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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서 난 먹을거리가 건강 지킴이

입력 2008.07.01 00:00

우리 아이 식습관을 바꾸자

세계 장수촌 마을 식습관도 토속음식 위주 섭취

한국 전통 음식 연구소가 지난해 7월 개최한 ‘우리 할머니 부엌 살림 이야기’ 전시회에서 어린이들이 맷돌로 콩을 갈고 있다.

한국 전통 음식 연구소가 지난해 7월 개최한 ‘우리 할머니 부엌 살림 이야기’ 전시회에서 어린이들이 맷돌로 콩을 갈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와 니켈 마인즈라는 작은 마을. 이곳은 현대 문명을 거부한 채 생태주의적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아미시(Amish) 마을’로 유명하다. 아미시 사람은 느리고 단순한 삶을 통해, 빠르고 새롭고 편리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이들은 자급자족해서 산다. 이들에게 2004년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홍수로 온통 쓰러져버린 작황기의 옥수수를 맨손으로 수확할 수 없어 트랙터를 동원했다. 트랙터의 굉음과 매연은 아미시 마을에 하나의 ‘문명 충격’을 던졌다. ‘문명 거부’라는 독특한 생활양식에 상처를 남겼다. 이들은 손수 낫질을 해서 작물을 거둬들이고 그것으로 음식을 만들고 술을 빚는다. 농약을 치지 않은 야채를 먹는다. 이들은 좋은 식품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을거리 걱정은 없다. 이들에게 트랜스 지방이나 발암물질, 비만은 남의 얘기다. 이들이 먹는 ‘아마시 제품’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식품의 질의 문제가 주목받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고향 떠난 에스키모인 성인병 많아
우리 몸은 ‘식품의 강’이다. 소화된 식품은 조혈기관에서 혈액을 만든다. 이 혈액이 체내를 순환하여 체세포의 생활조건을 지배한다. 또 체내 모든 조직세포, 즉 근육·간장·신장·뇌 등에 있는 세포의 삶을 관장한다. 이게 바로 세포의 생로병사다. 간세포는 15일이면 거의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손톱이나 머리카락 세포가 전부 바뀌는 데 약 6개월 정도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병이 낫고 건강이 회복되는 것이다. 술과 과식이 원인이 되는 지방간이 생긴 경우 약 일주일 정도 술을 먹지 않으면 지방간이 해소되는 게 이런 이치다. 새 세포의 원료는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이다.

사람은 보통 하루에 1.5㎏, 1년에 600㎏의 음식을 먹어치운다. 평생 50t의 ‘양식’을 섭취한다. 신진대사가 활발한 사람의 경우는 이중 배설량은 10t 정도. 음식 섭취량에서 배설량을 뺀 나머지가 ‘생명 에너지’로 활용되는 것이다. 문제는 식품의 질이다. 식품의 질은 곧 개인에겐 삶의 질을, 국가에는 국민 건강의 질을 결정하는 문제다. 식품의 질은 소득과 관계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식료품의 비중은 낮아진다. 일명 엥겔지수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의 질적 변화는 어떨까. 소득이 높아진다고 건강에 좋은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는 ‘Yes’라고 대답할 수 없다. 이미 굶주림보다 과다한 영양 섭취가 더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흑사병이라는 비만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전 세계에 13억 명이다. 반면 기아와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사람은 8억 명이다. 못 먹는 것보다 많이 먹어서 생기는 부작용이 더 커진 것이다.

세계의 장수촌은 음식으로 파생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파키스탄의 훈사,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러시아의 코카서스 등 세계적 장수촌은 좋은 식품을 골라 먹을 수 없는 벽촌이다. 주로 지방 토산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들은 육식보다 채식을 위주로 한 식생활 습관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하지만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에스키모인은 고혈압 등 성인병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묘하게도 대도시로 이주한 에스키모인의 성인병 보유율은 현저히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성은 비만이 없기로 유명하다. ‘프랑스 여성은 왜 날씬한 것인가’라는 책이 유행했을 정도다. 이 책에서 유럽의 최대 농업국가라는 점과 적포도주를 즐기는 프랑스인의 생활 습관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지리적 여건상 생선을 즐길 기회가 많은 일본 역시 장수국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대목은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사는 땅에서 나는 음식을 주로 먹는다는 사실이다. 호일침학회 회장인 백승일 박사는 “식품의 질이 몸의 체질에 영향을 준다”면서 “오랜 시간 체득한 토속음식이 유전 인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는 땅의 지기와 천기를 받고 자란 작물이 우리의 건강 지킴이라는 얘기다.

사실 ‘신토불이’ 식품이 그 지방 사람의 체질에 가장 적합하다는 주장은 수입 농수산물이 넘쳐나는 최근에 제기된 얘기가 아니다. ‘신토불이’라는 용어는 농협이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타협을 앞두고 “제가 사는 땅에서 난 식품이 체질에 맞다”는 의미를 홍보하기 위해서 만든 일종의 ‘일본식 조어’다. 하지만 신토불이의 의미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것이다. 동양의학의 최고 고전인 본초강목에도 “태어난 곳의 사방 100리 안에서 나는 음식만 섭취하라”고 이르고 있다. 한국의 향토에서 생산되는 약재를 한방에 이용하기 위해 만든 조선조 의서인 ‘향약집성방’ 서문에서 ‘기후 풍토와 생활 풍습은 같다’는 말이 있다. 불후의 명저인 허균의 ‘동의보감’에도 “사람의 살은 땅의 흙과 같다”고 적시하고 있다. 매실 명인 홍쌍리 여사도 “한국인의 밥상은 한국인의 약(藥)상”이라고 강조한다.

동의보감 “사람의 살과 땅의 흙은 같다”
그러나 이런 신토불이는 우리 작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상처 치료제의 원료로 쓰이는 마데카솔은 인도양 마다카스카르섬 일대에서 자생하는 식물 ‘센텔라아시아티카’에서 추출한다. 한국의 한 제약회사가 이 식물을 ‘따뜻한 남쪽’제주도에 심었다. 박종천 워킹사이언스 대표는 “조사 결과 마다카스카르섬와 제주도에서 난 센텔라아시아티카의 성분 차이가 없다”면서 “그런데 마데카솔을 만들면 제주도 산(産)으로 만든 약품은 약효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마다카스카르섬에서 난 식물에는 성분 조사 과정에서도 밝힐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산초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한국 지리산에서 나는 산초(주로 추어탕에 넣는 향신료로 쓰임)를 일본으로 옮겨 재배해서 초피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산초와 초피는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또 일본에서 옮겨 심은 산초조차 지리산에서 나는 초피의 향과 약효를 내지 못하는 사실은 일본도 인정한다.

현대인은 자신들이 먹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생산자의 유일한 관심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아 큰 이윤을 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는 것이다. 그 결정판이 바로 ‘광우병 소’다. 짧은 기간에 살찐 상품을 만들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키운 결과다. 오직 생산성을 위해 사육 동물에 성장호르몬을 투여하고 식용 옥수수에 유전자 조작을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괴물 음식’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고 해도 토속음식이 건강 지킴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