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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체결과정과 국회의 역할

입력 2010.12.09 10:19

통상협상절차법 제정 국민의사 반영을

협상력 강화되고 이해 당사자간 갈등 제도적 조정 가능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6일 ‘한·EU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함으로써 2003년 2월 15일 ‘한·칠레 FTA’가 체결된 이래 총 6개의 FTA를 체결했다. 그리고 현재 ‘한·캐나다 FTA’, ‘한·멕시코 FTA’ 등을 포함한 9개의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에 있으며, 특히 ‘한·미 FTA’는 지난 11월 말부터 재협상 중에 있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6월 26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의한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6월 26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의한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우리나라는 FTA 협상 및 체결과정을 체계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을 갖추고 있지 않아, 국민의 의사가 체계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따라 지난 제17대에 이어 제18대 국회에서도 ‘통상협상절차법(가칭)’제정을 위한 법안들이 상정됐으나, 아직까지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미국은 의회 지지가 필수적
체계화된 통상협상 절차 마련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통상협상 절차는 국제통상협상에 있어서 자국의 대외협상력을 강화하는 데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퍼트남(Robert Putnam)의 ‘양면게임이론(two-level game theory)’에 따르면, 국가간의 협상은 양국 대표간의 대외협상과 국회의 비준 및 시민단체(혹은 국민)의 동의를 받는 과정인 대내협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개념에 의하면 대외협상에서 자국의 이익에 근접한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협상력은 자국의 대내협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의회 또는 여론이 수용할 수 있는 협상안의 크기, 즉 ‘윈 셋(Win-set)’의 크기에 달려 있다. 이 ‘윈 셋’의 크기는 대내제약이 강하면 강할수록 작아지게 되는데, 여기서 대내제약이 강해진다는 의미는 그만큼 대외협상에서 자국의 이익를 반영할 수 있는 협상력이 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내협상 과정이 체계화된 통상협상 절차 마련은 자국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주요한 변수가 된다.

둘째, 통상협상 절차의 체계화 및 제도화는 공공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 주요 행위자들 간의 이해 갈등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통상거버넌스’의 체계화 및 제도화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통상거버넌스’는 ‘통상정책과 관련한 행정부 내 관련 부처간, 행정부와 국회 및 시민간의 이해조정을 위한 제도 및 절차’를 의미한다. 따라서 통상협상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간의 이해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 통상협상 절차의 체계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우리나라의 법적 규정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으며, 이는 미국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외국과의 협상이나 조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으나, 의회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이 같은 사항은 통상협상절차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통상협상 절차 3단계인 ▲협상 전 ▲협상 진행과정 ▲협상 체결 후 등에서 의회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협상 전 단계부터 미 행정부는 의회와 긴밀한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구체적으로 협상 개시 최소 90일 전에 해당 통상협상의 필요성, 협상 일정, 목적, 새로운 협정 체결에 관한 것인지 또는 현행 협정의 개정에 관한 것인지를 의회에 알려 주어야 한다. 이 통고를 전후로 대통령은 해당 협상과 관련하여 상원의 재정위원회 및 하원의 세입위원회, 그리고 대통령이 해당 협상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상원과 하원의 기타 관련위원회 및 의회 감독그룹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의회 감독그룹의 과반수 이상이 요구할 경우 협상 개시 전 또는 그 어느 때라도 협상에 관하여 논의하여야 한다.

국민참여당 이재정, 진보신당 조승수, 민주당 손학규, 민주노동당 이정희, 창조한국당 공성경 대표(왼쪽부터)가 11월 10일 국회에서 한·미 FTA 추가 협상 반대 공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야 5당 대표 회담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김정근 기자

국민참여당 이재정, 진보신당 조승수, 민주당 손학규, 민주노동당 이정희, 창조한국당 공성경 대표(왼쪽부터)가 11월 10일 국회에서 한·미 FTA 추가 협상 반대 공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야 5당 대표 회담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김정근 기자

둘째, 협상이 시작되고, 협상이 체결되기 전까지 대통령은 상원의 재정위원회, 하원의 세입세출위원회, 기타 관련 상·하원 상임위원회, 의회 감독그룹과 협상의 성격, 협상 목표의 달성, 현행법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하여 협의해야 한다. 특히 ‘무역구제규정’에 변경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협상과정에서 제시된 대안 및 그 대안과 협상 목표 달성과의 연계 등에 대해 협정 체결 180일 전에 상원의 재정위원회와 하원의 세입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대통령은 해당 협정이 체결되기 최소 90일 전에 그때까지 진행된 협상 내용을 무역위원회(ITC)에 제출하여 해당 협상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ITC는 협정 체결 후 90일 이내에 해당 협정이 미국 경제 전체 및 개별 산업별로 미치는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합의 및 이견내용 등을 대통령과 의회에 각각 제출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의 협상 체결 통고 최소 30일 전에 ‘통상협정과 협상을 위한 민간위원회’(ACTPN)는 해당 협정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대통령, 의회, 무역대표부에 제출해야 한다. ACTPN은 45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각 위원은 개별 산업부문을 대표하는 사람들로서, 무역대표부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편, ACTPN과 구분하여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개별 산업부문별 또는 기능별 자문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

셋째, 협정이 체결된 이후 60일 전에 대통령은 협정 이행을 위해 필요한 기존 법률 변경사항뿐만 아니라 상·하 양원이 개회 중인 기일에 최종 협정문과 이행법안, 행정부의 이행계획, 그리고 협상 목표의 달성 가능성과 국익 부합성 등에 대한 자료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행법안이 법률로 제정돼야 한다.

한국 국민의사 반영 제도적 장치 미흡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통상협상 과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특히 통상협상 과정에서 국회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현재 한국의 통상협상 절차와 관련한 주요 법적 규정으로는 ‘헌법’‘제60조 제1항’과‘대외경제장관회의 규정’ 및 ‘자유무역협정체결규정’ 등이 있다.

이에 따른 통상협상 절차를 정리하면 우선 ‘자유무역협정위원회’가 특정 국가 또는 특정 지역과의 FTA 체결 타당성 검토와 기본전략을 수립해 ‘대외경제장관회의’의 심의 및 의결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특정 FTA 협상 개시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자유무역협정위원회가 특정 FTA 협상에 대한 심의 및 의결과정을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요청하고자 할 때는미리 공청회를 개최해 그 결과를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협상이 시작된 이후에는 협상안, 협상 진행상황 및 최종 협상안에 대해서 대외경제장관회의에 보고해 이를 심의·의결하도록 돼 있다. 또한 협상의 중요사항을 국회에 보고하고, 이해 당사자 및 국민을 상대로 수시로 설명하여 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도록 돼 있다.

협상이 타결된 후에는 국회에 협상 결과 보고 및 대 국민 홍보, 필요시 대외경제장관회의에 국내 보완대책의 수립을 요청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제60조 제1항’에 의거해 자유무역협정안에 대한 비준동의를 요청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통상협상은 행정부 중심으로 돼 있다. 

협상 진행사항에 대한 보고절차가 없는 것은 아니나, 법적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 실질적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같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통상협상절차법을 제정해 통상협상 전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참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통상협상에서 우리나라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이해 당사자간의 갈등이 제도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유웅조 입법조사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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