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녹차 - 약리작용 뛰어난 기호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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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녹차 - 약리작용 뛰어난 기호식품

입력 2009.02.24 00:00

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서울시의 종합 안내전화가 ‘다산콜센터’고, 지방자치단체가 영예롭게 여기는 큰 상 가운데 ‘다산목민대상’이 있다. 남양주 시는 해마다 ‘다산문화제’를 열고 강진에 가면 ‘다산박물관’이 있다. 북극에 있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지 이름은 ‘다산과학기지’다. 200년 전 이 땅에 살면서 뛰어난 재능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우리 정신문화와 과학기술을 일대 혁신한 정약용은 ‘다산(茶山)’이라는 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약용의 호는 이것 말고도 삼미(三眉) 여유당(與猶堂) 사암(俟菴) 자하도인(紫霞道人) 문암일인(門巖逸人) 철마산초(鐵馬山樵) 등 여럿 더 있다. 이 가운데 유독 다산이 유명한 것은 1801년(순조1년)의 신유박해로 강진에 18년 동안 유배됐을 때 무려 11년을 이곳에서 살면서 방대한 저서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 이름이 다산초당(茶山草堂)이다. 다산은 차나무가 많았던 만덕산을 달리 부르는 말인데, 마을 사람들이 유배온 이의 이름을 입에 올릴 수가 없어 ‘다산선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정약용은 이곳에서 혜장 스님을 만다면서 차(茶)에 심취해 ‘동다기’ ‘걸명소’ 등 차에 대한 글을 많이 썼으며 <경세유표(經世遺表)>에는 차나무 재배법까지 자세히 기록해놓았다.

카페인 함량은 커피의 3분의 1 수준
차나무는 중국 혹은 인도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삼황오제(三皇五帝)의 한 사람으로 농사법을 전해주었다는 신농씨(神農氏)와 관련한 설화가 있다.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신농씨는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모든 풀과 나무를 직접 먹어보고 먹을 만한 것인지 가려냈다고 한다. 하루에 100여 가지 이상을 맛보았는데 72가지 독초에 중독돼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 바람에 날려온 차나무 잎을 씹고는 해독되어 살았다는 이야기다. 한자로 차(茶)는 글자가 풀(草)과 나무(木) 사이에 사람(人)이 껴 있는 모양이다.

차나무의 새로 돋은 가지에서 잎을 따 솥에 넣어 볶거나 증기로 쪄낸 것이 녹차고, 녹차를 발효시킨 것이 홍차다. 홍차는 서양에서 특히 인기인데 예전 영국인들이 중국 녹차를 구입해 유럽으로 운송하던 중 무더운 날씨와 습한 기후 탓에 자연발효해 홍차가 됐다고 알려졌다. 당시 홍차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영국이 비싼 차 값을 치르기 위해 중국에 아편을 수출했고 결국 아편전쟁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영국은 또 식민지 미국에 대해 차의 무관세 독점 판매권을 제정했다가 미국의 과격파들이 보스턴항에 정박해 있던 영국 배에 쳐들어가 차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리는 ‘보스턴 차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다.

찻잎을 건초더미처럼 눌러 덩어리로 만든 다음 창고에 쌓아 몇 해 동안 발효시킨 것을 흑차라고 부르는데 중국의 윈난성과 쓰촨성, 광시성 등에서 많이 생산한다. 요즘 많은 사람이 찾는 보이차가 흑차에 해당한다.

녹차는 암 예방에 좋고 몸 안의 독을 없애며 유해산소 성분을 차단한다고 알려졌다. 녹차 특유의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은 식물에 많은 폴리페놀의 하나로 동맥경화와 혈압상승 억제, 혈전예방, 항바이러스, 항비만, 항당뇨, 항균, 해독, 소염, 충치 예방 효과가 있다.

녹차에는 카페인이 상당량 들어 있어 많이 마시면 문제가 된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녹차의 카페인 함량은 커피의 3분의 1 수준이다. 목욕탕에 거름망에 싼 녹차를 넣어 녹찻물을 우려내 몸을 담그면 기미나 주근깨가 생기는 것을 막고 피부 노화를 억제한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