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생강 - 항암효과 뛰어난 만능 향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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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생강 - 항암효과 뛰어난 만능 향신료

입력 2008.12.02 00:00

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생강을 수확하고 있는 한 농부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생강을 수확하고 있는 한 농부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농민신문 제공>

199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끈 영국의 5인조 여성 댄스 그룹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 멤버들은 각각 포시 스파이스(Posh Spice), 스케어리 스파이스(Scary Spice), 스포티 스파이스(Sporty Spice), 베이비 스파이스(Baby Spice)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압권은 역시 리더인 제리 할리웰(Geri Halliwell)로 진정한 스파이스(향신료)답게 진저 스파이스(Ginger Spice)라고 불렸다. 모델 출신으로 항상 빨간 머리를 하고 있어서 그런 별명이 붙었는데, 아마도 서양에서 재배하는 생강(진저)은 붉은색이 짙은 모양이다.

생강은 인도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로 추정된다. 인도의 오래된 의학 서적 <아유르데바>에는 생강을 신이 내린 치료제, 즉 만병통치약으로 적고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5세기쯤 공자가 손수 저술해, 역사 서술의 교본이 된 <춘추>에 얼마 전 대지진이 일어난 스촨성(四川省)에서 생강이 많이 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보다 훨씬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보인다. 또 <논어>의 향당 편에는 공자가 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생강을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에는 생강이 정력제로 등장한다. 실제로 ‘ginger’라는 단어에는 ‘정력’ ‘원기’라는 뜻이 있고, 동사로 쓰이면 ‘원기를 북돋다’가 된다.

우리나라에선 고려 때 의학서인 <향약구급방>과 <고려사>에 생강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편에는 심종이란 사람이 태종의 친형인 회안대군 방간에게 몰래 생강을 받고 이를 태종에게 아뢰지 않았다가 사헌부의 탄핵을 받는 내용이 나온다. 중종 편에는 세자가 앞서 이야기한 공자의 고사를 인용하며 동궁전에 근무하는 관속들을 위로하는 편지를 써서 생강과 함께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에는 생강이 상당히 값진 선물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일설에 따르면, 1300여 년 전 신만석이란 사람이 중국에 사신으로 건너가 봉성현(鳳城顯)에서 생강을 얻어왔다고 한다. 이를 여러 곳에 심어보았으나 거듭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지명에 '鳳'자가 들어 있는 곳을 찾아 봉상(鳳翔·전북 완주군 봉동 지역의 옛 이름)에 심어 마침내 재배에 성공했는데, 지금도 봉동은 충남 서산과 더불어 생강 최대 산지로 꼽힌다.

위장 운동 촉진, 구토 억제 작용
생강의 매운맛은 진저론과 진저롤·쇼가올 등의 성분 때문인데 최근 이들 성분의 항암·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또 위장 운동을 촉진하는 성분이 있어 식욕을 좋게 하고 소화흡수를 돕는다. 구토를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항균 효과 또한 뛰어나다. 생선회를 먹을 때 생강을 먹는 것은 소화와 항균을 같이 돌보는 것이다. 생강은 말초혈관의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내는 작용도 한다. 고기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가장 확실하게 잡아주는 양념도 생강이다. 생강의 향이 더해 고기 맛이 한층 고급스러워진다. 생강은 상처나 터진 곳 없이 싱싱해 보이는 게 좋은 것이다. 또 껍질이 잘 벗겨지는 게 좋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국산은 진한 황토색을 띠면서 대부분 겉이 울퉁불퉁하다. 반면 중국산은 연한 갈색으로 알이 굵고 굴곡이 심하지 않아 매끈한 편이다.

윤덕한<농민신문 기자> dkn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