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모로우>를 패러디해 만든 초등학생 방학 관련 이미지. 출처=khensin.tistory.com
“그들이 돌아왔다.” 한 사진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 제목이다. 다소 공포스러운 반응이다.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누리꾼은 “오늘부로 PC방 알바를 그만둬야겠다”고 말했다. 누리꾼은 ‘그들’을 인터넷 세상에서 무소불위의 제왕으로 묘사한다. 한 누리꾼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이 돌아오는 기간 동안 인터넷 악플이 2배 이상 늘어나며, PC방엔 1000원 선불 고객이 50% 이상 증가한다. 오전 시간 온라인 게임 이용률이 폭증해 접속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각 온라인 게임 포털에는 ‘비매너‘ ‘사기’ 신고가 급증한다. 적어도 1년에 두 번, 한국의 인터넷은 몰려오는 특정 사용자 때문에 열병을 앓는다고 한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일까. 기사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제목은 ‘신나는 겨울방학이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가방 메고 교문을 뛰쳐나오는 사진기사다. 어린 시절, 언론사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봄직한 연출 사진이다.
초글링 현상. 누리꾼이 붙인 이 신드롬의 이름이다. 초글링이란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글링 종족의 특성을 빗대 붙인 것이다. 한 게임 전문가는 “개개인의 유닛 하나는 힘이 약하지만 값싸고 많이 만들어내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것이 저글링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역시 게임 용어로 ‘몰려온다’는 뜻으로 ‘초딩 러시’라는 단어도 사용된다. 어쨌든 ‘초글링 현상’에는 더 추가해야 할 특징이 있다. 이를테면 개학 무렵이면 주요 포털들의 검색창은 다음과 같은 인기검색어가 장악한다. ‘방학숙제’.
그러다 보니 게시 글이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방학입니다’라는 댓글이 만병통치약처럼 나온다. “초등학교가 방학했고, 그래서 초등학생이 올린 글이니 그리 신경쓰지 마시라”는 뜻이다. MBC 연예대상을 강호동씨가 받은 것과 관련해 다음 아고라에 오른 “유재석씨에게 반환하라”는 청원도 비슷한 의구심(?)을 받고 있다. 1000만 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청원의 발의자는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기분”이라며 “더 이상 유재석 죽이기를 하지 말라”고 밝히고 있다. 캡처된 청원 이미지를 본 누리꾼은 ‘놀러와’(유재석이 진행하는 연예프로그램)를 ‘놀려와’라고 표기를 한다든가,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초딩’이 올린 청원이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하고 있다.
그나저나 실제 ‘초글링 현상’은 존재하는 것일까. 인터넷 리서치 전문회사인 랭키닷컴의 경현아 대리는 “최근 2년의 통계를 보면 특히 온라인 게임 포털에서 방학 중에 이용률이 증가하는 것은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고등학교도 방학을 하기 때문에 딱히 초등학생 때문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