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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주거지 국고 지원 해야

입력 2011.03.23 16:55

휴먼타운정책의 장애요인과 과제

아파트·저층주택의 장점 통합 신개념 주거지

<주간경향>·국회 입법조사처 공동기획

과거 우리나라의 저층주거지(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등으로 구성된 주거지)는 산업화·도시화의 과정에서 아파트 위주의 주택 대량공급 정책으로 인해 급속하게 위축되어 왔다. 특히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높이·크기 등으로 도시·건축물을 계획하는 휴먼스케일(Human Scal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아파트 일변도의 개발로 인한 경관의 획일화에 대해 반성이 제기되는 등 기존 저층주거지를 보전·개선하여 공동주택단지 수준의 편의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료: 서울시

*자료: 서울시

서울시는 2010년 4월부터 보안·방범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 및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저층주택의 장점이 하나로 통합된 신개념 저층주거지 ‘휴먼타운’ 정책을 추진 중이다.

휴먼타운이란 기존의 저층주거지에 안전을 위한 CCTV·보안등·차량통제기 등의 설치와 자체 방범조직의 지원, 경로당·관리사무실·어린이집 등 주민복리시설과 쓰레기처리시설·친환경시설 등 생활편의시설의 설치, 주차장·공원·산책로·진입로 확장 등 도시 인프라의 구축을 통해 공동주택단지 수준으로 쾌적하게 정비되어 블록화된 일단의 저층주거지를 말한다.

휴먼타운은 단독주택 밀집지역과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서울시는 2014년까지 40곳으로 이를 확대해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 2014년까지 40곳 확대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2010년 4월에 성북구 성북동과 강북구 인수동, 강동구 암사동 일대의 3곳이 시범사업지구로 선정됐다.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의 경우는 2010년 8월에 마포구 연남동과 서대문구 북가좌동 일대의 2곳이 시범사업지구로 지정됐다.

휴먼타운 등 저층주거지 정비를 추진하는데 있어 현행 관련 법령상 다음과 같은 장애요인이 존재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첫째, 현재 주택 관련 법령 체제는 공동주택 중심으로 되어 있어 쾌적한 저층주거지의 주거환경을 지속적으로 정비 및 유지·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리고 현재 저층주거지를 포함한 관리방안으로 2007년 5월 제정된 ‘경관법’에 의한 ‘경관협정’이 있으나, 이것은 강제가 아닌 자율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보편적이고 전국적인 관리수단이라고는 할 수 없다.

둘째, 휴먼타운 시범사업의 경우 현재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을 임시방편으로 투입해 추진하고 있으나,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이 기금이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저층주거지의 정비 및 유지·관리에 대한 기금조성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지속적인 사업추진에 한계가 있다. 현재 ‘장기수선충당금’ 등 공동주택의 유지·관리에 대한 방안은 있으나, 저층주거지에 대한 유지·관리 방안은 전무한 상태이다.

또한 국고지원을 통해 저층주거지를 주로 정비하고 있는 현행 현지개량방식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사업시행자가 도로·상하수도 등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주민이 스스로 주택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휴먼타운과 유사하다. 그러나 도시 저소득주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서 정비기반시설이 극히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과도하게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양호한 저층주거지에 공동주택 수준의 편의시설을 갖추어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휴먼타운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셋째, 저층주거지에서 안전을 위한 CCTV·보안등·차량통제기 등을 설치할 의무가 없거나 설치비용을 보조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안전설비 설치비용 지원 필요
이같은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향후 다음과 같은 정책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행 ‘주택법’ 제2조 제6호의 ‘주택단지’와 같이 기존 저층주거지를 정비하여 블록화된 일단의 저층주거지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층주거지 관리규약의 법적 지위가 확보돼야 한다. 즉 현행 ‘주택법’ 제44조에서는 시·도지사가 공동주택의 입주자 및 사용자를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해 준거가 되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의 준칙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저층주거지에서의 관리규약에 대한 내용은 없어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주택법’ 제51조에 의한 공동주택의 ‘장기수선충당금’과 같은 기금을 휴먼타운 등 블록화된 일단의 저층주거지에서도 저층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일정 부분 징수해 적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휴먼타운 등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상의 정비사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가칭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신설하고, 현행 ‘도시정비법’ 제63조 제1항에 의한 국고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현행 정비사업은 개발 위주의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의 4가지로, 휴먼타운 등과 같이 기존의 저층주거지를 정비하고 유지·관리하는 사업은 부족한 실정이다.

셋째, 저층주거지의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CCTV·보안등·차량통제기 등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4조에 의한 ‘부대시설’이나, ‘도시정비법’ 제2조 제4호에 의한 ‘정비기반시설’로 인정해 설치의무를 부여하거나 설치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때 부대시설로 인정돼 설치가 의무화되는 시설은 공사비 증가 등 민간의 부담을 고려해 최소화하고, 정비기반시설로 인정해 가능한 한 국고지원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휴먼타운 정책이 기존의 공동주택단지와 비교해 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쾌적한 저층주거지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개발 위주에서 유지·관리 위주로 주거지 정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기존의 정비사업과는 달리 공공과 주민의 갈등을 최소화하며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창호 입법조사관<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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