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플라스틱 광섬유, 일본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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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플라스틱 광섬유, 일본에 도전장

입력 2007.12.18 00:00

KIST 연구원이 플라스틱 광섬유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

KIST 연구원이 플라스틱 광섬유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

광섬유(optical fiber)란 고순도의 석영, 혹은 유리나 플라스틱을 원료로 만든 미세한 섬유를 말한다. 그러나 일반 섬유와 다른 것은 그 모양이 투명한 막대봉 형태를 띠고 있어 그 봉을 통해 빛을 매우 빠른 속도로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쪽에서 빛으로 신호를 보내면 ‘광 파이프’라고 불리는 이 봉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통신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구리선의 20배 2.5기가급 전송 가능

성능시험 장치를 조작하는 KIST 연구원.

성능시험 장치를 조작하는 KIST 연구원.

광섬유는 크게 코어(core)라고 부르는 중앙의 원통형 물질, 이를 둘러싸고 있는 클래딩(cladding), 그리고 이들을 덮고 있는 재킷(jacket)으로 구성돼 있다. 코어는 빛을 전달하고, 클래딩은 빛이 바깥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막아주며, 재킷은 광섬유의 부식을 방지해준다. 이때 코어와 클래딩은 보통 석영이나 유리, 혹은 플라스틱으로 만드는데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경우 코어는 보통 폴리스틸렌이나 폴리메틸 메타클리레이트가, 클래딩은 실리콘이나 테프론을 사용한다.

최근 들어 플라스틱 광섬유(POF: Plastic Obptical Fiber)가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기존 광섬유에 비해 유연하고 가벼우면서, 기능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개발 초기의 플라스틱 광섬유는 섬유 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광원의 감쇄 때문에 장거리 통신 시 많은 장애를 일으켰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점들을 해소하고 LAN 및 의료, 화학물질 센서용으로서, 기존 케이블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되고 있다.

최근 플라스틱 광섬유를 기반으로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힌 산업자원부 합성수지섬유개발사업단의 황승상 박사는 “현재의 구리선은 100메가급 전송 속도에 그쳐 대용량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운 반면, 플라스틱 광섬유는 구리선보다 20배 이상인 2.5기가급 전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플라스틱 광섬유를 통해 디지털 사진 6000장을 1초 동안 전송할 수 있다는 것.

유연성이 뛰어난 것도 장점 중의 하나다. 기존의 유리 광케이블은 전송 속도가 뛰어나지만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 때문에 통신회로를 설치할 때 굴곡이 별로 없는 집 앞까지는 시공할 수 있으나, 굴곡이 심한 집 안에서는 시공이 불가능했다. 그 대신 쉽게 구부릴 수 있는 구리 광케이블을 사용해왔는데, 이 같은 단점을 플라스틱 광케이블이 극복한 것이다. 플라스틱 광케이블은 코어 직경이 유리광케이블에 비해 100배가 넘어, 굴곡이 많은 집 안 어느 곳이든지 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다.

일본 불소 재질 제품가격 3분의 1

산업자원부 합성수지섬유개발사업단의 황승상 박사.

산업자원부 합성수지섬유개발사업단의 황승상 박사.

플라스틱 광섬유가 무엇보다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기존의 구리 케이블은 물론 유리 광케이블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유럽·브라질·호주·아일랜드 등 첨단 통신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들이 플라스틱 광섬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합성수지섬유개발사업단의 황승상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아크릴 재질의 플라스틱 광섬유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불소 재질로 만든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에 개발한 플라스틱 광섬유는 가격뿐 아니라 설치의 용이성, 전송속도, 순도, 안정성 등에서 유리 광섬유보다 나은 기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장거리 네트워크를 구축할 경우 광손실 비율이 높은 점, 내열 및 내화학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은 향후 보완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유리 광섬유 역시 플라스틱 광섬유와 비교해 시설비와 수리비가 워낙 비싼 데다 한 회선이 고장났을 경우 10만 회선 정도가 피해를 입으며, 연결과 확장이 쉽지 않는 등 심각한 단점이 있어 플라스틱 광섬유를 당장 상용화하더라도 유리 광섬유와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견해다.

사업단이 개발한 광섬유는 현재 몇몇 기업이 홈네트워크 시스템에 적용하는 등 상용화를 시도했으며, 현재 브랜드를 갖춘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광섬유가 지닌 다수의 장점과 함께 앞서 말한 단점을 보완할 경우 시중에서 유통되는 저순도 플라스틱 광섬유 제품과 경쟁은 물론 유리 광섬유 제품과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광섬유는 실제로 ‘꿈의 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있는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1990년대 미국에서는 이를 군사용으로 개발한 스마트 셔츠에 사용했는데, 플라스틱 광섬유를 통해 사람의 심장박동, 체온, 혈압, 호흡 등을 감지할 수 있었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플라스틱 광통신에 주목하는 이유는 플라스틱 광섬유가 초고속 인터넷과 연계해, 인터넷, 가전기기 제어는 물론 전력선과 통신의 통제, AV기기 개발 등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 광섬유를 이용할 경우 유비쿼터스 시대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설치가 용이해져, 정보화 사회를 급속히 진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사업단에서 개발한 플라스틱 광섬유 기반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기술 개발과 함께 세계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플라스틱 광섬유 기술은 일본이 주도해왔다. 세계 시장 역시 일본이 장악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천 소재부터 부품 개발까지 전 과정을 국내 연구진이 주도해 세계 최첨단 광섬유를 만들어낸 일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강봉<사이언스타임즈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