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상위에 20대 후보 배치하라”
국승민 <최연진 기자>
2002년 독일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한 19세의 안나 뤼어만. 경력도 없고 선거자금도 없지만 뤼어만은 녹색당의 비례대표로 당당히 국회의원이 됐다. 비례대표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정치의 선진국이니 그럴 수 있지”라며 자조 섞인 말로 비관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도 20대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경험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54년 26살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했다.
하지만 그 후 20대 국회의원은 탄생하지 않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20대 후보가 몇 명 나왔지만 탈락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20대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20%를 차지하지만, 여전히 정치의 벽은 20대에게 높기만 하다. 등록금 1000만 원, 88만 원 세대, 취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 20대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20대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에 20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KYC(한국청년연합회),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대한불교청년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원불교청년회평화의친구들 등의 청년단체가 모여서 ‘20대 국회의원을 만드는 모임’을 결성해 20대 국회의원 후보를 각 정당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공천하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 모임을 제안한 이는 국승민(서울대 정치학과 4)씨로 1학년 때부터 대학생 유권자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20대 국회의원을 만드는 모임’을 어떻게 제안하게 됐나
“02학번인데, 대학에 가면 선거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지 후보가 없었다. 그래서 선거운동 대신 유권자 운동을 시작했다. 2002년에는 캠퍼스 내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는 운동을 했고, 2004년 총선에서는 선거 연령을 낮추자는 활동을 했다. 그 후 4년이나 지났지만 20대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88만 원 세대, 등록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정치권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운동을 KYC에 제안했다.”
20대라는 연령을 중심에 놓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금까지 20대는 투표율을 올리는 세대로만 인식됐다. 20대에 대해서 정치권의 인식은 아주 협소하다. 20대 후보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다면 20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국회의원이 탄생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20대 국회의원이 탄생하면 이후에는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우리가 20대 국회의원 후보를 직접 내는 것은 아니다. 각 정당이 20대 후보를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하라는 것이다. 만일 20대 국회의원이 탄생하면 우리 모임은 4년간 20대 국회의원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등록금과 취업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20대 국회의원이 나온다면 어떤 정당도 상관없다고 했는데. 20대 국회의원이 당론 때문에 목소리를 달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우선은 20대 국회의원이 나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모임은 20대 국회의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계속 감시할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20대 국회의원의 필요성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정파를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정당에 제안서를 넣었는데, 반응은 어떤가.
“솔직히 미지근하다. 민주노동당과 미팅을 했다. 민노당에서 비례대표 5번을 약속했는데, 당선은 어려울 것 같다. 각 정당의 청년조직과 연계해서 계속 활동할 것이다. 지난 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번 총선보다 총선이 끝난 후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운동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