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의 재발견 (16) 가지
짙은 보라색 윤기가 나는 가지가 탐스럽다.
‘가지나무에 목 맨다’라는 속담이 있다. 처한 상황이 워낙 딱하고 서러워서 목 맬 나무의 크고 작음도 가리지 않고 그저 죽으려고만 한다는 뜻이다. 가지가 이런 속담에 등장하는 것은 풀(草)치고는 제법 튼실하게 자라 가히 나무라 부를 만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기르고 열매를 따기 쉽도록 하우스 안에서 키를 인위적으로 낮춰가며(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크지 못하도록 순을 잘라준다) 재배하지만 자연 상태로 그냥 놔두면 줄기가 굵고 딱딱해지면서 키도 계속 자란다. 가지는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기르고 뽑아내지만 열대지방에선 사과나 배 등 과수처럼 여러 해 기르면서 해마다 수확하기도 한다. 이 같은 특징은 가지뿐 아니라 고추와 토마토 등 다른 가지과 작물도 마찬가지다.
송나라 때 구종석이 지은 ‘본초연의(本草衍義)’에 “신라의 가지가 지금 중국에 널리 퍼졌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지를 길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로 ‘달걀식물(eggplant)’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서양에선 우리처럼 길쭉한 품종보다 동그란, 정말 달걀처럼 갸름한 모양의 품종을 많이 재배한다. 또 가지 열매가 처음 열리는 모습을 보면 꽃받침에서 보라색이 아닌 연한 살색의 타원형 망울(딱 달걀 같은 모습이다)이 점점 커지다 길어지면서 나무줄기 및 나뭇잎과 같은 진한 보라색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달걀식물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농민이 수확한 가지를 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가지를 고를 때는 열매 표면에 상처가 없고 매끈하며 자주색이 짙고 선명하며 광택이 있는 것이 좋다. 손으로 만져보아 탄력이 있으면서 단단하고 꼭지가 싱싱하며 특히 가시 돌기가 뾰족한 것이 신선한 것이다. 지나치게 큰 것보다 길이가 짧으면서 통통한 것을 고르되, 껍질이 얇고 씨가 적어야 한다.
가지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칼슘·인·비타민 등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지만 수분이 93~95%로 영양분의 함량은 그리 많지 않다. 대신 껍질에 항산화 및 항암 효과가 뛰어난 안토시아닌계 색소 나스닌이 풍부하다. 또 폴리페놀과 사포닌이 많이 들어 있어 항암작용을 하고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비만을 예방한다. 식이성 섬유소가 장 운동을 촉진하고 변비 예방 에도 효과가 있다. 대개 여름 채소는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는데, 가지는 그 효과가 탁월하다. 여름을 타거나 몸이 화끈거릴 때 열이 많을 때 먹으면 좋다.
장 운동 촉진 변비 예방에 좋아
나물이나 볶음·장아찌·김치 등으로 먹는데, 특히 여름철에는 가지냉국이나 보리를 많이 두고 밥을 지어 가지나물에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 한두 방울 떨어뜨려 먹는 가지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또 열매살이 스펀지 상태인 가지는 기름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볶음요리 등 기름을 이용해 조리해도 텁텁한 맛이 없어 여름철 칼로리를 보충하는 데 효과적이다. 대신 너무 과용할 우려가 있으니 올리브 기름이나 포도씨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쉬운 것은 아이들이 가지의 예쁜 보라색은 좋아하지만 미끈거리는 식감을 마다해 우리 식탁에 오르는 빈도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1인당 연간 가지 소비량이 2㎏인 데 반해 우리는 고작 100g 정도다. 만화 ‘맛의 달인’에서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주인공이 가지튀김과 찜 등 여러 자기 색다른 요리를 선보여 맛있게 먹게 하듯이 우리도 가지 요리를 개발하는 데 힘써야겠다.
윤덕한<농민신문 경제부 식품팀 기자> dkn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