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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지구촌 입맛을 유혹하다

입력 2009.02.03 00:00

식습관을 바꾸자

육류 요리는 세계인 모두 선호… 한국 대표음식으로 경쟁력 충분

‘불고기 먹고 힘내자’ 행사에서 외국인들이 즉석 불고기를 맛보고 있다.

‘불고기 먹고 힘내자’ 행사에서 외국인들이 즉석 불고기를 맛보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한국 식당 수복성(壽福城)은 중국에 진출한 가장 성공한 기업형 식당 중 하나다. 수복성은 2003년 ‘국가 특급 식당’으로 지정됐다. 83개뿐인 ‘국가 특급 식당’ 중 외국 음식점은 한국의 수복성과 미국의 TGI뿐이다. 수복성의 명성은 고객이 증명한다. 수복성이 관리하는 주요 고객은 1만5000명이 넘는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우이(吳儀) 전 부총리 등 정·관계 인사 등 ‘로열 클라이언트’도 여기에 포함된다. 온대성 수복성 사장은 “음식 대국인 중국이 한국 음식과 한국 식당을 인정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불판 앞에서 함께 구워먹는 이색 체험”
세계 최고 수준인 수복성의 서비스를 말할 때 화장실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온대성 사장과 직원은 일주일에 한 차례 화장실에서 식사를 한다. 어느 정도로 청결 관리가 되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 화장실에는 중국 상류층이 즐겨 읽는다는 <애비에이션 투데이>와 같은 최고의 명품 잡지가 비치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음식 학교인 ITIF에서 공부 중인 주영철 ANN하우스 대표는 “중국이기 때문에 ‘화장실’이 부각되었을 것”이라면서도 “어떻든 수복성은 진심으로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식당”이라고 칭찬했다.

수복성의 성공은 물론 서비스만으로 만들어낸 결실은 아니다. 이곳의 주 메뉴는 한국식 불고기(생갈비·생등심 등)다. 이곳은 중국 상류층이 한국 음식을 소개할 때 추천하는 식당이다. 육류고기를 튀기거나 볶아먹는 중국인에게 양념을 하거나 신선한 생등심, 생갈비 등을 숯불에 구워 먹는 한국식 불고기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다. 한국식 고기 메뉴의 신선한 맛이 중국인의 혀를 사로잡은 것이다.

세계에서 쇠고기를 즐기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프랑스의 포토푀(Pot au feu), 이탈리아의 오소 부코(Osso Buco), 터키의 되네르 케밥(Doener Kebab), 브라질의 슈하스코(Churrasco) 등 쇠고기 요리는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처럼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쇠고기 요리가 많다는 것은 수요 시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앤드루 새먼 <더 타임스>지 서울특파원은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김치가 한국 음식의 상징이지만 수출전략상품이 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숯불구이를 추천했다. 그는 “식탁에서 함께 요리를 해먹는 것만큼 멋진 체험이 없다”면서 “스위스 퐁듀(fondue·치즈를 불에 녹여서 빵에 찍어먹는 데서 유래된 음식), 중국의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일본의 샤브샤브 등이 그 상업성을 입명했다”고 말했다.

국제화 시대의 한국 음식, 그중에서도 한국 불고기의 경쟁력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뉴욕의 ‘큰집’ ‘강서회관’ ‘감미옥’ ‘우래옥’, 런던의 ‘폴로’ ‘우정’ ‘코바’, 파리의 ‘코렝’, ‘서울 오페라’ ‘한림’ 등은 현지인들에게 꽤 인기가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여행책자가 최고의 인터내셔널 푸드점으로 추천할 만큼 창의성과 맛이 뛰어나다. 이런 힘은 음식 문화적 저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규태는 ‘불고기론’에서 “숯불을 피워 그 위에 재를 얇게 덮은 다음 살코기를 석쇠에 얹어 지글거리기 시작하거든 반숙된 채로 들어내어, 찬물에 담그기를 세 번 하여 다시 굽는다. 이 세상 어떤 다른 나라에 이 같은 요리 문화나 미각 문화가 있었던가 싶다”고 말했다.

외국에는 없는 다양한 고기 요리법
고기 굽는 정도도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 양식에는 웰던, 미디엄, 레어 세 가지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는 숯불의 강도와 잿불의 후박, 화기의 조사거리, 석쇠의 열전도율 등에 따라 방·의·오·퇴·삼·식·홍·단·염·설·암·낙 등 열댓 가지로 분류했다. 맛은 그 굽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서양요리 방법은 크게 스테이크, 로스트, 스튜, 브레이즈 네 가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우리의 육식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규태는 ‘불고기론’에서 한국인의 고기 요리법에 스스로 감탄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은 날로 육회를 쳐 먹고, 데쳐 먹고, 구워 먹고, 삶아 먹고, 볶아 먹고, 고아 먹고, 포 떠서 먹고, 조려 먹고, 말려 먹고…”라면서 “서양에서도 송아지 요리는 있지만 우리처럼 두 살짜리 송아지, 세 살짜리 송아지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배내송아지까지 세분해서 각기 다른 고기 맛의 묘미를 맛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단한 미각문화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저런 옛 솜씨를 재생시키면 기막힌 불고기 문화가 꽃 피어날 것이다.

그러나 결코 세계 시장에서 한국 음식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레스토랑 평가 가이드북인 <자가서베이>는 뉴욕의 음식점 2600여 곳을 수록하고 있다. 이중 한국 식당은 10개 남짓이다. 맛의 고장이라는 파리에 중국 식당은 4000개, 일본 식당은 1200개인데 비해 한국 식당은 80개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은 역시 성공한 한국 식당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수복성 온대성 사장은 성공의 요인을 한마디로 “식단의 현지화와 서비스의 매뉴얼화할 수 있는 기업형 경영”이라고 말한다. 최근 중국에서 선풍적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의 요시노야, 아지세 라멘, 마나베(코히칸) 커피, 브라질의 숯불고기 전문점인 슈하스카리아(Churrascaria) 등도 예외가 아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한국식당 ‘경복궁’을 경영하고 있는 강외석씨는 “최근 중국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 일본 브랜드는 일본에서 갖고 있던 소형·재래식 매장이라는 이미지를 벗으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영철 대표는 “왜 한국 식당엔 TV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정한 맛을 선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탈리아의 전통 음식을 먹을 때는 식욕을 조절하는 와인과 디저트를 세 차례에 나눠 제공하는 것과 같은 배려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입맛을 돋우기 위한 아페리티보(Aperitivo)를 식전에 제공하고 주메뉴와 조화를 꾀하는 비노(Vino), 이어서 입을 개운하게 하는 맛을 넣는 돌치(Dolci·디저트)가 나온다. 과거 철저하게 별미를 가려내 먹는 한국의 식문화에 현대식 경영기법을 접목할 때 한국 음식의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