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진(31)은 네팔에서 태어난 티베트인 2세다. 그의 할아버지는 중국이 티베트를 무력으로 제 영토에 편입하던 시기에 삶의 터전을 인도로 옮겼다. 그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장사를 하기 위해 네팔로 들어갔다. 텐진은 98년 이주 노동자로 한국에 왔고, 이후 작가 박범신을 만나 소설 ‘나마스테’에 주요한 모티브를 제공했다. 지금 그의 친척들은 미국, 캐나다, 인도 등지에 제각기 흩어져 산다. 그의 가족사는 세계화 시대 디아스포라의 삶을 보여주는 표본이라고 할 만하다.
외신 기자들이 라싸에서 추방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19일 낙원동 근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중국 정부가 시위를 주도한 이들을 폭도로 몰아간 데 대해 분노하고,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에 희생된 이들의 죽음을 아파했다. 깊게 눌러 쓴 모자 아래 두 눈이 분노와 아픔으로 까맣게 빛났다.
함께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
“티베트를 방문하고 깊은 감명을 받은 한국인들과 티베트인 6명이 함께 하고 있다. 티베트인 동료들의 신상을 밝힐 수는 없다. 미국에 거주하던 어느 티베트 사람이 방송 카메라에 잡혀 티베트에 살던 그의 부모가 감금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우리가 이번 일에 대해 뭔가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친구들이 신분이 드러나서는 안 되는 상황임에도 선뜻 동의했다. 우리가 조직을 갖춘 단체인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현지 지인들을 통해 들은 티베트 사정은 어떤가.
“어제(18일) 인도에 살고 있는 티베트 독립 운동가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사람 말로는, 티베트 동북 쪽 암도 지역에서 승려 시체 8구가 발견됐고 이번 사태로 티베트인 100명 이상이 죽었다고 한다. 인도에 사는 티베트인 5명이 분신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지금 티베트에서는 중국의 무력 진압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 서구 언론에서는 티베트 사람들이 중국인들의 상점을 파괴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마치 테러리스트처럼 비치고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 이번 사태는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티베트인들의 60년 응어리가 폭발한 것이다. 밤에 집에 돌아가면 새벽 2, 3시까지 뉴스만 본다. CNN, BBC, CCTV까지 전부 다. 뉴스를 보면 화가 치밀어 가슴이 벌렁거린다. 티베트인들이 항복했다는 식으로 중국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진정시킨다고 해서 티베트인들의 독립 요구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건 중국의 착각이다. 티베트는 반드시 독립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싸울 생각인가.
“아까도 말했지만 미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다. 오늘 촛불 시위도 어제 기자회견과 촛불 시위를 하고 난 뒤 그 자리에서 결정한 것이다. 티베트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국인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그 분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지금 사태에 대해 더 많이 아파하는 것 같다. 한국인들도 오랜 식민지 시절의 아픔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네팔에 있는 아버지와는 자주 연락하나.
“지난 1월 31일에 가족과 함께 설을 쇠러 네팔에 1주일 동안 다녀왔다. 며칠 전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CNN에 내 모습이 나온 걸 봤다며 조심하라고 하시더라. 티베트 독립을 위한 시위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걱정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