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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그것이 알고 싶다

입력 2009.01.20 00:00

위기 예측이 허위 사실 유포면 경제기자·교수도 처벌 대상인가

[이슈]‘미네르바’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지난 8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추정되는 네티즌 박모(30)씨를 긴급 체포했다. 지난해 7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정확히 예측한 이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미네르바의 실체가 비로소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미네르바는 절필 선언과 재등장을 반복하며 수많은 억측과 추측을 낳았다. ‘50대 초반의 증권사 경력의 인텔리’ ‘80살 초·중반의 노인’부터 우리 사회의 유명인사도 미네르바라는 ‘혐의’를 받았다. 대한민국을 온통 미네르바 신드롬에 휩싸이게 했으며 민주시민언론운동연합으로부터 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미네르바의 등장과 그에 대한 열광은 제도권이 공개적이고 다양한 경제 분석과 전망을 포기한 데 따른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또 “정부가 무리하게 법률적 통제장치를 빌미로 사회의 건강한 의사소통의 발전에 재갈을 물린다면 우리 사회는 후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네르바를 긴급 체포함으로써 정부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암묵적인 경고를 보냈다. 이는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사이버모욕죄의 도입과도 오버랩된다. 법무법인 이안 이상훈 변호사는 “무엇을 허위 사실 유포로 볼 것인지 의문이 간다”라며 “미네르바의 글이 다소 거칠긴 했지만 재경부의 긴급 공문 내용 말고는 경제 진단에 대한 평가이고, 설령 긴급 공문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가 인정된다고 해도 벌금 이상의 실형을 가한다면 과잉 처벌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했다는 이유로 누리꾼을 긴급 체포한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됐다”면서 “미네르바의 체포는 청와대 지하에 자리 잡은 ‘비상경제대책회의’의 첫 작품”이라고 비꼬았다. 진보신당도 “경제 위기 예측이 유언비어와 허위 사실 유포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장밋빛 거짓말 ‘7·4·7’ 공약도 처벌 대상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와 누리꾼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미네르바의 실체와 앞으로 처벌 수위와 재판, 해외 사례 등을 독자가 알기 쉽게 13문 13답으로 정리했다.

Q1 ‘미네르바’ 누구인가.
이름 : 박○○(필명 미네르바)
인터넷 IP: ‘211.178.***.189’ ‘211.49.***.104’
나이 : 만 30세(78년생)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창천동
별명 : 인터넷 경제대통령, 우리 시대의 경제 스승, 고구마를 파는 노인
해외에서의 별명 : 온라인 노스트라다무스
성격 : 입바른 소리를 잘함, 논리적이며 울컥 하는 면도 있음
학력 : 한양공고 건축과, 두원공대 정보통신과 졸업
직업 : 무직(건설회사 근무 경력 있음)
취미 : 경제학·경영학 서적 탐독, 정확한 경제 위기 진단, 인터넷에 글 올리기
주로 노는 곳 : 다음 아고라
싫어하는 사람 : 이명박·강만수(리만(李萬) 브러더스)
싫어하는 동물 : 노란 토끼(일본 환투기 세력 지칭), 쥐
좋아하는 동물 : 고양이(쥐를 잡기 때문)
좋아하는 음식 : 고구마(외환거래 지칭)
수상경력 : 제10회 민주시민언론상 수상, 각종 언론에서 ‘올해의 인물’ 선정

Q2 검거 근거는.
그동안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올렸던 이전의 글은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근거 없는 비방, 또는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려워 수사에 착수할 명분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1월 3일 김경한 법무장관이 수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에 따라 적당한 시기와 팩트를 잡을 명분을 쌓았고 미네르바는 검찰의 수사 가능성에 따라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9일 미네르바가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는 글을 올리자 이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보고 내사에 착수했다.

Q3 왜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서 검거했나.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마약조직범죄수사부(김주선 부장검사)에 허위 사실 유포 전담반이 있다. 증권가 사설 정보지 등을 통한 유언비어나 허위 사실 유포 사건을 전담하는 곳이다.

Q4 어떻게 어디서 체포했나.
검찰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 미네르바를 ID로 쓰는 회원이 가입 때 등록한 신상명세와 글을 올린 인터넷 주소(IP:’211.178.***.189’ ‘211.49.***.104’)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다음은 이를 제공했다. 검찰은 IP 추적을 통해 손쉽게 미네르바의 신원을 알아냈고 미네르바로 파악된 박모(30)씨를 집에서 체포했다. 박씨는 IP를 추적하기 어려운 PC방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에 글을 올렸기 때문에 쉽게 체포됐다.

Q5 어떤 혐의를 받고 있나.
검찰은 미네르바의 12월 29일자 글이 전기통신사업 47조 상의 ‘인터넷에 허위 사실 유포’와 ‘공익을 해칠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7조 1항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 통신을 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을 적용하는 데 논란도 많다.

Q6 전기통신사업법 ‘허위 사실 유포’의 유죄 처벌 사례 있나.
인터넷 게시물에 본격적으로 전기통신기본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다. 따라서 재판이 끝난 경우는 없고 현재 진행 중이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경우는 지난해 촛불시위가 격화할 무렵, 전경들이 촛불시위 진압을 거부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명예훼손)로 기소된 대학강사 강모씨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또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20대 여성이 경찰에 목이 졸려 숨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지방신문 취재기자 최모(47)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Q7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이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긴급 체포한 이유는.
검찰은 미네르바의 체포와 관련해 당초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두 가지 법을 놓고 고민했으나 정보통신망법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명확해야 하고 피해자의 적극적인 수사 의뢰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별히 고소·고발이 없었어도 명백히 범죄 사실에 해당되므로 수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씨에 대한 수사는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 위축과 언론 탄압 논란 등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Q8 전기통신사업법상 제47조의 처벌 근거인 ‘공익을 해할 목적’의 모호성으로 인한 무죄 판결 사례가 있는가.
이 조항은 지난해 9월 휴대전화로 휴교령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10대에게 적용됐지만 법원(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민기 판사). 재판부는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불확정적인 개념은 형벌 법규가 국민의 일상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해 국민들 간 의사소통을 위축시키고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 선고했다.

Q9 해외에도 유사한 처벌 사례가 있나.
크래킹(악의적인 해킹)으로 조사받는 경우는 있지만 미네르바가 올린 글 정도로 처벌받은 사례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없다. 검색 포털이 주민번호와 같은 개인식별번호를 수집하고 있고, 사법 당국이 요청하면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경우도 없다. 해외 포털이나 커뮤니티의 가입은 모두 이름이나 이메일과 같은 간단한 연락처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야후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도 한국에서는 예외 없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인터넷 실명제 때문에 내국인의 경우 주민번호 또는 그의 연장선인 아이핀을 통한 실명 확인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Q10 경제에 관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라면 매번 예측이 틀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경제 관료도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바로 그 문제가 논란거리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 모두 박씨가 쓴 것으로 조사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글에 대해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 견해다. 경제에 대한 예측과 주장을 펼친 것을 처벌한다면 경제부 기자는 물론, 경제 애널리스트, 언론에 기고하는 교수, 경제 관료를 다 잡아들여야 한다는 소리기 때문이다. 또 미네르바가 거짓인 줄 알면서 고의로 글을 올렸다면 문제가 되지만 누구를 통해 들은 얘기나 당시 상황이 믿을 만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처벌하기 힘들다. 더구나 전기통신기본법의 조항이 너무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위헌 소지마저 있다는 의견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Q11 일부에서는 공업고등학교·전문대 졸업자가 어떻게 그렇게 해박한 경제지식을 갖출 수 있느냐고 의아해하고 있다.
본인은 독학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전문대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했다. 교양 선택으로 경제사 과목을 듣긴 했지만 학점도 별로였다. 한때 건설회사를 다녔다. 아마 처음에 증권투자를 하다가 경제공부에 몰입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박씨 집안 식구에 따르면 그는 계속 경제 관련 책을 보면서 공부를 했고 항상 증권·주식·경제 얘기를 했다고 한다. 경제학 서적은 주로 택배를 통해 입수했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 그러니까 촛불시위기 본격화하면서 인터넷에 몰두했다고 한다.

Q12 일부에서는 또 다른 미네르바가 있고 박씨는 그냥 인터넷에 올리기만 하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네르바는 2개의 고정된 인터넷 주소(IP)에서 일관되게 글을 올렸다. 처음 검찰도 하도 긴가민가해서 이전에 쓴 글을 다시 써보라고 했더니 1시간도 안 돼 도표까지 그리며 줄줄 적어내더라고 했다. 검찰도 자신이 경제 분야를 공부해서 소화해 쓴 글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또 다른 미네르바설은 낭설이다.

Q13 고학력은 물론, 해외 유학파가 즐비한 금융계는 미네르바가 공업고·전문대 출신이라는 점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금융계는 미네르바의 경제 예측 실력에 대해 인정해왔다. 금융계는 검찰의 이번 발표에 대해 충격받은 분위기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단어, 다시 말해 리딩이나 래깅거래 등의 단어를 쓰는 것으로 보아 실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봤다. 집중력과 머리가 매우 좋은 젊은이로 스카우트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