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대추를 수확한 농민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농민신문 제공>
예전에는 농산물 품종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저 명산지 이름을 붙여 대구사과, 소사복숭아, 이천쌀 등으로 불렀다. 오늘날 이것을 지적재산으로 삼은 것이 ‘지리적표시제’라는 제도다. 품종보다 명산지를 우선하는 관행은 ‘마이너 농작물’일수록 더 심해 대추도 예외가 아니다. 간혹 달걀만한 대추를 생산해 억 원대를 번다는 농민 이야기가 지면을 차지하곤 하지만 개인의 노하우 정도로 여겨질 뿐 정식 품종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그보다는 보은대추, 경산대추, 고례대추, 완산대추 하는 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추 이야기를 하면 반드시 나오는 말이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라는 것이다. 그만큼 몸에 좋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이야기는 중국 진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질이라는 이가 나무하러 산에 갔다가 고목나무 아래서 동자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게 됐다고 한다. 동자들이 주섬주섬 까먹다가 건네주는 대추로 시장기를 잊고 계속 관전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그만 내려가야지”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 도끼 자루가 삭아 있었다. 마을로 내려오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집도 황폐한 헛간이 돼 있었다. 물어보니 그 집의 7대조가 200년 전 나무하러 산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집이 그리됐다는 것이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른다’는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
신경안정 작용 있어 수험생에 좋아
대추나무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우선 꽃이 하나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는다. 아무리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쳐도 열매를 맺기 전에는 절대로 꽃이 지지 않는다. 둘째 나무 한 그루에 열매가 엄청 많이 열린다. 셋째 과일 씨앗 가운데 대추씨가 제일 단단하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씨(자녀)를 뿌려(그것도 많이) 번창하고 대추씨의 단단함처럼 건강하게 영원히 가문이 이어지라는 의미다. 폐백 때 신부가 시부모에게 굵고 좋은 대추를 붉은 실에 꿰어 올리는 것도 이런 뜻을 담고 있는 듯하다.
대추는 감초와 함께 한약을 조제할 때 빠지지 않는 약재다. 대추와 감초는 단맛이 나는데 주로 소화기의 기운을 돋는 역할을 한다. 맛이 너무 쓴 약들을 완화할 때 쓰며 통증을 덜하게 하고 속을 달래는 기능이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감초는 사군자탕의 기를 보하는 약재에 들어가고, 대추는 혈을 보한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대추를 “위장을 편안하게 해주고 오래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며 늙지 않는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추는 노약자에게 좋은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또 위장이 약해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추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칼슘·인·철분 등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생대추는 비타민 C 함량이 높고, 말린 대추는 미네랄 성분이 많다.
신경 안정 작용도 뛰어나 성격이 급한 사람이나 수험생에게 좋은 식품이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몸이 차갑거나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이 대추차에 꿀을 타 마시면 몸을 데워주고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대추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간 기능을 좋게 하고 동맥경화와 뇌혈관 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고혈압·류머티즘·만성피로 등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윤덕한<농민신문 기자> dkn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