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입력 2007.12.11 00:00

시한부 환자 4명의 의연한 삶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 말 워쇼 사진 / 이진 옮김 / 이레 / 1만1000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 말 워쇼 사진 / 이진 옮김 / 이레 / 1만1000원

누구나 한 번쯤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특히 암 같은 치명적인 병 때문에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대면하는 일은 참 괴로운 일이다. 정작 환자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위로하는 사람이 먼저 눈물을 글썽이기 일쑤다.

흔히 하는 말로 ‘내 병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한다. 아무리 속이려 해도 환자는 자신의 병에 대해, 별로 남지 않은 삶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병과 남은 생을 위로하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포악하게 행동하는 환자를 보았는가. 그런 사람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는 편안한 표정으로 가족과 친지를 대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죽는 날까지 후회 없이 사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책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환자 4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생전에 세계적인 정신의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불러 일으킨 로스는 ‘죽음’을 학문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인생의 참뜻과 본질을 담은 책 ‘인생수업’은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시한부 환자들과 함께 한 ‘안녕이라고 말하는…’은 지금껏 출간됐던 로스의 책 중 삶과 죽음의 의미, 철학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다. 철학이라고 해서 그리 딱딱하게 느낀다거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4명의 환자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들 곁에서 그들과 함께 평온하게 호흡하면서 그들의 삶 속에서 철학을 구해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4명의 시한부 환자-베스, 제이미, 루이스, 잭-는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한결같이 의연하다. 그들은 죽는 날까지 병이 걸리기 전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며, 삶의 지혜를 발휘했다.

베스는 젊은 시절 뉴욕에서 모델 활동을 했을 만큼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는 또 시인이자 철학자였다. 외모가 출중하고 다재다능한 그녀에게 암은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시에서 죽음을 ‘안도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담대했다. 처음부터 그녀가 죽음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터.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한마디로 언제가는 죽는다는 것이다. 이를 애써 인정하려 들지 않을 때 분노, 의문, 혼란,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베스는 깨달았다.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진정 이해한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을 베스는 가르친다.

어린 나이에 엄마 곁을 떠난 제이미, 살아 있는 동안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루이스의 삶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삶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직접 보여준 것이다.

이 책이 더욱 감동적인 까닭은 사진작가 말 워쇼의 따뜻한 사진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워쇼 스스로 사진작가는 피사체와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이들을 찍으며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환자들의 삶은 매우 아름다웠다.

이들의 모습과 행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자신의 목숨을 하찮게 여겨 쉽게 자살하려는 사람,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몰아붙이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받는 감동과 교훈은 더 클 것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작업이 우리 모두에게 삶을 돌아보고,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매순간, 삶을 그리고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기를 바란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