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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 건축이 서로 소통하다

입력 2010.12.08 16:06

  • 임영주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감응 : 정기용 건축-풍토, 풍경과의 대화

순천·정읍·제주·진해의 기적의 도서관, 효자동 사랑방,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제주 4·3공원, 무주프로젝트, 계원조형예술대학….

순천 기적의 도서관

순천 기적의 도서관

이는 건축가 정기용(65)의 건축작업들이다. 그는 일반 주택도 만들었지만 이 같은 공공건축물들을 보면 그가 어떤 건축가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감응 : 정기용 건축-풍토, 풍경과의 대화’는 정기용이라는 한 건축가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관람객의 눈높이를 고려해 잘 구성한 전시다.

보통 건축하면 설계도면이나 모형, 복잡한 수학적 계산, 건축 재료들을 떠올리지만 전시는 “건축가는 공학도나 설계자일 뿐 아니라 인문학, 철학, 사회학을 배우고 실천하는 지식인이자 삶의 전망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단순히 자료를 나열해 배치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건축과 건축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만들었다.

현재 정기용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는 정재은 감독(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감독)은 정기용이 만든 기적의 도서관 속에서 사람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즐기는지를 영상에 담았다. 도면이나 모형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생생한 공간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다가온다. 전북 무주에서 10여년간 공공건물 30여채를 지은 무주프로젝트의 일부인 무주 버스정류장도 전시장 내부에 설치물로 재구성됐다. 정류장에는 그 곳에서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 보게 되는 주변 풍경 영상이 마치 실제로 버스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상큼한 음악과 함께 흘러간다. 건축가가 그러한 풍경에 어울릴, 그런 풍경을 보며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고려한 버스 정류장을 지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왼쪽) 정기용 건축가, (오른쪽) 무주 등나무 공설운동장 스케치.

(왼쪽) 정기용 건축가, (오른쪽) 무주 등나무 공설운동장 스케치.

흙건축에도 관심이 많았던 건축가와 관련, 전시장에는 흙벽이 세워졌다. 누렇고 울퉁불퉁해서 정겨운 흙 벽 위에는 애니메이션 <나무를 찾는 소녀>가 영사된다. 정기용은 평소 머릿속 자신의 이상적인 형상을 ‘소녀’라고 말했다고 한다. 연필을 든 소녀가 혼잡한 도시를 지나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정기용이 추구해왔던 건축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기용은 전시 개막일에 ‘감응’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고, 강의의 흔적은 전시장 내 칠판에 남아있다. 이 역시 마치 퍼포먼스처럼 건축가의 흔적을 남겨 글씨만으로도 여운을 느끼게 한다. 수많은 스케치 노트의 속을 모두 다 보여줄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트 속 지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배려도 돋보인다.

무주 곤충 박물관.

무주 곤충 박물관.

정기용의 건축은 낮은 담, 풍경이 보이는 큰 창, 담쟁이, 중정 등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건물과 건물이 이어지는 사이로 자연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실내가 바깥이 되기도, 바깥이 속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미로처럼 곳곳을 탐험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었고, 농부의 삶을 살고 싶어한 노 전 대통령에게는 살기에 다소 불편한 집을 지어주었으며, 웅자함을 내세우기보다 이용자가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다정한 운동장을 그는 만들었다. 자연과 사람, 건축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김태령 일민미술관장은 “정기용 선생님의 건축세계는 ‘건축이 삶에 스며 있어야 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고집하기보다 대중의 삶이 녹아 있는 건축물이 진짜 건축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011년 1월 30일까지. 관람료 무료. (02)2020-2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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