재에 대해서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중심으로 기증, 구매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식의 정부·민간의 쌍방 협력(two-track) 전략을 택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해외문화재 환수 활동은 문화재청과 관련 민간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문화재청의 인력·예산 부족, 구심력 있는 민간단체의 부재 등의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국외문화재 환수 업무의 주무기관인 문화재청 내에 해당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정책 수립과 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문화재청에서는 2011년 상반기에 별도의 팀(과) 단위의 국외문화재 환수를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할 계획인데, 전담조직 구성이 완료되는 경우 국외문화재 환수를 위한 정부 차원의 활동이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역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협상 체결까지 약 20년의 기간이 소요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외문화재의 환수를 위해서는 길고 지루한 협상 기한이 소요된다. 따라서 국외문화재를 국내로 환수하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매개체로서 이들 국외문화재를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국외문화재를 활용한 특별전시회를 현지에서 개최하거나 공동전시·공동연구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조형근 문화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