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 천연원료로 만든 ‘안전한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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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천연원료로 만든 ‘안전한 과자’

입력 2008.10.14 00:00

식습관을 바꾸자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고소함과 달콤함 일품

경기 의정부의 한 한과공장 직원들이 선물용 한과를 포장하고 있다.

경기 의정부의 한 한과공장 직원들이 선물용 한과를 포장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잊을 만하면 터지는 크고 작은 식품 사고가 또 터졌다. 중국에서 발원한 멜라민 파동은 전 세계인을 유해식품의 피해자로 내몰고 있다. 중국발 식품 안전 사고는 어찌 보면 구조적인 문제다. 국내 수입 식품의 30%는 중국산이다. 더욱이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식품 첨가제 중 8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철저한 식품 안전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위해식품 사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위해식품 사고에 어린이들이 노출될 위험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만두(불량만두 사건), 새우깡(생쥐 새우깡 사건), 분유(멜라민 파동) 등 최근에 사회적 충격을 준 위해식품의 사고는 거의 대부분 아동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귀한 사람 접대하는 품위있는 음식
이런 상황에서 ‘안전한 과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한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 한과는 찹쌀을 천연 발효시켜 만드는 한국산 건강식품이다. 한과를 만드는 과정은 자식들을 위한 어머니의 정성이 아니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예컨대, 찹쌀을 삭혀서 치고 말리는 과정, 술과 콩물을 배합하는 과정, 말린 찹쌀을 기름에서 불어내는 과정 그리고 엿기름이나 떡으로 버무리는 과정 등을 거친다. 궁중음식의 대가인 한복려씨는 “한과만큼 긴 시간을 준비하여 정교하고 섬세하게 만드는 음식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 조상의 무수한 노력과 지혜가 어우러져 있다는 얘기다. 그 과정 어디에도 중국에서 제조한 위해인공첨가물이 들어갈 공간과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식품 안정성이 높다. 한국 최초의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을 건립하는 데 사재를 털어넣은 김규흔 한가원 관장은 “전통 한과의 뛰어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원료가 중요하다”면서 “좋은 원료를 얻기 위해 국내산 곡물을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통 한과는 수라상, 명절음식, 잔치음식 등 귀한 사람을 접대하거나 특별한 날에 먹는 품위 있는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본래는 생과를 가공해 만든 과일의 대용품이라는 뜻에서, 그리고 과일 모형을 본떠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조과(造菓)’ 또는 ‘과즐’이라고도 했다.

한국 음식에서 쌀의 용도는 떡과 술 그리고 한과 등 수백 가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용도 중 한과로 사용하는 용도는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한과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한과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다르다. 특히 화학 색소나 인공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참깨·녹차·인삼·송화가루 등 순수 천연원료로 만든다. 그 첨가물이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유밀과·정과·숙실·강정·다식·과편·유과·약과·연근정과·엿강정 등으로 갈리는데, 이를 통칭해 한과라고 부른다. 한복려씨는 한과의 맛을 한마디로 ‘고소함과 달콤함’이라고 표현했다. 씹으면서도 군침을 돌게 하는 향긋한 약과, 말갛게 비치면서 쫄깃한 게 씹히는 정과, 오색의 가루를 써서 꿀로 반죽하여 찍어낸 다시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복려씨는 “한마디로 음식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급스러운 품격과 은은한 멋을 자랑하는 한과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만들어냈다.

정상회담 만찬 디저트로 호평받아
한과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수로왕묘의 제수에 ‘과(菓)’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본래 과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일이 없는 철에는 곡식가루로 과일 모양을 만들어 대용한 유래가 있다는 점에서 전통음식학회에서 이것을 과자의 시초로 보고 있다. 성호 이익 선생의 ‘성호사설’에 “조과를 제수용품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성견 선생의 ‘용제총화(傭齊叢話)’에는 유밀과는 새나 짐승 모양으로도 만든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과실 모양뿐 아니라 새나 짐승의 모양도 만들었던 것 같다.

한과는 농경 문화의 발전에 따른 곡물 산출의 증가에 따라 발전의 양상을 달리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차를 마시는 풍속이 상류층에 퍼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차에 곁들이는 과정류가 등장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 과정류는 강정과 유밀과였다. 고려시대에 약과의 일종인 ‘유밀과’라는 표현이 기록으로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사치풍조를 억제하기 위해 유밀과의 사용 금지령을 내린다’는 내용이다. 이때가 1192(영종 22)년이다. 고려 중기 때 기호품으로 귀족층에 과자가 얼마나 유행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과는 억불정책을 썼고 육식이 유행했던 조선시대는 특별한 음식으로 주로 사용됐다. 궁중의 연회 때 임금이 받는 어상(御床)을 비롯하여 민가에서는 혼례 및 제사 때 상차림에 대표적인 음식으로 등장했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한과는 명절이나 제사 때 상에 오르는 정도로만 인식되는 등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최근 들어 한과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웰빙 바람에 힘입어 건강식품, 전통식품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한때 한과가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전국 140여 개 업체가 2000억 원대의 시장을 형성했다. 최근 일련의 가공식품의 사건이 잇따르자 전통 한과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한국 전통 음식 사이트가 5000개가 넘고 있다.

또 제과 제빵 카페가 1000여 개가 넘는데 특히 한과와 쌀제과 카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과가 특별한 날이나 선물용 음식이 아니라 일상식품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슬로푸드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종덕 경남대 교수(심리사회학부)는 “어려서부터 나쁜 음식에 길들고 강한 맛에 이끌리다 보면 나중엔 바꿀 수 없다”면서 “한과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간식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국보다 외국인에게 한과는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통 한과는 2000년 아셈 서울 회의 때 각국 정상 만찬 디저트로 제공돼 ‘곡물로 발효시킨 천상의 식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화려함과 달콤함의 명사인 와가시(일본 과자의 통칭)에 못지않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또 한국음식연구소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과에 대한 연령별 선호도 조사에서 20~30대의 64.5%가, 10대의 17.4%가 ‘한과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래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세계적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는 일본의 화과자(和果子)를 넘어 고품질의 전통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웰빙 식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한국 한과업계의 다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