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동산 과다소유 비상식적”
"능력이 인선기준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는 국민 입장에서는 모르는 일이죠. 그런데 부동산 투기나 논문 표절 등 여러 탈법 사실이 밝혀졌어요. 각료로 인선된 사람들이 한결같이 강남에 많은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것인데, 국민의 입장에서는 비상식입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투자해서 돈 버는 게 뭐가 죄냐, 당연한 권리와 능력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부동산 투자나 투기는 불로소득입니다.”
이대영(45) 경실련 사무총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주식의 경우도 투기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은 그 돈으로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 하지만 부동산은 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민 대다수로부터 ‘부를 뺏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공직 후보자에 오른 사람이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실련, 정식 명칭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989년 이래 한국 사회의 ‘땅’ 문제를 비롯해 특권·비리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단체다. 올해로 창립 19년. 벌써 성년이 된 셈이다.
경실련의 색깔은 독특하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경제정의’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총장은 “경실련을 보면 극우를 제외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이 항상 혼재해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념적으로 보면 중도 좌에서 중도 우까지 다양한 인물이 거쳐 갔고, 지금도 동거(?)하고 있다.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내부적으로 정책이나 발생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합의해온 과정이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전통입니다. 내부에서 논쟁하되, 내부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발표하지 않습니다. 어정쩡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대안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경실련은 자신의 운동에 책임지는 자세를 지녀왔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전통을 만들어놓은 초창기 인사들, 서경석 목사나 이석연 변호사는 오늘날 경실련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뉴라이트 운동을 펼치는 신지호 교수나 나성린 교수도 대표적인 경실련 출신 인사들이다. 이 총장을 비롯, 현재의 경실련을 만들어나가는 이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서 목사님의 경우 상당히 훌륭한 운동가죠. 한국 사회에서 시민운동을 만들어낸 분이고 열심히 활동하셨는데…. 정치를 너무 쉽게 보셨던 것 같아요.” ‘꼬마 민주당’ 시절 서 목사의 정치 참여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제를 이번에 낙마한 박은경씨로 돌렸다. ‘땅을 너무 사랑했다’는 박씨는 환경정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다. 경실련의 공동대표나 얼굴들 중에도 경실련의 이념에 배치되는 사람이 혹 있는 건 아닐까. 검증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나. “다행히 경실련 출신 인사들이 공직에 들어갈 때 재산 문제가 있었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실련 윤리강령에는 공직에 들어갈 경우 최소 1년 이전에 경실련 직책에서 물러나야 하고, 현직에 있다 가는 경우는 경실련 윤리강령을 위반했음을 언론에 공표합니다. 본인이 가겠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또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로선 시스템으로 막을 방법은 없겠죠.”
이대영 총장이 경실련의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을 맡은 것은 지난 1월. 앞으로 3년간 경실련 살림을 이끌게 된다. 1991년 주간노동자신문 기자로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취재하다가 경실련으로 넘어온 이래 18년간 경실련운동을 떠나지 않았다. 박봉으로 인한 생활고는 기획사를 운영하는 아내 전일순(41)씨의 몫이었다. 짓궂은 궁금증. 이 총장이 소유한 부동산은? 그는 순순히 실토(?)했다. “현재 연남동 빌라를 1억3000에 전세 얻어 살아요. 집사람이 원당 뉴타운지구에 조그만 아파트를 사놨습니다. 지금 전세금을 합쳐 한 1억 정도 더 마련해야 하는데, 아마 2015년쯤엔 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