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허브 - 쑥·달래·냉이 등은 ‘토종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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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허브 - 쑥·달래·냉이 등은 ‘토종 허브’

입력 2009.02.10 00:00

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안성 허브 마을의 허브가든

안성 허브 마을의 허브가든 <경향신문>

언제부터인가 꽃가게 한귀퉁이에 ‘허브’라는 것이 자리 잡았다. 앙증맞은 화분에 담겨 은은하거나 혹은 싱그러운 향을 내는데다 값도 저렴하고 기르기 쉬워 많은 사람이 찾는 인기 품목이다. 이것을 말려 향주머니나 허브차를 만들고, 정유(精油·에센스오일)를 뽑아내 향수와 비누·화장품 등을 제조한다. 식재료로도 쓰여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하고 와인과 식초 재료로 활용한다. 향신료로 쓰이기도 한다.

말뜻으로 보자면 풀(草)을 지칭하는 ‘herb’가 분명하지만(제초제가 영어로 ‘herbicide’다) 나무가 아닌 모든 식물을 허브라고 부르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웰빙 취향이 퍼지면서 향기 있고 가벼운 기능성을 가진 풀 종류, 주로 로즈마리나 라벤더처럼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풀들과 갖가지 소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농장이 생겨났고 이것을 묶어 부르는 말로 허브라는 단어를 차용한 듯싶다. 채소가게가 아니라 꽃집에서 파는 것을 보면 화훼의 한 종류로 여길 수도 있겠다. 아직 공식적인 분류는 아니고, 농촌진흥청의 작물 구분에 따르면 특용작물 가운데 향료·기호료·약용작물 일부와 초화류·자생화 일부가 해당될 것 같다.

향기요법, 보완적 치료수단으로 각광
허브의 좋은 향과 약리작용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고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것을 아로마테라피(향기요법)라고 하는데 보완적인 치료 수단으로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최근 인정받은 분야지만 좋은 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어서 서양에서는 그 뿌리를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 잡고 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허브(약초)를 달여 먹이고 상처에 바르고 때론 태워서 연기를 마시게 했다. 서기전 1550년쯤에 작성된 한 파피루스에 약으로 쓰이는 허브 800개가 나열돼 있다고 한다. 미라를 만들 때는 시신의 내장 등을 제거하고 허브오일 등을 발라 나쁜 냄새를 없애고 썩는 것을 방지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을 거치면서 허브는 더욱 쓰임새가 많아졌는데 주된 용도가 아로마테라피와 향신료였다.

사실 우리나라도 쑥이나 달래·냉이 등 ‘향을 먹는’ 나물이 많고, 약초와 향신채소를 아주 예전부터 길렀기 때문에 이들을 토종 허브로 불러도 무리가 없다. 가장 널리 활용되는 허브인 라벤더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베개 속에 넣거나 입욕제, 향수 등으로 쓰인다. 로즈마리와 오레가노·바질·타임·딜 등은 서양요리에 많이 쓰이는 향신료로 각기 독특한 향과 맛을 경험한 사람들은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한다. 캐모마일은 예전 유럽에서 가정 상비약으로 쓰인 약초다. 감기 기운이 있다든가 두통이 있을 때, 피로를 느낄 때 우선 캐모마일차를 마셨다고 한다. 레몬밤은 두뇌 활동을 촉진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효능을 지녀 ‘학자의 허브’로 알려져 있다.

스테비아는 단맛이 설탕의 200~300배에 달하지만 열량은 매우 낮다. 따라서 당뇨·비만·심장병 환자의 감미료로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스테비아를 비료로 만들어 벼 등을 재배할 때 사용하는 스테비아농법도 개발되었다. 스피어민트·애플민트·페퍼민트 등은 멘톨이 주성분인 박하류인데 상쾌한 향기와 청량감이 일품이다. 담배도 꼭 박하담배만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