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입력 2011.03.02 18:19

수사편의 위한 오·남용 예방책 필요

대상범죄 명확한 규정과 공범증인 및 피고인보호도 중요

<주간경향>·국회 입법조사처 공동기획

지난해 말 법무부는 선진 형사사법제도 개선방안으로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및 소추면제를 위한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을 공고했다.

정부는 조직범죄 등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검거된 조직폭력배들. |연합뉴스

정부는 조직범죄 등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검거된 조직폭력배들. |연합뉴스

검사의 소추면제와 법관의 형벌감면
조직범죄·부패범죄·마약범죄·테러범죄 등은 ▲범죄실행의 은밀성과 다수의 사람에 의한 조직적·구조적·기능적 역할분담이라는 특성 ▲범죄단서의 발견과 개별 행위자의 특정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사개시 및 공소유지 등에 상당한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화된 다수의 사람에 의한 범죄행위의 규명과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내부 관련자의 진술이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부 관련자의 진술이란 다른 공범관계에 있는 자와 관련된 증언이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는 자기 범죄의 자백이기 때문에 자발적 진술이나 증언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내부 관련자의 진술이나 증언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법적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제도가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및 소추면제제도’다.

법무부는 “조직범죄ㆍ부패범죄ㆍ구조적 범죄는 은밀하게 이루어져 가담자 외에는 범죄의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러한 내부가담자 등의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형사처벌상 혜택을 부여하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형법개정안 제52조의 2)와 소추면제제도(형소법개정안 제247조의 2)를 도입하고자 한다고 개정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개정법률안을 보면 면책대상 범죄는 뇌물죄를 비롯한 부패범죄·조직범죄·마약범죄·테러범죄다. 면책특혜를 부여받는 자는 다수인이 참가한 범죄의 정범 또는 공범관계에 있는 자이며, 면책특혜의 요건으로는 정범 또는 공범의 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이 범죄규명,결과발생의 방지,범인검거 등에 기여할 경우다. 그리고 사법협조자에 대한 검사의 소추면제 또는 법관의 양형상의 형벌감면은 임의적 재량사항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 제도는 경제학분야의 게임이론에서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제도로서 우리 법체계에 있어서 그리 낯선 제도는 아니다. 왜냐하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2조의 2에서 가격담합행위에 있어서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한 리니언시(leniency)제도 등을 이미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미법계의 미국은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증언거부권을 근거로 진술을 거부하는 자에게 국가가 일방적으로 증인에게 형사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줌으로써, 증인으로 하여금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제거한 후, 증언을 강제하는 제도다. 대륙법계의 독일은 공범증인면책제도(독일 형법 제46조의 b)를 채택하고 있다. 공범증인은 형사재판에 있어 하나의 증인이지만 보통의 증인과 다른 점은 공범관계에 있는 증인이 자신과 관련된 범죄에 대한 진술로 수사기관이 다른 자의 범죄를 규명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점이다.

면책특권 기준·순서 등 명시적 규정을
법무부의 개정법률안은 독일의 공범증인면책제도를 모델로 하여 입안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정법률안의 수사절차에서 참고인의 출석요구 및 강제구인제도, 사법방해죄의 도입, 그리고 사법협조자의 공소불제기 규정 등은 증언을 강제하고 그 증언의 진실담보를 위한 일련의 조항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의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의 특성이라 할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주요 논점은 첫째 수사편의를 위한 오·남용문제다. 사법협조자에 대한 형벌감면은 양형에 속하는 것으로 법관이, 소추면제는 기소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그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은 법관에 의해 통제가 가능하지만, 사법협조자 소추면제는 수사편의를 위하여 검사에 의해 오·남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공범증인 또한 면책특권을 부여받기 전에는 하나의 공범피의자·피고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사기관이 면책특권을 통하여 회유를 한다면, 그 진술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여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개정안에 진술의 ‘자의성’ 여부 판단의 기준 등 명시적 규정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면책특권의 범위문제다. 법률개정안에는 수인의 공범 중에서 누구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할지에 대한 기준, 순서, 그리고 방법 등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및 소추면제제도는 공범 중에서 특정 공범에게 진술을 전제로 하여 형사처벌 및 소추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평등원칙·책임원칙이라는 헌법적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상범죄의 동일성문제다. 형소법개정안은 사법협조자에 대한 소추면제를 위한 면책대상 범죄를 뇌물죄를 포함한 부패범죄·조직범죄·마약범죄·테러범죄로 제한하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법협조자의 형벌감면을 위한 형법개정안은 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이, 단지 ‘여러 사람이 관련된 죄’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모든 범죄에 대하여 형벌감면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도의 도입취지를 고려한다면 대상범죄를 무한정으로 확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형법개정안의 법문에 이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증언취득의 효율성문제다. 법률개정안은 사법협조자에 대한 형벌감면 및 소추면제를 모두 임의적 감면사유 및 소추면제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및 소추면제제도는 기존 형법 제52조의 자수에 대한 임의적 형감면, 그리고 실무관행상 이루어졌던 범죄진술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약속이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진술에 대한 확실한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제도인데, 기존과 같이 임의적 재량사유로 규정한다면 동일한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및 소추면제의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하나의 논거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제도를 필요적 형감면 및 소추면제로 규정하는 것 또한 검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재량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감면 판단기준(세부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을 명문화하여 재량남용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공범증인 및 피고인보호문제다. 공범증인이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및 소추면제제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는 수사기관의 회유에 의한 경우, 추후에 그 면책특권을 확실하게 보장받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석림 법제사법팀 팀장(변호사)·이재일 입법조사관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