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호박 - 맛 좋고 몸에 좋은 ‘팔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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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호박 - 맛 좋고 몸에 좋은 ‘팔방미인’

입력 2008.09.23 00:00

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수확한 호박을 안고 있는 농군의 얼굴이 환하다.

수확한 호박을 안고 있는 농군의 얼굴이 환하다. <농민신문 제공>

일반적으로 1년은 1월 1일 시작해 12월 31일 마무리된다. 하지만 식량 수급 등을 따질 때 쓰는 양곡연도는 추수가 끝난 11월 1일부터 이듬해 10월 말을 한 해로 계산한다. 아주 오래전 유럽에 살던 켈트족(로마인들은 ‘갈리아인’이라고 불렀다)도 11월 1일을 새해의 첫날로 삼았다. 그리고 그 전날인 한 해의 마지막날,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잠시나마 되살아나 가족들을 방문한다고 믿었다. 이것이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는 할로윈데이의 기원인데, 이날의 상징은 뭐니뭐니 해도 ‘잭-오-랜턴(Jack-o’Lantern)’이라는 호박등이다.

호박씨 치매 예방에 효과
살아 생전 저승사자를 골려먹던 잭이 결국 죽어 천국도 지옥도 가지 못하고 방황하다 불씨 하나를 얻어, 가지고 있던 무(아마도 둥근 순무) 속을 파내고 불씨를 담아 어두운 길을 밝혔다. 세월이 지나면서 무보다는 속을 파내기 쉬운 호박이 자리를 대신했다는 이야기다. 팀 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도 이 호박등이 잔뜩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비단 할로윈데이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대표적인 서양 도깨비의 하나로 그려지는 듯하다.

[캠페인] (22) 호박 - 맛 좋고 몸에 좋은 ‘팔방미인’

놀부가 못된 짓을 할 때 말뚝을 박은 것도 호박이고, 재수가 좋아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것도 호박이며, 아무리 줄을 그어도 수박이 안 되는 것이 호박인 것처럼 호박은 우리 속담에 매우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오래전에 들어와 우리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조선 중종 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대장금’에서 호박 요리가 나오자 국사 교과서에서 ‘임진왜란 이후 고추 등과 함께 호박이 전래됐다’고 배운 많은 사람이 이를 지적하는 등 호박이 전래된 시기를 둘러싸고 드라마 게시판을 달군 적이 있다. 결론은 호박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있었지만 임진왜란 이후 재래종으로 치는 몇몇 품종이 도입되면서 호박 재배가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어린 호박 열매를 애호박이라 하고 파릇하게 익은 것은 청둥호박, 노랗게 익은 것은 늙은 호박이라 부른다. 애호박은 부침과 찌개·볶음·무침·조림·죽 등 다양한 요리에 주재료 또는 부재료로 쓰인다. 국수나 수제비의 고명으로도 빼놓을 수 없다. 과육이 부드럽고 단맛이 나며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고 소화가 잘돼 이유식이나 아이들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다.

늙은 호박은 예전 겨우내 먹었던 구황작물이었는데 역시 당분이 많고 소화 흡수가 잘돼 위가 좋지 않은 환자식으로 좋다. 이뇨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아기를 낳은 부인들의 부기를 빼는 데 효과가 있다. 살찐 사람들이 같은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먼저 꼭지 부분을 동그랗게 도려내고 속의 씨를 긁어낸다. 그 안에 꿀을 넣고 도려낸 꼭지 부분을 막아 솥에 넣고 한참을 쪄낸다. 그러면 호박 안에 물이 고이는데 이 물을 마신다.

긁어낸 씨는 버리지 말고 모아 말렸다가 강정이나 식혜를 만들기도 하고, 해바라기씨나 은행처럼 그냥 까먹기도 한다. 이것이 ‘뒤로 호박씨 깐다’고 할 때의 바로 그 호박씨인데 두뇌 발달 효과가 있는 레시틴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전과 찌개·떡·죽 등으로 요리하기도 한다. 늙은 호박은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 중풍 예방에 효과가 있다.

이렇듯 팔방미인인 호박이 어쩌다 못 생긴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못 생긴 호박을 먹으면 예뻐진다고 전남 장흥에선 해마다 ‘못생긴 호박축제’를 벌인다.

윤덕한<농민신문 기자> dkn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