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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부재료와 어우러져‘약식동원 정신’ 배어 있는 전통 보양식
농협 직원들이 서울 시립 양로원을 찾아 삼계탕을 대접하고 있다. <김세구 기자>오른쪽 _ 삼계탕전문점 앞에서 손님들이 담벼락을 따라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정지윤 기자>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 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력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 속에 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 삼계탕을 먹으면 되겠어’ 나는 그렇게 말했다. 삼계탕은 펄펄 끓는 뚝배기째로 테이블에 올라온다. 펄펄 끓는 우윳빛 수프 안에, 닭은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솟아올라 있다. 젓가락을 갖다 대면 껍질이 벗겨지고, 살이 뼈에서 떨어져 나와 쫀득하고 하얀 덩어리로 변한 찹쌀과 함께 수프 속에 녹아든다. 봄에 녹아내리는 빙산처럼.”
닭과 인삼의 찰떡궁합
일본 대중문학의 선두주자로 일컬어지는 무라카미 류(村上龍)가 음식을 소재로 쓴 소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독자는 이미 어떤 음식을 묘사하고 있는지 짐작했을 것이다. 삼계탕 맛을 ‘생명을 맛보는 즐거움’으로 표현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삼계탕은 한국 음식의 특징인 ‘약식동원(藥食同源:약과 음식의 뿌리는 같다) 정신’이 가장 깊이 배어 있는 음식이다. 삼계탕으로 한 끼 식사를 하는 사람은 너덧 시간 동안 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먹는다. 이 때문에 다른 고기 음식과 다르게 건강 유지와 신체 발달에 필요한 거의 모든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 닭은 토(土)에 속하지만 화(火)의 성질을 보(補)해준다고 되어 있다. 즉 여름철에 찬 음료나 과일을 먹어 뱃속의 기운이 차가워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삼계탕에 함께 들어가는 부재료는 어떤가. 인삼은 체내 효소를 활성화시켜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피로 해소를 돕는다. 마늘은 강장제 구실을 한다. 밤과 대추는 위장을 보호하면서 빈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율무는 당뇨를 예방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은행은 폐장 기능을 향상시킨다. 완전식품인 것이다.
삼계탕은 삼복 기간에 먹는 절식(節食) 음식이다. 절식 음식에는 절기와 건강의 함수관계가 숨어 있다. 여름에 보신 음식을 먹는 것은 지치기 쉬운 여름을 보내기 위한 과학적인 지혜가 담겨 있다. 닭과 인삼의 음식궁합도 과학적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닭과 인삼은 한의학적으론 서로 상극 관계다. 그러나 삼계탕이 되면 보완적 관계로 변한다. 닭과 인삼이 찰떡궁합으로 바뀌어 최고의 보양 강장식이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체내에서 단백질과 비타민 C의 소모량이 많아진다. 닭고기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인삼 자체에도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는 성분이 들어 있다. 삼계탕에 같이 들어가는 인삼의 쌉쌀한 맛은 식욕을 돋을 뿐만 아니라 인삼의 사포닌 성분은 육질까지 부드럽게 해서 고기 맛을 좋게 한다. 이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어항에 인삼 잔뿌리 하나만 넣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물고기들은 죽고 만다. 사포닌이 물고기의 혈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인삼을 ‘피닉스 진생’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사포닌 때문이다. 여기다가 삼계탕에 들어가는 대추는 인삼과 마늘의 강한 기운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니 음식 재료들이 최고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삼계탕이 여름 보양식이 된 것일까.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체온이 올라간다. 이 체온을 떨어뜨려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의 신체 구조는 관절에 체온 조절 장치가 있어서 얼음 위를 고통 없이 걷고 동상도 걸리지 않는 펭귄의 구조와 다르다.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피부 근처에 혈액이 모여든다. 작용은 반작용을 부르는 법이다. 상대적으로 위장과 근육에서 혈액이 부족해진다. 그만큼 체내 체온이 떨어지고 장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찬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나 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뜻한 음식을 먹어 위장과 간을 보호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한데 그 중 최고가 삼계탕이다.
조선시대 한양과 개성 부유층 음식
오래전부터 닭은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방지하고 인삼은 몸을 뜨겁게 하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 본초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닭은 보양(補陽)·보익(補益)시켜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또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에도 “닭고기에는 독이 약간 있으나 허약한 것을 보호하는 데 좋기 때문에 식사요법에 많이 쓴다” “닭고기에는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어 여름철 몸의 기를 보충, 각종 면역 기능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고 적혀 있다. 할인점에서 1년에 팔리는 삼계탕 재료 가운데 40% 이상이 7~8월에 집중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계탕은 본래 한양과 개성의 부유층이 먹던 귀한 음식이었다. 서민은 값비싼 삼계탕 대신 개장을 먹고 개고기를 먹지 않는 부유층은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은 육개장을 보양식품으로 먹었다.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보양식품으로 삼계탕이 꼽힌다. “몸이 허약해졌다고 느낄 때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한 여론조사에서 무려 응답자의 62%가 ‘삼계탕’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특히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칼로리가 매우 낮다. 닭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물론 흰살 생선보다 훨씬 더 낮은 칼로리를 지니고 있다. 그런 까닭에 비만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회복기 환자, 노인은 물론 운동량이 부족한 샐러리맨들에게 아주 좋은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다.
삼계탕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뿐이 아니다. 1970년대 밀물처럼 들어오던 일본 관광객들이 ‘고려 인삼’이 들어 있는 삼계탕을 즐겨 찾으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삼계탕 전문점이 생겨나기도 했을 정도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는 삼계탕을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라고 극찬했다.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謨)는 삼계탕을 ‘진생 치킨 수프’라 부르며 한국에 올 때마다 찾는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외국 관광객들도 가장 맛있게 먹은 한국 음식으로 전주비빔밥과 삼계탕을 꼽는다. 문화광관부도 삼계탕을 우리나라 100대 민족문화 상징 중에 하나로 채택해 삼계탕의 세계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