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한 농민이 유채꽃에서 추출한 바이오 디젤을 트랙터 연료통에 붓고 있다. <박재찬 기자>
배추는 10개, 양배추는 9개의 염색체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채에는 배추와 양배추의 염색체쌍 수를 더한 만큼의 수인 19개의 염색체쌍이 있다. 배추와 양배추의 염색체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배추와 양배추는 자연적으로 교잡이 가능해 둘이 합쳐진 것이 유채다. 이것이 그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종의 합성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배추와 서양겨자(흑겨자)가 만나면 갓이 되고, 양배추와 서양겨자가 만나면 서양갓(에티오피아 겨자)이 만들어진다(U’s triangle). 우 박사는 1935년 이 같은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내 세계적인 과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우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원예연구 강국이 된 것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씨앗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로 발돋움한 것도, 연구자들 모두 우 박사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도 다 여기서 비롯한 일이다.
전 세계에서 식용류로 애용
유채(油菜)는 말 그대로 기름을 짜는 채소다. 유채 씨앗의 40~45%가 기름인데 아주 예전부터 유채기름을 활용했다. 기름을 이용해서 엔진을 돌리고 기계를 움직이듯 사람 몸에도 기름은 곧 에너지 덩어리다. 지금은 너무 많이 섭취해 비만과 각종 성인병 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옛날에는 적은 양의 기름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기름 함량이 높은 유채는 아주 귀한 에너지원 역할을 했다. 음식에는 물론 기계 윤활유로도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석유가 대규모로 개발되면서 공업용 기름은 석유가 대신했다. 식용유로는 아직도 많이 쓰여 캐나다에선 유채기름을 ‘캐놀라(canola)’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캐나다의 주요 수출 품목의 하나로 캐놀라청이라는 관청이 있을 정도다.
지금은 값이 많이 내렸지만 얼마 전 국제 원유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을 때 ‘바이오디젤’이라는 이름으로 유채기름을 공업용으로 쓰자는 움직임이 크게 일었다. 화석연료가 아니기 때문에 고갈 염려가 없고(태양이 계속 존재하는 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식물성 바이오연료야말로 지구의 미래라는 주장이었다. 지금도 이 주장은 진행형이다. 하지만 <자원전쟁(Der neue Kalte Krieg)>이라는 책을 쓴 에리히 폴라트와 알렉산더 융에 따르면, 유채기름으로 석유를 대체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한다. 이런 일을 실제로 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 유일한데 독일 총 경작지의 10%에 달하는 120만㏊에 유채를 재배한다.
더 늘리면 150㏊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기름의 양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200만t을 넘을 수 없다. 반면 독일이 해마다 쓰는 석유의 양은 1억3000만t에 달한다. 독일의 전 국토에 유채를 재배해도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계산은 다른 어떤 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게다가 유채를 대단위로 재배하기 위해 화학비료와 트랙터, 콤바인 등 각종 농기계를 투입해야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유채에서 얻는 기름보다 더 많다. 완전 연소와 배기가스 정화에도 어려움이 크다. 섬세한 연료노즐과 입자필터를 갖춘 현대적인 디젤 엔진에는 사용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더구나 수억 명의 인류가 굶주리는 상황에서 식량작물 재배를 줄이고(농경지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연료를 얻는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힘들다.
유채는 채소로도 아주 우수하다. 유채의 꽃과 줄기를 ‘하루나’라고 하는데 나물로도, 김치로도 별미다. 비타민 C가 아주 많고, 비타민 A와 칼륨·칼슘·철분 등도 풍부하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