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연예계는 ‘신비주의’가 대세였습니다. 새 앨범을 낸 가수들은 타이틀곡과 후속곡 활동 후 한동안 ‘잠수’를 탔습니다. 방송 활동과 인터뷰를 일절 금하고 다음 작품 활동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쯤 지나 새로운 의상과 새로운 노래로 ‘짠’하고 나타났죠. 대중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가수에게 환호했습니다.
배우 이병헌은 지난 1년 동안 ‘아이리스’(왼쪽), ‘G I 조’ 등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배우들도 작품이 끝나면 재충전 시기를 가졌습니다. 때론 재충전 기간이 너무 길어져 연기 없이 광고로만 만나는 ‘CF스타’도 생겼습니다. 전지현·이영애·고소영은 작품이 없어도 최고 몸값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TV 속 스타들은 마치 쉬면 큰일 나는 것처럼 쉼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박진희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MBC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방송기자로 나와 연하의 김범과 사랑에 빠졌고, 4월에는 영화 <친정엄마>로 애틋한 모녀의 사랑을 보여 줬습니다. 이 뿐인가요. 5월부터 SBS 창사 특집드라마 <자이언트>에 출연 중이며, 6월에 개봉한 영화 <포화속으로>에도 얼굴을 비춥니다. 모 보험사 광고에서처럼 가스 불 끄는 것도 깜박할 정도로 바쁩니다.
할리우드 스타로 떠오른 이병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KBS2 드라마 <아이리스>로 안방극장을 사로잡더니 곧바로 광고성 단편영화 <인플루언스>와 또 다른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악마를 보았다> 홍보활동이 마무리되는 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흰 옷을 입은 ‘G I 조2’의 스톰 섀도로 변신합니다. 전 여자 친구 권 모씨, 방송인 강병규와 송사에 휘말렸지만 오히려 더 많이 달리고 있습니다. 출연료나 인기가 아쉬울 것 없는 한류스타의 행보가 숨찹니다.
이승기는 ‘만능엔터테이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마친 뒤 올해에는 KBS2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로 연기 활동을 이어갑니다. 두 드라마 사이에 디지털 싱글 ‘결혼해 줄래’와 4집 앨범 <섀도우>을 냈고, 김연아와 ‘스마일 보이’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물론 2주에 한 번 ‘형들’과 함께 <1박2일>도 떠나야 하죠.
지난해 MBC <신데렐라맨>을 선보인 권상우는 영화 <포화속으로>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뺑소니 구설수가 없었다면 고현정과 함께 드라마 <대물> 촬영 중일 겁니다.
왜 배우들이 신비주의를 포기하고 계속 TV에 나오는 걸까요.
연예계 인기 사이클이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대형 기획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신인배우를 배출합니다. 훈련 시스템이 좋다 보니 신인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수와 배우 간의 경계도 허물어졌습니다. 아이돌 그룹 멤버가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드라마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한 명씩 꼭 출연합니다. 출연할 수 있는 프로는 유한한데 출연자가 무한대로 늘어나니 경쟁은 치열합니다. 팬들은 이제 연예인들의 신비주의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더 매력적인 누군가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꾸준히 작품을 하는 것이 능력이고, 꾸준히 각인시키는 것이 인기 유지의 비결이 된 겁니다. 한류스타도 신인처럼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연예인의 무한경쟁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