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마음먹고 만들어낸 신소재,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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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마음먹고 만들어낸 신소재, 물

입력 2007.12.25 00:00

가뭄으로 갈라진 땅에 쏟아진 빗물로 손을 씻는 방글라데시 소년.

가뭄으로 갈라진 땅에 쏟아진 빗물로 손을 씻는 방글라데시 소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표면의 4분의 3은 물로 덮여 있다. 이 물이 증발하여 비도 내리게 하고 태풍을 만들어 여름철에는 많은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나 물은 우리에게 해를 입히기보다 더 많은 이득을 주고 있다. 사람은 먹지 않고도 일주일을 버틸 수 있지만 물을 일주일 동안 마시지 않으면 죽는다. 말 그대로 물은 생명수인 것이다. 우리는 물을 물 쓰듯 쓰고 있다. 1㎏의 ‘커피’를 재배하고 끓여서 커피를 만들려면 2만 ℓ의 물을 쓴다. 선진국에서는 ‘샤워’도 하고 수세식 변소에 사용하는 등 물을 많이 쓰고 있다. 그 풍부하게 많던 강물도 아귀 같은 인간 앞에서는 점점 마실 수 있는 품질에서 농수로도 쓸 수 없는 저급수로 변해가고 있다. 아프리카와 인도 대륙에서는 먹는 물 부족으로 가히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태다.

신은 우리에게 이렇게 귀한 물을 선사했지만 우리는 물을 고마운 줄 모르고 너무 낭비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물처럼 신기한 물질도 없다. 우선 물은 얼음도 되고 수증기도 된다. 액체, 고체 그리고 기체로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이면 한강 물이 언다. 그러면 강태공들이 얼음구멍을 뚫고 얼음낚시를 즐긴다. 이렇게 강태공이 물고기를 겨울철에도 낚을 수 있는 것은 물이란 신의 선물이 갖는 특이한 성질 때문이다.

강물은 왜 위부터 어는가?

얼어붙은 강위에서 겨울낚시를 하는 가족.

얼어붙은 강위에서 겨울낚시를 하는 가족.

물은 섭씨 0℃에 언다. 그렇지만 물의 밀도는 약 4℃일 때가 가장 크다. 얼음은 물보다 가벼워서 물 위에서 뜨게 되고 그 얼음 밑에는 물이 흐르고 있다. 그런데 고체가 액체에서보다 밀도가 낮은 물질은 물 이외에는 없다. 얼음은 차가운 (0℃에 가까운)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강물 위부터 언다. 보통 물질은 아래서부터 얼기 시작한다. 우리가 마시는 다른 음료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이 보통 액체처럼 밑에서부터 언다면, 강물 전체가 밑에서부터 얼기 시작해 표면까지 얼어붙고 그러면 물고기도 같이 얼어서 살 수가 없다. 신이 얼음을 물보다 가볍게 만들었기 때문에 얼음이 물 위에 뜰 수 있다. 또 그 때문에 강태공들이 한강의 얼음을 깨고 낚시질을 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눈이 온다. 지상에 있던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 얼면서 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눈은 ‘함박눈’도 있고 ‘싸래기눈’도 있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퍽 복잡하다. 우선 눈송이의 모양이 어떤 조건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나타날까? 일본 과학자 나카야 교수가 눈송이 사진을 3000장 찍어서 분류해보았다(그림 참조).

그랬더니 그 모양은 땅에서 올라간 수증기가 어떤 온도와 습기 속에서 눈송이로 변하느냐에 따라 달랐다. 우선 영하 10℃와 0℃ 사이에서는 바늘 모양이나 프리즘 또는 육각형 평판 모양의 눈이 되고 -10℃에서 -20℃ 사이에서는 함박눈에 해당하는 나뭇가지 모양부터 여러 개의 나뭇잎이 모여서 육각형을 만든 모양까지 다양하다. 온도가 더 내려가서 눈을 형성하는 공기층의 기온이 -20℃를 넘는 경우에는 다시 -10℃보다 높은 온도에서 생기는 눈송이 모습과 비슷해진다.

일본 과학자들 ‘물의 신비’ 규명키로

눈의 결정을 확대한 모습.

눈의 결정을 확대한 모습.

어떤 원리에서 이런 모양의 결정체가 생기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얼음만 해도 그렇다. 빙판 위에 서면 미끄럽고 넘어지기 일쑤다. 왜 얼음은 그렇게 미끄러울까? 물론 얼음은 미끄럽다는 것이 상식이고 더 이상 ‘왜’라고 물으면 오히려 이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은 언제나 ‘왜 그럴까’라고 묻는 것이다. 얼음 역시 그 결정 구조로 따지면 7가지 종류가 있다. 그 각각의 성질을 이야기할 필요야 없겠지만 제각기 다르다는 것만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얼음이 미끄러운 것은 사실상 표면에 물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예를 들어서 스케이트를 타면 얼음과 스케이트 날의 접촉면은 큰 압력을 받기에 그 부분의 얼음이 녹아서 물의 막이 생긴다. 물 때문에 얼음이 그렇게 미끄러운 것이다.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는 방식은 각양각색이고 그 환경과 물에 따라서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작은 양의 산을 물에 섞으면 영하 160℃가 되어야 얼음이 얼고 수증기가 나노 크기의 두 면 사이에서 응고하여 물이 되면 물이 미끄럽지 않고 풀처럼 찐득찐득한 성질을 나타낸다. 이와는 반대로 물에 적당한 전기를 가하면 물이 끓는 온도인 100℃에서 얼기도 한다. 2년 전 미국의 아르곤 연구소(미국 중부 시카고 근교에 있는 국립과학 연구소)에서는 절대온도 8℃, 즉 섭씨온도로 따지면 -255℃가 되어야 어는 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물은 또한 우리 생명체의 기본이다. 우리 인간은 60%가 물로 되어 있다. 사실상 이 세상에 물이 없었다면 생명체 자체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은 아직도 그 종류와 구조가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생명체 내에서 물의 역할조차 잘 이해되고 있지는 않다. 물이 얼음보다 부피를 덜 차지하기에 강물은 위부터 얼어서 고기가 겨울철을 보낼 수 있지만 밀폐된 병에 물을 채우고 얼리면 얼음의 부피가 물보다 크기 때문에 터지기도 한다. 물이 이런 성질을 나타내는 근본적인 원인은 물 분자의 수소 결합이 갖는 특이성에서 온다. 이렇게 물의 여러 가지 특성은 너무나 변화무쌍하여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 신기한 물은 도대체 왜 그렇게 흔한가?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다는데 왜 그렇게 많은 물이 생겼을까? 그 해답은 태초의 우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태초의 우주는 거의 대부분이 수소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수소가 뭉치며 별이 생기고 별 속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산소 같은 원소를 만들어낸다. 그 산소와 수소가 결합하여 그 많은 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주 대부분이 수소인 까닭에 이를 이용한 물이 얼음 형태로 이 우주에 많이 생겨난 것이다.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과학 교육에 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들은 대학 교수와 연구자들의 협의회를 만들어 자라나는 학생과 어린아이 그리고 일반 성인에게 과학적 사고를 유도하는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일본 과학자들이 그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처음 택한 것이 물이다. 물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부터 식수 문제까지 일본 과학자들은 광범위한 재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지구 상에서 가장 흔한 물의 신비를 파헤치고 있다. 물은 생명체의 근원인 동시에 재앙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런 뜻에서 물이야말로 신이 마음먹고 만들어낸 신소재인 동시에 인간이 아직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제완<과학문화진흥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