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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밥상이 ‘약상’이다

입력 2008.07.08 00:00

우리 아이 식습관을 바꾸자

선조들은 매일 먹는 음식물에서 약효 찾아내 처방

매실 명인 홍쌍리씨가 밭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를 차린 밥상

매실 명인 홍쌍리씨가 밭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를 차린 밥상

"사과를 먹는 것과 캔에 든 사과주스를 마시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과주스를 마셨을 때 사과주스의 당분과 탄수화물→혈액으로 전부 흡수→췌장 인슐린 대량 생산→췌장 피로→불량 인슐린 생산이라는 신진대사의 경로를 거친다. 물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반면 사과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췌장은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 사과에 포함되어 있는 섬유질이 당의 흡수를 더디게 한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량이 자동 조절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에너지인 포도당을 만드는 탄수화물과 당이 과다하게 흡수되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경제 성장과 현대화로 인한 식습관의 변화로 우리 국민도 나날이 비대해지고 있다. 편리성과 간편성을 찾아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 섭취가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칼로리는 넘쳐나는데 이를 분해하는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은 부족하다. 이것이 ‘배부른 영양 실조’가 만연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암과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현대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위해 식품’ 역시 식단을 위협하고 있다. 광우병 공포,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수입 확대, 이물질 가공식품, 합성보존료, 식용색소 등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하나둘이 아니다.

이 같은 ‘괴물 음식’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는 일이 이미 국가정책적 사업이 됐다. 이 사업의 핵심은 식습관 개선이다. 김초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영양정책지원센터장은 “식습관 개선이 비만 예방의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밥·국·김치’ 전통식단에 지혜 담겨
정부가 부담한 비만과 관련한 경제·사회적 비용도 1998년 1조17억 원에서 2005년 1조8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미국은 2000년 한 해에 무려 1170억 달러(약 110조 원)나 지출했다. 이중 상당 부분이 식생활 개선 캠페인 비용이다. 즉 먹을거리를 통한 국민건강 관리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식품영양학자인 브리아 사브랑 박사(프랑스)는 “그 나라 국민의 흥망은 그들이 먹고 있는 식품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형숙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음식을 선택하는 매순간은 건강이라는 집을 짓기 위해 벽돌을 쌓아올리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오늘의 먹을거리가 내일의 건강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즉 잘 먹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캠페인]우리가 먹는 밥상이 ‘약상’이다

우리의 기본적 전통 상차림을 보면 비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섬유질과 무기질 밥상이기 때문이다. 주식인 밥과 국 그리고 김치, 여기에 몇 가지 반찬을 놓는 게 보통이다. 밥도 잡곡밥 위주였다. 조상들은 이런 식단을 두고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말했다. 밥 자체를 보양식으로 여겼던 것이다. ‘한국인의 생명, 김치’의 저자인 최홍식 부산대 교수(식품영양학)는 “밥과 김치 그리고 국으로 꾸민 밥상에 우리 조상의 지혜와 소박한 삶이 농축되어 있다”면서 “우리의 밥상은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몸을 보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약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곧 ‘밥상을 약상’으로 여겼던 것이다. 밥상이 약상이라면 식재료는 약재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가장 외과적 처치가 필요할 법한 화상을 어떤 약재로 치료했을까. 조선 후기 최고의 의약처방서인 ‘방약합편’에 나오는 치료법을 소개하면, ‘나복자(蘿 子) 100근, 생강(生薑) 100근, 대산(大蒜) 100근, 백개자 (白芥子) 1근, 행인(杏仁) 1근, 과루인(瓜蔞仁) 1근, 찹쌀 1근을 달여 먹는 것’이다. 단 ‘나복자는 늦가을 서리 맞은 후에 뽑은 거라야 채독(菜毒)에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의학용어’는 모두 찬거리, 양념 혹은 간식거리 이름이다. 바로 음식 재료인 것이다. 나복자는 무, 대산은 마늘, 백개자는 갓씨, 행인은 은행, 과루인은 살구씨다. 나복자는 열을 내리고 해독에 도움이 된다. 마늘과 백개자는 진정·진통 효과가 있다. 행인과 과루인은 세포 증식 역할을 한다.

좋은 음식 먹어야 좋은 세포 많이 생겨
‘방약합편’에서 볼 수 있듯 우리의 전통 약재는 먹을거리다. 매일 먹는 음식물 속에서 약효를 찾은 것이다. 약재와 식용 음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식즉약(食則藥)이요, 약즉식(藥則食)이다. 양념도 마찬가지다. 양념의 어원이 ‘약념(藥念)’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구한의대 부속 한방의료원 성낙기 교수는 “약리작용이 강한 식품을 자주 먹는 것은 부작용이 전무하면서 효능이 뛰어난 보약을 먹는 것과 같은 원리”라면서 “밥상 중심의 식습관으로 돌아가라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이성원씨(경기 화성시·하늘이네 포도밭 운영)는 “먹을 식(食) 자를 파자로 풀이하면, 사람은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6·25전쟁 이전엔 아토피성 피부염이 없다”고 말했다. ‘원조 밀가루’ 등 서양 식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한국 식생활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어떻든 건강한 사람이 잘 먹는다면 병에 걸릴 가능성은 낮다. 인간의 피부세포는 4주가 지나면 전부 새 것으로 바뀐다. 또 우리 몸 중 97%의 세포가 매년 새롭게 만들어진다. 물론 새 세포는 음식을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다. 또 음식은 자기조정 세포로 알려진 NK세포(Natual Killer Cell)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NK세포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매일 밤 50만 개 정도 생긴다. 이 세포의 특징은 암세포처럼 이동한다. 암세포와 같이 몸의 균형을 깨는 세포들을 죽이는 세포다. 단 이 세포는 하루살이다. 오염된 세포를 죽이고 생명을 다하는 것이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 박사는 “NK세포가 가장 많이 만들어질 때가 가장 건강할 때”라면서 “좋은 음식을 먹고 깊은 잠을 잘 때 NK세포가 많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의 과학성과 건강성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LA타임스는 “김치는 고추와 마늘 그리고 각종 젓갈로 발효시킨 세계의 보약”이라고 말했다.

또 뉴욕 맨해튼 32번가의 ‘한가위’(궁중요리점문점), 런던 ‘코바’(영국 10대 음식점에 선정된 한식당), 파리의 ‘봉’ 등은 한국 음식 홍보전령사 역할을 똑똑히 하고 있다. ‘대장금’ 방영으로 인해 한류 음식 붐이 인 중국·일본·홍콩은 말할 것도 없다.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음식’은 다름 아닌 우리가 늘 먹는 ‘밥상’이다. 그 밥상도 제철에 나는 자기 고장의 식품일 때 더욱 윤택해진다는 사실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