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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당근 - 50g만 먹어도 비타민 A 충분

입력 2009.03.03 00:00

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서울 모 대학 의료진이 ‘농민의 날’과 ‘눈의 날’을 맞아 농민들을 진료하면서 눈에 좋은 당근주스를 대접하고 있다.

서울 모 대학 의료진이 ‘농민의 날’과 ‘눈의 날’을 맞아 농민들을 진료하면서 눈에 좋은 당근주스를 대접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국가들에는 한국에는 없는 한국 당근(MORKOS KOREJIETISKA)이 인기라고 한다. 그곳에 사는 초유스라는 블로거가 전하는 글에 따르면 당근을 채썰어 후추와 설탕, 마늘, 식용유, 식초 그리고 그곳에서 많이 쓰는 향료인 카더몬 등을 넣고 버무려 샐러드처럼 만든 음식이다.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샐러드 가게도 어김없이 한국 당근을 제일 앞에 늘어놓고 판매한다. 특히 꼬치구이나 닭고기 등을 먹을 때 곁들여 먹는다. 이 음식이 한국 당근이라고 이름 붙은 것은 고려인들이 한국 김치맛을 내기 위해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그곳 사람들은 이 한국 당근이 한국에서도 즐겨 먹는 유명한 음식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당근은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시 산록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는 원나라 초기에 중앙아시아를 통해 전해졌고,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도입 시기와 경로가 밝혀져 있지 않은데 16세기쯤 중국에서 도입됐을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기록에는 1907년에 서양 품종을 들여와 재배한 내용이 남아 있다.

당근을 ‘唐根’으로 읽어 ‘중국에서 온 뿌리채소’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홍당무를 ‘중국에서 도입한 붉은 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인삼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人蔘’의 일본 발음인 ‘닌진(Ninjin)’으로 부른다. 영어 ‘Carrot’은 켈트(Celt)어 ‘celtic’에서 유래한 것인데 당근의 색깔이 붉다는 뜻이다. 당근에 많이 들어 있는 카로틴(carotene)도 이 단어에서 비롯했다. 당근의 붉거나 노란 색소가 카로틴인데 우리 몸 안에서 비타민 A로 변하기 때문에 프로비타민 A라고 부른다. 채소 가운데 당근은 파슬리 다음으로 비타민 A 함량이 많다. 50g 정도만 먹어도 성인 하루 섭취 필요량을 채울 수 있다. 비타민 A는 발육을 촉진하고 세균에 대항하는 저항력을 증가시키며 피부 표면이 거칠어지는 것과 주름을 방지한다. 항암 효과도 있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에 걸리기 쉽다. 비타민 A는 물에 녹지 않고 기름에 잘 녹으며 가열해도 분해되지 않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생으로 먹기보다는 기름으로 볶아 먹어야 흡수가 잘 된다.

다른 채소와 섞어 주스 만들면 효능 반감
당근에는 펜톤산 등 당질이 많이 들어 있어 단맛이 난다. 무기질로는 인보다 칼슘이 많아 알칼리성 식품에 해당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당근에 강력한 비타민 C 분해효소인 아스코르비나아제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근을 다른 채소와 섞어 주스를 만들면 다른 채소 안에 있는 비타민 C를 파괴한다. 이때는 식초를 조금 넣어 산성으로 만들면 아스코르비나아제의 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 또 이 효소는 열에 매우 약하므로 익혀서 먹어도 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번거롭게 하기보다는 그냥 당근만 넣고 갈아 마시는 편이 나을 듯하다. 당근을 초절임하면 효능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아스코르비나아제가 억제하는데다 당근의 좋은 성분들이 식초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당근 초절임은 고혈압과 당뇨, 노안, 백내장 등을 다스리는 데 좋다. 일반적으로 당근은 카로틴 함량이 높아 붉은색이 진하고 껍질이 매끄러운 것이 좋다. 표면에 잔뿌리가 적고 단단하고 휘거나 부러지지 않아야 한다. 당근의 머리 부분에 푸른빛이 많은 것은 재배할 때 햇빛을 많이 받은 것이다. 이 경우 단맛이 적고 심이 굵게 들어 있어 요리하기 불편하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